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남은 고양이’ 표지.

[제주신문=임청하 기자] #이별 경험했고 경험할 모든 이에 건네는 위로

김경 ‘남은 고양이’ (창비, 484쪽, 1만8000원)

“함께여야 존재의 의미가 있지. 이렇게 홀로 남겨진 나는 아무런 가치가 없어”

반려동물을 잃고 슬픔에 빠진 집사가 있다. 소설가 은수네 집이다. 키우던 고양이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게 됐다.

남은 고양이 ‘고선생’은 인간 집사의 상태를 걱정하고, 이내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발벗고 나선다.

책은 반려동물과의 이별 후 절망에 빠진 집사를 위해 함께 사는 고양이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고선생 자신도 친구를 잃고 슬픔에 잠겼지만 힘들어하는 은수를 더 걱정한다. 커다란 상실감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은수를 보며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시간을 ‘내 인간이 나 없이도 튼튼하게 지내도록 만드는 데’ 쓰기로 결심한다.

고선생의 특별한 프로젝트는 사소한 것으로 시작된다. 먹다 남긴 밥, 식어버린 컵라면, 짝 잃은 양말 같은 ‘남은 존재들’을 모아 인간을 위로하기 위한 특별하고 유쾌한 프로젝트다.

어쩔 수 없는 이별을 맞닥뜨린 상황에도 불구하고 남은 이를 위로하려는 또다른 남은 이의 움직임은 마음의 울림을 준다.

대부분의 책에서 반려동물이란 소재를 다루지만 ‘전지적 고양이 시점’에서 그린 이야기는 드물다.

또 동물만화들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법을 자주 얘기했다면, 이 책은 반려동물의 죽음과 그 이후의 모습을 보여준다.

반려동물을 잃은 뒤에 느끼는 상실감과 슬픔, 그리고 이를 이겨내는 과정을 고양이 관점에서 한발짝 떨어진 채 소개한다.

이윽고 그리 무겁지 않은 시선으로 이별을 경험하고, 경험할 모든 이들을 따뜻하게 위로한다.

마치 동화를 보는듯한 그림체와 탄탄한 이야기 구성으로 많은 이들의 호응을 받았고, 지난해 5월부터 올해 1월까지 포털사이트 웹툰에 연재됐던 분량을 단행본으로 묶어 펴냈다.

조그마한 고양이가 보여주는 집사에 대한 큰 사랑이 잔잔한 감동을 주는 책이다. 완벽한 극복은 존재하지 않아도 우리는 조금씩 평범한 하루를 되찾을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게 한다.

저자는 목적지 없이 그리는 일을 지속하다 문득 이야기가 하고 싶다는 욕망을 갖게 된다. 이후 만화라는 세계에 겁없이 도전하고 있다. 펴낸 책으로 ‘상상고양이’, ‘작가와 고양이’ 등이 있다.

▲ 책 ‘혼자라는 건’ 표지.

#감각과 의지 사이에서 선택한 삶의 기로

오노데라 후미노리 ‘혼자라는 건’ (왼쪽주머니, 380쪽, 1만5000원)

지난해 일본 서점대상에서 2위를 차지한 오노데라 후미노리의 작품이다.

주인공 가시와기는 스무살 남성으로 세상에 혼자 남은 외톨이다. 지갑에 있는 돈은 55엔이 전부다. 대학 식당에서 고된 노동을 한 어머니가 도쿄로 대학을 보내줬지만, 어느 날 갑자기 돌아가셨다. 이미 고등학교 때 아버지를 잃었던 그는 가까운 친척조차 없다. 남은 것은 조금의 유산과 검은 베이스 기타뿐이다.

혼자가 된 도쿄에서 그저 다리만 움직이던 어느 날, 음식 냄새를 맡고 반찬가게에 도착한다.

하지만 50엔짜리 크로켓을 먹으려던 순간, 자신보다 늦은 걸음을 한 할머니에게 마지막 남은 것을 양보한다.

가시와기의 이런 행동은 운명을 바꿀 열쇠가 된다.

벼랑 끝에 내몰린 삶의 위기에서도 어떻게 삶을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대처하는 주인공의 자세는 우리의 선택을 되돌아보게 한다.

▲ 책 ‘행복의 역사’ 표지.

#현대 사회 속 행복에 대한 개념

미셸 포쉐 ‘행복의 역사’ (이숲, 312쪽, 1만8000원)

‘행복’에 대한 끝없는 논의는 이미 수세기 동안 많은 연구자들에 의해 이뤄졌다. 그러나 여전히 뚜렷한 정답은 보이지 않는다.

행복이란 무엇일까, 꼭 행복해야 할까 따위의 질문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책은 고대 그리스부터 중세와 근대를 거쳐 오늘날 자본 사회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어떻게 행복을 인식해왔는지 다룬다.

또 역사와 사회는 어떻게 행복을 규정했는지 문학, 예술, 사회, 정치, 역사 등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해본다.

행복에 대해 가장 포괄적이면서도 분석적인 성찰을 담고 있는 이 책은 2007년 국내에 이미 소개됐지만 번역자의 전반적인 수정과 보완을 거쳐 다시 출간됐다.

저자인 미셸 포쉐는 현재 프랑스 리옹대학교 역사학과 교수로 저서 ‘불멸의 사건들’, ‘대지는 전설이다, 인간의 상상력 앞의 과학’, ‘기억의 티베트’, ‘몽상의 추구’ 등을 펴냈다.

▲ 책 ‘머니라밸’ 표지.

#과거, 미래도 아닌 현재를 즐기는 삶

김은정 ‘머니라밸’ (담아, 308쪽, 1만4000원)

흔히 일과 삶의 균형을 두고 ‘워라밸’이라 표현한다. 이 책의 제목 ‘머니라밸’은 돈과 삶의 균형을 의미한다.

책은 제목에 걸맞게 둘 사이의 균형점을 잘 만들고 안정된 삶 속에서 지금 현재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안내한다.

저자는 앞서 펴낸 책 ‘부자는 내가 정한다’에서 돈 경영을 중점으로 다뤘다면, 이번 책에서는 자기 경영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이야기를 자기 경영 관점에서 풀어내면서 삶이 힘든 이들을 위해 용기와 희망을 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타인에게 가 있는 중심을 나에게 가져오고 이를 통해 정확히 자신을 알아가며 성장 기준을 오직 ‘나’로 두는 것. 시중 자기계발서와 다른 이 책만의 특별한 점이다.

덧붙여 자신의 삶을 사랑하고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 행복을 누릴 자격이 충분하다며, 궁극적으로 ‘카르페디엠’의 메시지를 전한다.

▲ 책 ‘바람의 귀’ 표지.

#인생사 62년만에 낸 첫 시집

최영 ‘바람의 귀’ (문예미학사, 130쪽, 9000원)

“스물다섯에 혼자되어/ 70년 동안 수절했지만 마지막까지 여자이고 싶어/ 안개꽃 무늬 블라우스 입고, 스카프 하고,/ 죽음을 기다리는 모습이 죽비가 되어/ 내 가슴을 탁 친다/ (중략)” (시 ‘202호실의 죽비’ 中)

요양병원 간병인으로 살며 틈틈이 써온 시들이 한 권의 책에 고스란히 담겨졌다.

책은 인생살이 62년이자 등단 25년 만에 펴낸 첫 시집이다. 전북 무주 출생인 시인은 신라문학 대상을 수상하며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한 문학 모임에서 김용락 시인을 만나 20년 넘께 매주 1회씩 함께 시를 읽고 문학이론을 공부했다.

초등학교를 다닌 것만이 학력의 전부였던 그는 온몸으로 부딪치면서, 넉넉치 않은 삶을 살아가며 자신의 생애에 걸친 생채기를 이번 시집에 녹여냈다.

시인의 작품을 두고 이하석 시인은 “그의 시가 소박하지만 정직하며 솔직한 감정 표현과 개성 넘치는 상상력으로 문단에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 책 ‘가을바람이 들려주는 풍금 소리’ 표지.

#마음의 길을 걸으며 써 내려간 삶

고병용 ‘가을바람이 들려주는 풍금 소리’ (도서출판 천우, 103쪽, 1만원)

“4월이면/ 고사리 꺾는 아낙네들/ 손놀림이 아름답다// 지나가던/ 바람도 잠시 쉬어가는/ 동산에 앉아 보면// 저 넓은 들녘에서/ 그 옛날 어머니// 날 부르는 소리” (시 ‘제주 들녘에서’ 中)

제주자연을 벗삼아 문학 활동중인 농부 시인이 일곱번째 시집을 펴냈다.

시인은 일기, 즉 시를 쓰며 살아가면서 보는 것들을 그대로 꾸미지 않고 솔직하게 표현한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최소한의 ‘삶의 길’인 양심을 탑처럼 우뚝 세워두고 오롯이 시와 함께 두 발로 선다.

시집에 담긴 작품들은 향토적인 서정이 짙게 깔렸다. 자연환경의 아름다움을 고향에 대한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진솔하게 담아낸다.

시집은 1부 ‘숨어 피는 꽃’과 2부 ‘허수아비’, 3부 ‘가을 저녁’ 등으로 구성해 일상 속 자신의 사색들을 차분히 나열했다.

시인은 “농사일을 하면서 딸을 잃어버리고 내 마음의 길을 걸어가며 쓴 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