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지사·국회의원 협력 주시

　원희룡 지사와 21대 국회의원 당선인인 오영훈(제주시을)·위성곤(서귀포시) 의원의 지난 21일 공식 만남이 큰 관심을 끄는 것은 총선 후 첫 간담회라는 상징성 이전에 해결해야 할 지역현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송재호 당선인(제주시갑)이 개인사정으로 불참해 전반적인 지역별 현안과 해결 방안까지 논의할 수는 없었을 테지만 모두발언의 내용을 보면 어느 정도 세 사람의 의중이 드러나고 있다.

　역시 전도민이 공감하는 정책에 대해선 협력하는 게 맞지만, 갈등이 극심한 현안까지 공조하는 것은 도민의 의사에 반(反)하는 것으로 도민적 저항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대 마지막 국회에서도 무산된 4·3특별법 개정안 21대 첫 국회 통과, 감염병 전담병원 설립, 4차 산업혁명에 부합한 신성장 산업 육성 등을 통한 일자리 창출, 관광·1차산업 육성 등은 대표적인 제주지역 현안이다. 이들 현안에 대해 도지사와 지역 국회의원들이 마주앉아 진지하게 논의하고 조기 해결을 위해 공조하는 것은 적극 권장할 일이다.

'뉴딜식 2공항 추진'은 착각

　그런데 이번 정책간담회에서는 귀를 의심케 하는 충격적인 말이 나왔다. 세부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구체적으로 어떤 말이 오고갔는 지는 알 수 없지만, 오영훈 당선인의 제2공항 관련 언급은 도무지 믿기지 않을 정도다. 그는 “정부가 한국형 그린뉴딜을 추진하고 있는데 제주도 사업안을 마련하고 제안할 필요가 있다”며 “제2공항 건설과 관련된 갈등도 조기에 해소될 수 있도록 도정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누가 봐도 한국형 뉴딜과 제2공항을 결부한 언급이며, 뉴딜사업으로 제2공항을 추진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은 경제회복을 위한 국가차원의 한국형 뉴딜의 핵심은 그린뉴딜이다. 1920~30년대 미국 대공황 당시 뉴딜정책은 도로·다리·항만·상하수도, 댐 건설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들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뉴딜사업은 정보통신, 신재생에너지, 기후변화에 대비한 친환경산업 등이다. 혹여 원 지사와 오 당선인이 제2공항을 한국형 그린뉴딜 사업으로 추진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면 착각도 보통 착각이 아니다. 지금은 토목공사를 뉴딜사업으로 추진하는 시대가 아니다.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게 맞다면 당장 뜻을 접어야 한다.

'죽음의 활주로' 외침 수용해야

　제2공항을 건설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제주도의회 제2공항 갈등해소특별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된다. 특위는 국토교통부와 제2공항반대대책위 등과의 토론과정을 거쳐 숙의형 공론조사, 주민투표 가운데 하나로 해결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도지사와 국회의원은 특위의 활동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제2공항 추진 또는 추진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행위를 전면 중지해야 한다.

　대의기관인 도의회 특위 활동을 무시하고 한국형 뉴딜을 들고 나오면 도민의사에 관계없이 도민 위에 군림하겠다는 것 밖에 안 된다. 도민을 외면한 ‘뉴딜 꼼수’는 결국 정치적으로 자기 무덤을 파는 꼴 밖에 안 될 것이다.

　제2공항 반대는 이미 도민을 넘어 전국화한 지 오래다. 특히 지난 21일 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 등 시민사회단체는 서울 청계광장에서 올해 국제생물다양성의 날 퍼포먼스로 ‘제2공항 OUT! 죽음의 활주로를 멈춰라’로 정해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도지사와 국회의원들은 도민이 아닌 국민까지 가슴으로 제주의 환경 파괴를 막겠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