제주신문
기획특집작가의 작업실
"내면으로 들어온 외부시선서 여유 찾아"(14) 이하늘 작가
달라진 제주 모습서 '혼란'
다시 찾은 공간서 일상 발견
동시대의 단면 소중히 기억
임청하 기자  |  purenmul@jeju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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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4.07  16: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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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신문=임청하 기자] 집들이 빽빽하게 늘어선 어느 주택가가 보인다. 빈틈없이 촘촘한 집들을 마주하다 보면 방에 켜진 빛을 바라보게 된다. 어느새 뾰족한 선들로 이뤄진 지붕은 둥근 모양이 되고 집 사이사이에는 구름이, 하늘 위로 달이 자리한다.

이하늘 작가(28)에게 제주는 ‘집’으로 보였다.

   
▲ 이하늘 작가.

그가 집을 그리는 이유는 어린 시절 기억으로 거슬러 오른다. 이른 새벽부터 신문배달을 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란 그는 그런 가족을 따라 함께 일을 도왔다. ‘이 집은 강아지가 또 나왔구나’, ‘저 집은 우편물이 아직도 남아있네’와 같이 일련의 생각에 잠기는 일이 반복됐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자연스레 집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게 됐다.

시간이 흐른 뒤 운전을 하게 된 어느 날 밤, 그는 익숙하지 않은 집들을 마주한다. 늘 항상 그 모습일 줄 알았던 집들은 온데간데 없었다. 텅 빈 밭이었던 공간에는 고층 빌딩이 들어서 있었고, 신축 빌라와 오피스텔이 즐비했다.

그 모습들은 작가에게 충격과 혼란 그 자체였다. 예전과 같던 곳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달라져버린 공간은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주는 한결같은 사랑에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던 그였기에 충격이 더욱 남달랐던 것이다.

이로부터 비롯된 불안은 작가로 하여금 집을 그리게 했다. 그가 작업 초반에 그렸던 작품에는 틈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집들이 빼곡히 그려졌다. 일체의 여백도 허락하지 않고 한치의 흐트러짐없는 선들로 이뤄진 집이다.

구체적인 기억이 주는 힘은 셌다. 여전히 두려웠지만 작가는 다시 한번 낯섦을 찾았고, 그 결과는 변화를 마주할 용기를 주었다.

공간은 다름아닌 일상이라는 깨달음이었다. 비슷하지만 그 안에서 새로움을 만들어내며 차곡차곡 쌓여진 것은 결국 나의 시공간, 즉 하루였던 것이다. 아쉬움은 남았지만 그는 과거의 그보다 훨씬 단단해졌다.

“여전히 제주가 좋지만 가끔은 관광에만 치우친 것 같아 안타깝다”던 그는 “그러면서도 제주를 생각하는 과정에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고 전했다.

   
▲ 이하늘 작 '잠들다'.

외부에 집중했던 시선이 내면으로 온 순간, 그는 여유를 찾았다.

그런 마음의 안정은 작업에서도 나타났다. 그가 자주 표현하던 뾰족한 지붕을 가진 집에서 동그란 모양의 집을 표현하기 시작한 것이다.

“밤에 바깥에서 집을 보면 반짝반짝 거리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금분과 은분을 넣어요”라는 그는 하나에 얽매이기보다 오히려 더 많은 변화를 마주하기로 한다. 그럼으로써 굴하지 않고, 설렘과 평온을 찾고자 하는 게 그의 현재였다.

자연스럽게 진행하던 작업이 이어져 어느새 제주작가로 굳혀졌다는 그는 ‘제주작가’라는 타이틀이 어색하면서도 감사하다고 전했다. 그에게 있어 제주는 언제나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가 많은, 특색있는 곳이기에 더욱 정이 가는 곳이다.

끊임없이 돌고 도는 시대에서 동시대의 단면을 소중히 기억하려는 작가의 예술세계가 온전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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