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
기획특집제주신문-한라병원 공동기획
처치 소요시간 ‘1분, 1초’ 단축…생명 수호의 요람<3> 골든 아워보다 더 소중한 ‘백금의 십분’
제주신문  |  jejupress@jejupress.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0.04.12  18:21:18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경자년 새해를 눈앞에 둔 세밑의 어둡고 추운 어느 날 밤, 제주한라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로 119구급차 한 대가 요란한 경적을 울리며 들어왔다. 119 구급대원에게 미리 연락받은 외상전문 의료진이 응급실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교통사고로 이송돼 온 30대 남자를 맞이했다.
 외상환자 치료에 있어서 많이 알려진 ‘황금시간(golden hour)’을 뛰어넘은 ‘백금의 십분 (platinum ten)’이란 말이 있다. 중증 외상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시작되는 외상전문치료로써 이 치료에 따라 환자의 생사가 좌우될 수 있기 때문에 외상에 대한 전문 지식과 경험을 가진 각 분야의 의료진들이 총동원돼 환자에게 제공되는 처치의 소요시간을 1분, 1초를 단축해 최적의 외상진료를 제공하게 된다. 
 환자에게는 생사가 결정될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인 첫 10분의 시간이 천금만금 이상의 가치가 있기 때문에 이를 ‘백금의 십분’이라 한다.

 이 시간에는 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들이 각자 자신의 역할에 맞춰 수많은 외상환자들의 진료에서 생긴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효율적으로 움직이게 된다. 
 사고로 인한 외상 및 손상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환자 탈의를 해야 하며 혈압계, 심전도, 산소포화도 등 환자의 각종 활력징후들을 빠르게 확인하는 것은 물론 동시다발적으로 환자의 의식상태, 동공상태, 각막상태 등을 파악해야 한다. 
 또한 빠른 혈액 검사 및 약물, 수액 투여를 위해 팔쪽에 굵은 정맥로를 확보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 자발호흡 파악 및 호흡보조를 위해 기도삽관 및 호흡상태를 파악은 물론 다량의 수혈과 심장에 직접 작용하는 약물 투여를 위해 중심정맥로를 확보하고, 외부상처를 통해 나오는 출혈을 재빨리 지혈하고 극심한 실혈로 인한 쇼크상태를 파악해 응급수혈을 시작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10분내로 이뤄지게 되며 이 모든 상황을 판단하고 지휘하는 외상팀장과 각각 제 역할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외상의료진에 의해 ‘백금의 십분’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최적의 외상진료가 제공된다.
 의료진이 맞이한 이 30대 남자환자는 도착 당시 무의식상태에 혈압도 낮아 출혈성 쇼크상태로 판단됐다. 의료진은 백금의 십분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최적의 외상진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했다. 환자를 들것에서 침대로 옮김과 동시에 수많은 의료진이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마치 오케스트라와 같다. 오케스트라에서 첼로, 바이올린, 피아노 등이 각각 제 시간에 맞춰 정확한 소리를 내줘야지만 완벽한 하모니가 나오듯이 외상진료도 마찬가지다.
 물론 이 10분만으로 외상환자의 치료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담당 외상전문의는 초음파검사로 흉강, 복강 검사를 해 복강내 출혈을 확인하고 소변줄에서 나오는 혈뇨, 응급촬영한 흉부, 골반 엑스레이를 통해 늑골골절, 골반골절, 방광파열을 진단했다. 
 응급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담당 전문의는 마취과와 수술실에 연락해 응급수술이 있음을 알리고 신속하게 수술실로 이동하기 위해 준비했다. 그 순간순간에도 환자는 복강내 출혈이 지속되고 있으며 낮게 유지되는 혈압을 조절하기 위해 수혈을 한다 한들 재빠른 지혈이 없이는 그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이기 때문에 바로 대동맥내 풍선폐쇄 소생술, 일명 리보아(REBOA)를 시행했다. 
 이는 표현 그대로 대동맥내에 풍선카테터를 삽입해 대동맥을 임시 폐쇄함으로써 복강, 골반출혈을 임시로 최소화시켜 환자를 소생시키는데 유용한 최첨단 의료기술로 이를 시행한 후 환자의 활력징후가 어느 정도 안정화되면 정확한 출혈부위와 손상부위를 확인하기 위해 CT촬영후 수술실로 이동하게 된다.
 모든 외상의료진이 환자를 살리겠다는 같은 마음으로 하나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던 그 날 이후, 이 환자는 손상통제수술을 포함해 여러 차례 흉·복강손상과 골절된 다리의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여러 번 받는 이유는 환자의 장기손상이 심하고 광범위한 경우 각각 손상에 대한 수술이 대수술이며 수술을 하는 행위 그 자체만으로도 이미 외상으로 인해 발생한 출혈, 실혈이 환자상태에 극심한 피해를 끼쳤기 때문에 한 번에 모든 수술을 다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환자도 처음 받은 수술은 많은 손상들 중 가장 심한 손상에 대해서 지혈술을 시행하는 ‘손상통제수술’이었다. 이후 중환자실에서 약물치료 및 보온요법으로 어느 정도 상태가 안정화됐을 때 2차, 3차 수술을 시행하며 손상된 장기에 대한 치료를 지속했다. 환자는 수술적 치료를 마치고 지속적으로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를 한 결과 자발호흡 및 의식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내원한 지 한 달 만에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이실됐고 사고 후 거의 50일 만에 웃는 얼굴로 병원에서 걸어서 퇴원할 수 있었다.
 제주권역외상센터가 전용시설을 확보하고 지난달 23일 문을 열었다. 제주한라병원 권역외상센터는 도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중증외상환자들을 책임지고 세계외상진료표준에 맞게 최적의 외상진료를 제공한다. 제주권역외상센터는 제주권역응급의료센터와 함께 제주응급의료를 책임지는 쌍두마차로서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한 도민과 관광객들의 생명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역할을 해나갈 것이다. 

   
 

김중석                

주한라병원 

외상전담전문의


< 저작권자 © 제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제주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고충처리인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63113)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도공로 9-1(도두일동)  |  대표전화 : 064)744-7220  |  팩스 : 064)744-7226
법인명: ㈜제주신문  |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제주 아 01014   |  등록일 : 2007년 2월 12일  |  대표이사/발행인/편집인 : 부임춘
청소년보호책임자 : 부임춘
Copyright 2011 제주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jejupress@jejupres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