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
기획특집오름에서 만나는 제주
사계절 울창한 솔숲 초록에너지, 몸의 오감을 깨우다7.서모오름(서우봉)
고현영 기자  |  hy062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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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4.23  11:2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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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우봉 정상에서 바라본 전경

[제주신문=고현영 기자]  첫사랑은 에메랄드빛이다. ‘영원히 변치 않으리라고백하며 사랑의 징표가 된 에메랄드의 맑고 투명한 녹색은 봄의 상징이요, 영원한 사랑과 자연에 대한 사랑, 생명의 환희를 상징하는 색이기도 하다.

서모오름의 첫 만남은 초록빛의 바다이다. 일주도로변에서 오름 진입로까지 시원하게 펼쳐진 시야는 바다를 선물한다.

함덕해수욕장을 에워싼 서모오름(서산)은 우리에게 서우봉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바다를 옆에 끼고 있는 제주에서 몇 안 되는 오름 중 하나다.

서모오름은 겉으로 보기에 완만하고 평범해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자신만의 다양한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동쪽 바다를 바라보는 조망이 좋아 해마다 서우봉일출제도 열린다.

 

   
함덕해수욕장이 한눈에 보이는 전망

#뭍으로 오른 물소

살찐 물소가 뭍으로 기어 올라오는 듯한 형상을 했다고 해서 붙여진 서우봉은 예부터 덕산으로 여겨졌다.

서모오름은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에 있으며 고도 113.3m, 둘레 3493m의 측화산이다. 함덕해수욕장 동쪽 바다에 접해 있는데, 완만한 등성이가 크게 두 봉우리를 이루고 있는 원추형 화산체이다. 남사면은 비교적 완만하고 북사면은 바다쪽으로 절벽을 형성하고 있다.

서모오름은 멀리서 보면 하나의 오름 같지만 가까이 가보면 남쪽과 북쪽, 두 개의 봉우리를 가졌다. 더 높은 남쪽 봉우리를 서모봉, 조금 낮은 북쪽 봉우리를 망오름이라고 하는데 서우봉이라 통칭한다.

역사적으로는 진도에서 거제로 피신해 온 삼별초군이 마지막으로 저항했던 곳으로 김방경 장군과 삼별초군의 전투가 벌어진 지역이기도 하다. 북쪽 봉우리에는 조선 시대에 축조한 봉수가 있었는데 동쪽으로 입산봉수, 서쪽으로 원당봉수와 교신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세종실록지리지’, ‘탐라지’(제주), ‘영주산대총도등에는 서산(西山)’, ‘신증동국여지승람’(제주)에는 서산악(西山岳)’, ‘탐라도탐라순력도’(한라장촉)에는 서산망(西山望)’, ‘탐라지도병서제주삼읍도총지도’, ‘1872년지방지도’(제주)에는 서산봉(西山烽)’, ‘제주군읍지제주지도에는 서우봉(犀牛峯)’, ‘조선지형도에는 서산악(犀山岳)’이라 표기했다.

 

   
숲길

#숲과 몸이 교감하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처음 만난 바다를 감상하는 시간도 잠시. 마을에서 조성한 야영장을 옆으로 끼고 200m 정도 걸으면 서모오름의 진입로를 만날 수 있다.

아무 생각 없이 경사를 조금 걷다 보면 울창한 숲이 나를 감싸 안는다.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도 만만찮다. 자신들에 가까워지는 우리에게 반갑다고 표현하는 의식이 틀림없다. 발끝에서 느껴지는 푹신푹신한 흙의 촉감, 귀를 즐겁게 하는 새들의 하모니, 나무의 냄새, 초록빛의 시원한 시야. 서모오름으로 들어가는 순간 몸의 오감이 조화를 이룬다.

서모오름은 솔숲으로 이뤄졌다. 그래서 한겨울이 더 매력적인 곳이다. ‘겨울숲하면 왠지 스산할 것 같지만 사계절 늘 푸른 소나무의 초록에너지가 따뜻함을 주는 곳이 바로 서모오름이다.

서모오름은 제1숲길(960m), 2숲길(500m), 3숲길(200m)을 비롯해 둘레길, 망오름길, 진지동굴길이 촘촘하게 엮여 있다.

진입로에서 정상까지는 약 20분 정도 소요되지만 곳곳에서 만나는 둘레길의 갈림길은 뚜벅뚜벅 걷는 이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둘레길을 모두 걷다보면 2시간은 훌쩍이다. 어느 길을 선택해도 괜찮다. 둘레길마다 바다를 끼고 있고 저마다의 색채가 강해 지루할 틈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진입로부터 가려졌던 시야는 정상에서 제대로 보상받을 수 있다. 동쪽으로 펼쳐진 바다와 월정리를 주변으로 조성된 풍력발전기, 멀리 보이는 울퉁불퉁한 여러 오름들은 잠시 휴식의 참맛을 느끼게 한다.

2숲길에서 북쪽으로 걷다 보면 굴물이라 불리는 작은 굴이 있다. 일본군에 의해 구축된 진지동굴이다. 동굴 안에 있는 물은 오랜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다고 한다. 옛날에는 음용수로 사용했고 방목하던 소와 말, 새들도 이곳에서 목을 축이곤 했던 오름의 생명수였다. 70여 년 전까지 인근에 절이 있었는데 이곳의 물을 음용수로 이용했다고 한다.

서모오름에는 여러 개의 동굴도 있다. 1940년대 일본군이 도민을 강제 동원해 파 놓은 인공 동굴이다. 길이가 30m에서 40m에 이른다. 일제강점기 말 당시 함덕국민학교에 주둔하던 일본군 전투병력 1개 대대에서 보급로와 피난처로 진지동굴을 설치하던 중 해방돼 중단됐다. 4·3사건 당시 주민들의 피난처로 사용되기도 했다.

서모오름은 제주시 조천 만세동산에서 시작해 신흥, 함덕, 북촌, 동복을 거쳐 김녕까지 이어지는 올레길 19코스의 중간지점이기도 하다.

바람과 파도는 많이 닮아 있다. 시작점은 같지만 우리와 맞닿는 순간 그 모양은 각양각색이 된다. 오름도 그렇다. 늘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오름은 탐방객들의 색에 맞는 옷을 입혀준다. 서모오름은 오늘 나에게 여유와 일상의 휴식을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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