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나답게 살고 있습니다 수짱의 인생’ 표지.

[제주신문=임청하 기자] #"나이 먹는 건, 모두가 처음이잖아"

마스다 미리 ‘나답게 살고 있습니다’ (이봄, 176쪽, 1만2000원)

“자신 찾기 따위가 뭐야.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진짜 자신을, 자신이 찾아 헤매면 어쩌자는 거냐고.”

마스다 미리의 작품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라는 책에서 나온 말이다. 일본 최고의 공감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그녀가 자신의 대표 캐릭터 ‘수짱’이 등장하는 신작을 펴냈다.

2006년 일상 그리고 직장생활 등에서 느끼는 사소하면서도 무거운 고민들을 담백하게 풀어낸 만화 ‘수짱 시리즈’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저자는 화제의 작가로 떠올랐다.

대표작 ‘수짱 시리즈’와 함께 수많은 공감 만화와 에세이로 독자들에게 현재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책에서 수짱은 지금 이대로 괜찮은지 고민하고, 결혼과 노후를 불안해한다. 노력해도 좋아지지 않는 직장동료 때문에 먼 미래보다 당장의 문제에 급급해하는 면을 비추면서도 자신이 정말 사랑하는 게 무엇인지 조금씩 알아간다.

이는 주인공뿐만 아닌 우리 모두에게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이번 신작 ‘나답게 살고 있습니다’는 수짱 시리즈의 다섯 번째 이야기로, 저자가 7년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카페에서 보육원으로 직장을 옮기고 조리사로 일하는 37살의 수짱은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수짱은 1권에서처럼 여전히 혼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소중한 이를 잃는 사건도 겪는다. 특유의 진솔한 마음으로 여전한 고민들을 풀어놓는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친구와의 관계, 나이 들어가는 부모님과 함께한다는 것,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생각을 독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싶어한다.

그 과정에서 슬며시 고개를 드는 건 ‘당신은 어떻게 정리하며 살아가고 있나요?’라는 질문이다.

이윽고 수짱은 ‘살아간다는 건 새로운 내일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구나’라고 깨닫는다. 그러면서‘추억을 반복하고 반복해서 더듬어보는 것도 그 사람에게는 소중한 일이기도 하니까. 나이를 먹는 건, 모두가 처음이잖아’라는 말을 건넨다.

책은 나답게 살고 있다는 확신은 없지만 분명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고자 하는 이 시대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저자의 위로다.

▲ 책 ‘80년대 김 팀장과 90년생 이 대리가 웃으며 일하는 법’ 표지.

#목표가 다른 두 사람이 즐겁게 일하려면?

김범준 ‘80년생 김 팀장과 90년생 이 대리가 웃으며 일하는 법’ (한빛비즈, 272쪽, 1만3500원)

그리스 속담에 ‘나의 닫힌 문을 열고 싶다면, 먼저 상대방의 닫힌 문을 열어줘라’는 말이 있다.
서로의 문제를 공유하는 두 사람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상대의 문제를 먼저 해결한 다음 그 사람이 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말이다.

책은 삶의 목표와 일하는 방식이 모두 다른 80년대 김 팀장과 90년생 이 대리가 함께 웃으며 일로 행복해지는 비결이 무엇일지 분석한다.

김 팀장은 회사의 실적 압박으로부터 팀원들과 소통해 대책을 강구하려 한다. 그러나 ‘왜 그래야 하죠?’라고 따져 묻는 90년생 이 대리를 설득하는 것조차 버겁다.

책은 이 둘이 함께 일할 수 있는 총 네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서로의 ‘관계 적정거리’를 파악하고, 적합한 ‘소통도구와 방식’을 택해야 하며 일방적으로 통보하지 말고 ‘논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감할 수 있는 ‘상대방의 언어’로 말하라고 제안한다.

▲ 책 ‘같은 문제가 아침과 저녁에 다르게 보이는 이유’ 표지.

#삶의 많은 것을 좌지우지하는 ‘기분’, 어떻게 다룰까?

로버트 E.세이어 ‘같은 문제가 아침과 저녁에 다르게 보이는 이유’ (청림출판, 376쪽, 1만6000원)

‘기분’에 대한 연구로 세계적인 권위자가 펴낸 책이 나왔다.

국제적인 명성을 다진 심리학자 로버트 세이어는 매일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기분에 대해 파고든다.

기분의 문제는 단순히 일회용 문제라고 단정하기엔 가볍지 않다.

일상에서 자주 하는 활동과 함께 돈, 지위, 인간관계 등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기분에 따라 우리에게 다른 모습으로 전해진다.

저자는 활력과 긴장의 주기를 형성하는 생리적 토대를 새롭게 이해하도록 돕는다. 또 자기파괴적 습관에서 벗어나 더 건강하고 즐거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조언한다.

몇 가지 단순한 생활 방식을 조정하면 최적의 기분 상태를 만들 수 있고, 그로 인해 우울과 불안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자신을 긍정할 수 있다고 힘줘 말한다.

그동안 저자가 진행해 온 많은 연구 사례로 얻은 구체적인 방법들이 우리를 기분의 통제에서 자유롭게 할 것이다.

▲ 책 ‘야생의 위로’ 표지.

#산책길을 거닐며 받은 봄날의 위로

에마 미첼 ‘야생의 위로’ (심심, 272쪽, 1만8900원)

25년간 우울증을 앓아온 저자가 그간의 삶을 회고하는 책을 펴냈다.

책은 반평생에 걸쳐 저자가 겪은 우울증에 관한 회고록인 동시에 몇 번의 심각한 우울 증상을 겪는 동안 만났던 자연의 위안에 관한 일기다.

저자는 가벼운 무기력증부터 자살 충동에 이르기까지 우울증의 다양한 양상을 경험했다.

그때마다 그에게 위로의 손길을 건넨 건 자연이었고, 그런 자연을 저자는 글과 그림, 사진으로 기록했다.

그는 매일 산책길에서 동·식물을 관찰하고 스케치했다. 또 사진으로 촬영한 과정이 쌓여 가장 힘겨운 날에도 회복할 수 있는 마음의 힘을 길러왔다.

박물학자이자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인 다재다능한 저자는 그가 가진 재능과 지식을 이 책에 마음껏 풀어놨다.

책은 내밀한 심리와 자연의 풍경을 곁들이면서도 생화학과 신경과학 연구에 근거해 설명한다.

특히 저자는 우울증을 극복하기보다 어르고 달래며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보여준다.

▲ 책 ‘우리는 안으면 왜 울 것 같습니까’ 표지.

#세상의 반대편이 아물 때까지 조금만 더 아팠다

박병란 ‘우리는 안으면 왜 울 것 같습니까’ (북인, 132쪽, 9000원)

제주를 사랑하는 시인이 신작 시집 한 켠에 제주를 모티브로 한 작품들을 펼쳐놨다. 박병란 시인의 두번째 시집 ‘우리는 안으면 왜 울 것 같습니까’다.

2011년 시 전문 계간지 ‘발견’으로 등단한 그는 2014년 첫 시집을 선보인 이래 7년 만에 이번 시집을 펴냈다.

시집은 총 4부로 구성된 가운데 이 중 4부 ‘다음 정류장은 바다입니다’는 제주에 대한 시인의 마음을 고스란히 전한다.

실제 우도에서 영업중인 ‘밤수지맨드라미 책방’을 제목으로 한 시부터 ‘동백 약도’, ‘뿔소라 삶는 밤’, ‘바람의 섬’, ‘아무도 가져가지 않는 파도’ 등 시를 읽다보면 자연스레 제주를 떠오르게 하는 작품들을 실었다.

그가 쓴 작가의 말 “이제 큰일이란 소용없어졌다. 나에게 큰일이 남아 이다면 시를 쓰는 일이다.

가장 소중한 일이 큰일이 되어야 한다”라는 것에서 전해지듯 시집은 경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는 내면의 고요와 결심을 보여준다.

▲ 책 ‘알로하 나의 엄마들’ 표지.

#하와이 이민 1세대 여성들의 이야기

이금이 ‘알로하, 나의 엄마들’ (창비, 400쪽, 14800원)

혼자 여성이 시장에 가는 것도 어려웠던 시절, 태평양을 건너 하와이로 간 여성들의 이야기는 어땠을까.

책은 일제 강점기 당시 가족을 책임지고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태평양 건너로 떠난 버들, 홍주, 송화라는 이름을 가진 세 여성이 등장한다.

버들은 사진결혼을 추천하는 중매쟁이의 말에 하와이 재외동포와 사진만 교환하고 혼인한다.

버들과 홍주, 송화는 그렇게 하와이 이민선에 오르게 되고 각기 다른 운명에 맞닥뜨린다.

홍주는 사진보다 실물이 더 늙어 보이는 남편을 만나고, 송화는 게으르고 술주정이 심한 남편을 맞는다.

버들은 사진 속 모습과 같은 26살 태완을 만나지만 그는 첫사랑을 잊지 못하며 마음을 열지 못한다.

결국 먼 이국에서 새로운 배우자를 만나 혼인을 치렀다는 설렘은 온데간데 사라지고 비슷한 처지에 놓인 주변 이민 여성들과 서로 의지하게 된다.

책은 세 여성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일제 강점기 때 하와이 한인 사회 내 독립단이 분열되는 등 당시 역사적 상황에 대한 묘사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