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
기획특집작가의 작업실
"지역작가라면 제주 본연의 색 담아야"(15) 김수현 작가
제주 바람 '새 작업' 아이디어
기존 분청기법서 회화기법 시도
작업환경 어렵지만 남다른 철학
임청하 기자  |  purenmul@jeju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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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4.21  17: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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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신문=임청하 기자]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에서 주변에 깊은 관심을 가지는 게 쉽지 않다.
당장 제 한 몸 먹고 살기도 바쁜데 무엇을 더 신경써야 하나 싶다.

   
▲ 김수현 작가.

김수현 작가(43)는 제주에서 작업하면 곧장 ‘지역작가’라고 말한다.

지역작가는 제주지역 본연의 색을 어느 정도 작업에 띠고 있어야 한다. 이 점이야말로 타 지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과 달리 제주작가가 가질 수 있는 차별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06년 고향 제주에 내려왔다. 이내 제주라는 공간을 온몸으로 마주했다. 형체가 보이지 않는 바람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바람이 불면 파도가 넘실거리거나 보리밭이 움직일 수 있고 나뭇가지가 흔들릴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작업에 제주를 넣을 수 있을까 고민하던 그에게 바람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됐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교차적인 무늬가 한눈에 들어오는 도자 작품이다.

기존 그의 작업은 주로 분청기법을 통해 완성돼 왔다. 본업을 꾸준히 이어가면서도 제주의 특색을 넣겠다는 일념으로 그의 예술 세계는 흔치 않은 방식으로 나아갔다.

그에게 있어 제주는 단순히 풍경을 감상하고 영감을 주는 장소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삶과 작품 그 자체로 확장되고 있다.

연말이 되가는 즈음 아홉번째 개인전을 열어 색다른 도예전을 선보였다. 이 전시에서 그의 작품에 설치를 융합시켜 해녀의 삶을 소개했다. 진열된 작품만 떠올리기 쉬운 도예전에서 독특한 시도였다.

“작가라면 계속 고민을 거듭해서 매회 전시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던 그는 전시장을 반드시 확인한 뒤에야 작업에 임한다.

분청사기에만 의존하지 않고 회화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도판작업을 하는 등 그의 예술은 끊임없이 변모된다.

   
▲ 김수현 작 '해녀의 꿈'.

도예 작업의 매력으로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꼽았다. 작업 과정에서 형태와 색감 등 모든 요소가 불에 의해 결정된다. 이로 인해 작가조차 어떤 도자 작품이 나올지 예상할 수 없다는 말이다. 심지어 작품이 제작된 후 이어지는 건조 과정에서도 결과물이 달라질 수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것이다.

15년을 작업했지만 항상 결과물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며 도자가 만들어지는 가마 주변을 설레는 마음으로 서성인다.

“전통을 알아야 현대적인 미(美)를 표현할 수 있다”던 그는 옛 것을 모르고 좋은 작품을 만들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단언했다.

한결같이 분청사기를 지향하며 현재 자리에 오기까지는 이같은 그의 예술철학이 있어서일 것이다.

하지만 이를 제주에서 지속하는 건 그리 넉넉치만은 않다. 도예를 전공보다 동호회로 시작하는 이들이 많고 대학에서 배출하는 인재도 소수이기 때문이다.

시스템상 아쉬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오직 자기 자신만의 작업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단 점에서 제주는 적합한 장소라고 했다.

형태를 만들고 또 한번의 겹을 입히는 게 분청이라 말하는 그에게서 주변을 보듬으면서도 새로운 결을 창조하는 예술가의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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