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임청하 기자]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여파로 제주도는 물론 국내 문화예술계에 비상이 걸렸다. 도내 공공 공연장만 봐도 운영을 중단한 채 임시 휴관을 지속적으로 연장하고 있다. 사실상 텅 빈 무대와 객석으로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는 감염병 사태를 견디고 있는 것이다. 제주시가 올해부터 문화도시 지정을 위해 신규 사업들을 추진중이지만, 이같은 모습을 볼 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공연 예술 인프라는 부족해 보인다. 타 지역 공연계의 경우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공연장 운영 할성화를 위한 다양한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같은 상황에 맞닥뜨렸지만 도내 공공 공연장들의 무대는 잠정 휴업에 들어가 두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이를 통해 앞으로의 제주 공연 활성화 발전 방향을 진단·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발길 끊긴 공연장...이대로 괜찮은가

上. 온라인 공연 도입 고민할 때

봄이 왔지만 예년만큼 도내 공연계 분위기는 들썩이지 않는다. 코로나19 여파로 각종 행사는 물론 공연장이 정상 가동되지 않고 있어서다. 지난 겨울부터 공연 연기 또는 취소 소식이 이어지고 현재까지 적게는 한 달, 많게는 세 달째 공연장의 문은 굳게 닫혀있다.

제주와는 달리 서울과 경기, 부산, 광주 등 타 지역은 이른바 ‘언택트(Untact)‘ 콘텐츠를 활용한 실험들을 진행하고 있다.

도립제주예술단도 이달 21일 무관중 공연과 공식 유튜브·페이스북을 통해 온라인 특별공연을 진행한다고 8일 밝혔다.

그러나 이미 타 지역 공연계는 단순히 공연 실황을 생중계하는 것을 넘어 제작진과 배우들이 관객과 실시간 소통하는 등 그 방식에도 다채로움을 버무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은 마찬가지인데 도내 공공 공연장의 안일한 대처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예산 확보, 기술 부족 등에 대한 행정절차·준비 ‘미흡’
한 해 계획을 미리 짜둔 공연장 입장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만났을 때 관련 기관 조례에 따라 대응방안을 수립한다. 신규 사업을 추진하거나 별도의 준비가 필요하다면 우선 예산 확보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준비가 전무한 실정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예를 들어 온라인 공연을 연다고 하면 그에 필요한 기술· 장비들이 뒷받침 돼야 한다.

당초 녹음 장비 등을 갖추지 않은 공연장은 임차 또는 업체와 계약 후 해당 공연을 이어가야 하는데 이같은 작업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추가해야 할 절차가 복잡하다는 것이다.

▲‘과연 관객들이 만족할까?’ 수요도 고민
인풋(비용·예산 투입)을 하면 이에 걸맞은 아웃풋(효율성·만족도)이 나올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타 지역에서 시행되는 일명 ‘무관중 공연’이 만족도나 수요 측면에서 기존 공연과 동등한 위치에 설 수 있을까라는 것이다.

특히 무대 전체를 동선으로 쓰는 연극이나 뮤지컬을 방송으로 녹화 또는 중계한다고 했을 때 실제 공연보다 집중도가 떨어지는 등 감상 흐름이 깨진다는 지적이다.

또 공연 영상 작업은 기록이나 보관 용도로만 행해왔다는 점이 ‘실험’으로 쓰이기엔 망설여지는 이유다.

▲“공연은 ‘소리’...실제 무대와 대체 불가”
현장 관계자들 대부분은 “공연은 직접 무대를 보며 느끼는 감동으로 완성되는 예술”이라고 말한다.

그동안 유튜브나 SNS를 활용한 실시간 공연 영상들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연은 배우와 관객이 직접 호흡하며 감동을 함께하는 ‘현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예술이다. 이러한 점이 도내 전문가들의 실험을 주저하게 만드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