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임청하 기자] #평범한 나날 속에서 찾은 빛나는 순간들

▲ 책 ‘이렇게 될 줄 몰랐습니다’ 표지.

재수 ‘이렇게 될 줄 몰랐습니다’ (심플라이프, 328쪽, 1만5000원)

만화가 겸 일러스트레이터, 이모티콘 개발자인 ‘재수’가 가족과 함께 보내는 일상을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그가 만든 SNS ‘재수의 연습장’ 계정에는 하루 하루 그린 그림 한 장씩이 업데이트된다. 주로 연습장에 연필로 그린 그림들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바로 게시되는 방식이다.

그림은 저자가 본 것을 토대로 완성되거나 만화 혹은 메모를 올리고, 짧은 영상이 되기도 한다.

특히 저자는 아내를 만나고 나서 그로부터 얻은 아이디어들이 많이 반영됐다고 전한다.

책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저자는 아내, 세 고양이와 함께 살 줄 몰랐다.

책에는 저자가 SNS 계정에 올렸던 컷들을 비롯한 결혼에 무관심했던 두 남녀의 첫 만남부터 결혼 과정, 우여곡절 끝에 가족이 된 세 고양이와 보낸 여정 등이 고스란히 그림과 글로 재현됐다. 또 다수의 미공개 컷, 새로 쓴 글 등 300여 점이 담겼다.

이 책은 저자가 4년만에 펴낸 신작으로 직관적이고 감각적인 그림, 일상의 단상과 감회를 담담하게 풀어낸 글이 어우러진 재미가 쏠쏠하다.

책은 저자 자신이 미처 깨닫지 못한 일상의 의미있는 순간들이 재탄생한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스쳐 지나면 잊히는 평범함들이 모여 사랑스럽게 되살아난다.

귀엽고 장난스러운 부부의 사건사고, 두 사람과 세 고양이가 빚어낸 교감과 변화, 빛나는 희로애락의 일상은 보는 것은 마침내 잔잔한 미소를 짓게 한다.

저자는 ‘재수의 연습장’을 통해 부지런히 살면서 쓰고, 그리고, 기록한다.

이를 통해 모든 과정을 한 컷에 담으면서도 매번 뒤통수를 치는 것 같은 반전을 제시하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반전을 선사한다.

지리멸렬한 일상에서 특별함을 포착하는 시선과 그의 유머러스함은 책에서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특히 적극적이고 솔직한 성격의 아내가 보여주는 코믹 상황극과 길고양이로 살 뻔한 세 고양이와의 일화는 서로를 가족으로써 어떻게 보듬는지 보여준다.

인생은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이유로 바로 지금, 곁에 있는 가까운 존재들과 현재를 함께하는 과정은 소중하다.

책은 일상의 행복을 발견하는 지혜를 가르쳐준다. 매일의 의미를 발견하는 방법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여운은 우리에게 기분좋은 시간을 선물할 것이다.

▲ 책 ‘시선으로부터’ 표지.

#경쾌함과 꼿꼿함을 잃지 않는 3대 이야기

정세랑 ‘시선으로부터,’ (문학동네, 340쪽, 1만4000원)

독창적인 목소리로 SF소설의 세계를 보여주는 정세랑 작가의 신간 장편소설이 나왔다.

이번 작품은 저자가 5년동안 구상부터 완성에 다다른 대작이다.

앞서 올해 3월 오픈한 웹진 ‘주간 문학동네’에서 세 달동안 연재됐고 이후 출간되는 첫 소설이다.

소설은 시대의 폭력과 억압 앞에서 순종하지 않았던 주인공 심시선과 그에게서 모계로 이어지는 여성 중심의 3대 이야기로 전개된다.

한국전쟁의 비극을 겪고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난 심시선과 20세기의 막바지를 살아낸 그의 딸 명혜, 명은, 그리고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손녀 화수와 우윤.

협력업체 사장이 자행한 테러에 움츠러들었던 화수는 세상의 일그러지고 오염된 면을 설명할 언어를 찾고, 해림은 친구에게 가해진 인종차별 발언에 대신 화를 내다가 괴롭힘을 당했지만 후회하거나 굴하지 않는다.

각자 자유롭게 의미를 찾는 여성들의 주체적인 이야기는 우리에게 가능한 새로운 시대의 모습을 제시한다.

▲ 책 ‘언어의 우주에서 유쾌하게 항해하는 법’ 표지.

#고수가 들려주는 ‘언어’ 숙달 비법

신견식 ‘언어의 우주에서 유쾌하게 항해하는 법’ (사이드웨이, 300쪽, 1만7000원)

하나의 언어를 마스터하는 것도 벅찬데 15개가 넘는 외국어를 통달한 이가 있다. 이 책의 저자 신견식씨다.

저자는 공부가 어렵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어떤 언어든 저마다 이야깃거리가 있으니 그걸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전한다.

책에서는 자신을 ‘어도락가(語道樂家)’라고 소개하면서 그 재미를 찾는 삶과 끊임없는 공부를 통해 자신이 어떻게 10여 개의 외국어에 숙달될 수 있었는지 들려준다.

저자에 따르면 언어공부는 ‘자신이 기꺼이 갇히고 마는 미로’다.

저자에게 언어는 수단이 아니라 하나의 목적이다.

때로는 짊어져야 하는 짐처럼 느껴져 무겁지만, 때로는 북극 밤하늘에 뜬 오로라처럼 신비로움을 안겨주는 목적인 것이다.

책에는 3개 이상의 언어를 서로 거울처럼 비춰보면서 그동안 보지 못한 자기 언어의 숨겨진 모습을 발견하는 재미가 담겨있다.

▲ 책 ‘세계미래보고서 2035-2055’ 표지.

#포스트 코로나 시대, 고찰해야하는 생존 전략

박영숙, 제롬 글렌 ‘세계미래보고서 2035-2055’ (교보문고, 592쪽, 2만2000원)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세계는 결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이 책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가장 먼저 준비하려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출간된 책이다.

코로나19로 인해 5~10년 앞당겨진 미래의 모습이 사회, 경제, 도시, 개인의 삶 등 전반에 걸쳐 소개하는 가운데 향후 50년을 지배할 유망 기술, 그로 인한 사회와 경제의 변화를 함께 점검한다.

아울러 건강과 의료, 경제와 일자리, 도시와 주거의 변화, 교육을 비롯한 각종 제도의 변화, 기후변화와 환경 등을 살펴본다.

책 제목과는 달리 책에서 다루는 많은 기술과 그로 인한 사회와 경제, 환경의 변화는 향후 10년 안팎으로 집중된다.

그러한 이유는 우리가 가까운 미래를 건너뛰고 먼 미래를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2030년까지의 기술 발전 추이를 통해 2035~2055년의 사회와 우리의 삶을 예측해 보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봐도 좋겠다.

▲ 책 ‘그들의 5.18’ 표지.

#1980년 당시 군인들은 어떻게 움직였나

노영기 ‘그들의 5.18’ (푸른역사, 484쪽, 2만5000원)

오랜 시간동안 한국현대사를 공부한 저자가 신간을 펴냈다.

‘왜 국민의 군대가 국민들에게 총을 쐈을까?’라는 질문을 품고 써 내려간 이 책은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맥락을 인과관계에 따라 추적하고 있다.

먼저 군의 계엄령과 위수령, 긴급조치 등 정치적 동원과 공수부대의 시위 진압 투입, 정치하는 군인들(신군부) 등이 박정희 정권이 남긴 유산임을 지적하고 있다.

또 실제 일어난 1979년 10·26 이후 12·12 군사반란을 통해 군 지휘권을 장악한 이후 신군부가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가를 검토하고 있다.

보안사령부의 부마항쟁 평가와 육군본부의 보고서에 1980년 공수부대의 폭력이 배태됐고 이같은 군의 강경 진압을 부추기는 지침이 1980년 5월 광주에서 공수부대에 의해 더욱 잔혹하게 적용됐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한편, 저자는 조선대, 성균관대, 충남대, 서울대에서 강의하고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을 지냈다.

▲ 책 ‘위반하는 글쓰기’ 표지.

#글쓰기 실력을 업그레이드 하고 싶다면?

강창래 ‘위반하는 글쓰기’ (북바이북, 272쪽, 1만5000원)

소위 ‘글쟁이’가 되고 싶은 이들을 위해 세상에 나온 책이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잘못 알면 어렵고 힘들지만 제대로 알고 나면 더없이 즐겁고 행복한 일’이 글쓰기라고 말한다.

시중에 잘못된 글쓰기 이론이 즐비하고 오랫동안 검증되지 않은 채로 유통된 것을 보고 바로 잡고 싶었다던 저자는 프로 작가들이 감각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을 담았다.

길게 보면 25년, 짧게 보면 15년의 집필기간이 걸린 이 책은 ‘글을 고치는 능력’을 가장 중요한 것으로 꼽았다.

아무리 뛰어난 작가라도 한번에 좋은 글을 쓰지 못한다.

이에 고치려면 무엇을 어떻게 고쳐야 할 지 낱낱이 잘 알아야 하는데 이를 책에 고스란히 적어 두었다.

책에는 글쓰기 순서를 10가지로 정리해 소개하고 있다. 덧붙여 정독과 다독을 통해 세상을 좀더 깊이, 잘 이해하라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