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 표지.

[제주신문=임청하 기자] #나를 힘껏 안아주고플 때 건네는 잔잔한 위로

오리여인 ‘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 (수오서재, 268쪽, 1만3800원)

“식물을 키우면서 알게 된 점이 있다. 식물에게는 늘 깨끗한 물을 주고 조금 시들하면 좋은 영양제를 주고, 날마다 따뜻한 햇볕을 쬐이고 바람을 불게 해준다. 더 건강하게 쑥쑥 자라도록 말이다. 그 누구도 식물을 키우면서 ‘썩은 물’을 붓는 사람은 없다. 자기 자신도 그렇게 키워야 한다. 좋은 생각과 긍정적인 것을, 스스로 접하도록 해아한다”

언젠가 오리여인 작가의 SNS 계정에서 본 글이다.

‘긍정을 가까이 해야하는 이유’라는 글이었고,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으며 공유 요청이 쇄도하는 반응이 나타났다.

줄곧 일상을 담담하고 자신의 보폭대로 맞춰 살아가는 작가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따뜻한 통찰력을 가진 그였다.

책 ‘나에게 시간을 주기로 했다’는 그가 4년만에 내놓는 신작 에세이다.

주변 곳곳에 놓인 작고 소중한 마음을 따스하게 들여다보는 저자의 이야기는 SNS에서 뜨거운 지지를 얻었고 그 게시물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특히 이번 책은 그동안 어디서도 공개하지 않았던 저자의 내밀한 마음을 고스란히 담았다.

인생에서 느림과 빠름의 기준이 있을까? 저자는 가만가만 자신의 시간에 맞춰 살아가는 이야기를 바로 옆에서 들려주는 것처럼 전한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내가 나를 기다려주는 일일지도 모른다. 나만 뒤처지는 것 같을 때, 함께 걷는다는 것 자체가 버거울 때, 그 누구보다 나를 힘껏 안아주고 싶을 때 저자의 이야기는 잔잔한 위로가 되어준다.

몇 주동안 집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심심한 생각이 들지 않는 일상, 한창 가을에 접어들 무렵 각자의 색으로 물들인 나무들을 보며 느끼는 시간에 대한 단상, SNS에서 ‘좋아요’와 ‘팔로우’ 수의 신경쓰임, 자신의 일상 패턴이 과연 식물과 같이 지낼 수 있을지 꼼꼼히 따져보는 모습, 하루에도 몇 번씩 드는 자잘하지만 중요한 결정 그리고 후회, 자존심이 상했던 날 소주와 삼겹살로 달래던 그날의 기억 등 우리가 한번쯤 겪어본 하루하루의 기록이 모여 글과 그림으로 완성됐다.

‘사랑을 많이 받고 있음에도, 평화롭게 지내고 있음에도’ 문득 부족하다고 느끼는 하루가 있다.

자기 자신을 소홀히 대하지 않고, 보듬어가면서 삶을 잘 살아가려는 저자의 노력에 스스로를 빗대보며 저자의 책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 책 ‘슬픈중국 인민민주독재 1948~1964’ 표지.

#중국, 얼마나 알고 있나요?

송재윤 ‘슬픈중국 인민민주독재 1948~1964’ (가치, 466쪽, 2만2000원)

중국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과연 중국을 잘 알고 있을까?

책은 오늘날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중화인민공화국의 성립과정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역사의 궤적을 전반적으로 조망한다.

3부작의 첫 권인 이 책은 1948년부터 1964년까지 중국에서 이뤄진 사회주의의 건설을 다룬다.

이를 통해 중국이 주장하는 ‘사회주의 유토피아’가 ‘인민의 디스토피아’로 어떻게 결론 내려지는 지 살펴본다.

1장과 2장은 일당독재와 인권유린 등 현대 중국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짚는다. 이와 함께 1948년에 일어난 창춘 포위전, 그에 이어진 공산당군의 베이핑 점령, 화이하이 전투, 공산당 지구에서 벌어진 토지개혁 실상 등을 소개한다.

저자는 책을 통해 중국이 오랜 어두운 역사를 숨겨왔지만, 그 역사를 직시해야 구체적인 현실 또한 이해할 수 있다고 전한다.

▲ 책 ‘뉴스는 싫지만 호구도 되기 싫다’ 표지.

#책 한 권으로 꼭 알아야 할 경제상식 잡자

김보리, 김영필 ‘뉴스는 싫지만 호구도 되기 싫다’ (황금부엉이, 316쪽, 1만5500원)

경제공부는 복잡한 것이라는 인식이 많다. 이 말이 그리 틀린 것도 아닌 것은 경제란 주제가 그리 쉽지 않은 데에 있다.

어렵고 생소한 경제 용어가 즐비하고 전문가들의 분야라는 선입견도 이에 한몫한다.

책 ‘뉴스는 싫지만 호구도 되기 싫다’의 저자들은 이 책 한 권으로 호구 생활을 편하게 청산하자고 주장한다.

내 돈 잃지 않고, 잘 살고 싶은 보통 사람들을 위해 꼭 필요한 경제상식을 엄선해 두고두고 펼쳐보라고 자신있게 권한다.

책은 수많은 경제 상황에서 손해 보지 않는 법을 제시한다.

목돈이 필요할 때 적금을 중도 해지 않고 유지하는 법을 비롯해 신용등급을 지키는 법, 소액 대출 요령, 실손보험 가입 시 유의할 점, 연말정산 제대로 받는 법, 보험가입 실속 있게 하는 법, 부동산 투자의 기본원칙 등을 경제 새내기들의 눈높이에 맞춰 소개한다.

▲ 책 ‘청소년을 위한 제주4.3’ 표지.

#알기 쉽게 쓰여진 제주4·3 이야기

고진숙 ‘청소년을 위한 제주4·3’ (한겨레출판사, 196쪽, 1만2000원)

올해 제주4·3은 72주년을 맞았다. 20세기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벌어진 비극 중 가장 많은 사람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저자는 제주4·3이 3만여 명이 죽은 하나의 사건이 아닌 소중한 한 사람, 한 사람이 희생당한 3만 건의 사건이라고 말한다.

책은 큰 역사 속에서 제주4·3을 볼 수 있도록 ‘해방에서 분단까지’와 ‘제주 역사’ 코너를 본문과 함께 실었다.

10가지의 작은 주제로 기획된 ‘해방에서 분단까지’는 청소년들이 현대사에서 제주4·3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제주 역사’ 코너에서는 해녀 항쟁과 민란과 장두 등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은 제주문화와 사회를 이해하도록 돕는다.

책은 관광지로서의 제주와 낯선 사투리를 쓰는 제주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갖고 있는지 역사적 사실을 재구성하는 등 다채로운 제주의 모습을 보여준다.

▲ 책 ‘나를 팔로우 하지 마세요’ 표지.

#SNS 속 내 모습은 진짜일까

올리버 폼마반 ‘나를 팔로우 하지 마세요’ (뜨인돌출판사, 200쪽, 1만1000원)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SNS가 다시 한번 소통의 창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과연 SNS 속 모습이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책은 주인공 14살 소녀 비를 통해 SNS를 이용하는 우리의 행태를 담아냈다.

비는 1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팔로우하는 인스타그램 스타다. 엄마가 매일 올리는 비의 연대기 계정 덕분이다.

유명세에 대한 관심과 질투는 버겁지만 싱글맘 엄마를 위해 기꺼이 비는 인스타그램 주인공이 된다.

그러나 어쩐지 시간이 갈수록 엄마는 비에게 강요하는 게 늘어난다.

책은 자의식을 형성해가는 10대들이 SNS 세계에서 이중성을 겪는 모습을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작가는 아이들 각자에게 중요한 가치를 지키고, SNS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진짜 ‘나’를 찾아가는 여정을 소개한다.

▲ 책 ‘탬버린’ 표지.

#삶의 징글맞음이 경쾌하게 울릴 때

김유담 ‘탬버린’ (창비, 344쪽, 1만4000원)

“후회해도 소용없다는 말이야말로 가장 소용없는 말이었다. 그럼에도, 어떤 선택을 해야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지 나는 묻고 싶었다”

201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서 ‘핀 캐리’로 등단한 김유담 소설가의 첫 소설집이 나왔다.

책은 태어나면서 불공평하게 주어지는 삶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가는 동시대의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면서도 그가 선택한 것에 책임을 지는 여성 인물들을 통해 애써 숨기려던 표정들을 발견하도록 선보인다.

늘 경쟁에서 이겨야만이 살아남는 우리 사회를 비꼬는 듯하면서도 유쾌한 모습으로 비춘다.

책 속 인물들이 겪게 되는 막막함 속에서 저자는 “볼링에서 넘어진 핀이든 남은 핀이든 시간이 지나면 결국 모두 쓸려나가고, 새로운 프레임이 시작된다”며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게임의 법칙”이라고 말한다.

탬버린의 존재를 확인해주기 위해서는 힘껏 흔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말을 떠올리며 징글징글하게 사는 것이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임을 짐작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