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이파라파냐무냐무’ 표지.

[제주신문=임청하 기자] #시각적 '차이' 우리가 만들어 낸 선입견

이지은 ‘이파라파냐무냐무’ (사계절, 64쪽, 1만5000원)

매번 개성 넘치는 캐릭터로 발표하는 작품마다 이야기를 각인시키는 작가, 이지은의 신작이 나왔다.

저자는 지난해 여름 ‘팥빙수의 전설’을 출간해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으며 전작 ‘빨간열매’에서도 빨강과 아기곰, 둘의 다양한 시각적인 결합으로 이야기의 흡입력을 높였다는 평을 받았다.

이번 작품 캐릭터는 ‘마시멜롱’과 ‘털숭숭이’다.

줄거리는 신비로울 만큼 평화로운 땅, ‘마시멜롱 마을’에서 시작한다. 이 마을은 마시멜롱들이 사는 곳으로 연둣빛 동산이 나지막하게 이어진다.

풍요로운 먹거리와 폭신한 땅, 느긋해서 금방 잠이 올 것만 같은 마을이다.

어느 날 동산 너머로 천둥 같은 소리가 들려온다. 그 소리는 바로 ‘이파라파냐무냐무’다.

소리는 점점 가까이서 들린다. 그 소리를 따라가 보니 산만한 덩치에 시커먼 털숭숭이가 도사리고 있었다.

제아무리 느긋한 마시멜롱들이라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평온하기만 한 마시멜롱들의 세상에 균열이 온 것이다.

이때 모든 마시멜롱이 한눈으로 털숭숭이를 보고 다른 생각을 하는 마시멜롱이 있다.

책에서 놓칠 수 없는 장면은 아주 작은 몸집의 마시멜롱과 아주 큰 털숭숭이가 만나는 장면이다.

이는 그들이 얼마나 다른지 시각적 ‘차이’를 보여주는 장면이면서 동시에 오해가 풀리는 첫 전환점이기도 하다.

이윽고 털숭숭이가 하고 싶었던 ‘진짜 말’이 정체를 드러낸다.

그림책의 화면은 속 이런 마시멜로들의 속 타는 마음을 반영하듯 속도감 있는 전개를 보여준다.

특히 캐릭터의 움직임을 순차적으로 담아 이야기를 고조시키고, 뒤이어 배치한 펼침면으로 유머러스한 결과를 보여주며 캐릭터의 귀여운 매력을 한껏 뽐낸다.

캐릭터 하나하나마다 다른 표정과 동작을 보여주면서 이들에게 말을 붙여 보는 것도 그림책을 읽는 또 하나의 재미다.

동화적인 공간이 주는 따뜻한 행복감이 책 전체를 감싸는 것만으로도 읽는 내내 미소를 지을 수 있다.

작가가 말하는 그림책 전체를 아우르는 메시지, 책 제목이기도 한 ‘이파라파냐무냐무’의 뜻을 알게 되면 더욱 책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아이의 마음을 열고 성장시키는 엄마의 말솜씨

▲ 책 ‘내 아이 마음을 사로잡는 대화법’ 표지.

고경희 ‘내 아이 마음을 사로잡는 대화법’ (따스한이야기, 223쪽, 1만3000원)

부모들은 아이와의 대화가 원만하게 이뤄지길 바란다. 하지만 현실은 올바른 대화법을 몰라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거나 아이가 이야기하는 중간 과정에서 말을 끊어버리는 등 좌충우돌이 벌어지기 일쑤다.

책은 싱글맘이자 두 아들을 둔 20년차 독서논술교사인 저자가 아이와 나눌 수 있는 다양한 대화를 예시로 들려준다.

책의 첫 목차에는 ‘아이와 어떻게 대화해야 할까요’라는 물음 아래 대화가 쉽지 않을 법한 아이의 유형을 나눴다.

게임만 하는 아이부터 내성적인 아이, 공부 얘기만 하면 짜증 내는 아이, 학교 가기 싫어하는 아이, 거짓말하는 아이, 시험 걱정이 많은 아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적이 안 나오는 아이다.

책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와의 대화가 불편해진 부모의 사례를 든다.

이를 유형에 따라 어떻게 대화를 시도하고 이끌어 갈 수 있을지 해법을 제시한다.

#마음 저변에 있는 용서, 그리고 기억을 쓰다

▲ 책 ‘남겨두고 싶은 꽃에 대하여’ 표지.

김가영 ‘남겨두고 싶은 꽃에 대하여’ (열림문화, 203쪽, 1만원)

제주출신 수필가이자 극작가로 활동중인 김가영 작가가 최근 신작을 펴냈다.

책은 살아오면서 저자의 삶 곳곳에 새겨둔 흔적을 벗삼아 쓴 수필집이다.

1부 ‘노을’, 2부 ‘그 쓸쓸함에 대하여’, 3부 ‘와인이 시(詩)처럼 익는 곳’, 4부 ‘여름, 꽃을 보면서’, 5부 ‘아버지와 튤립’, 6부 ‘나는 울고 싶다’, 7부 ‘당신만의 연문을’, 8부 ‘별 쏟아지던 밤’, 9부 ‘엉겅퀴 꽃을 사랑합니다’ 등 총 9부로 구성됐다.

예술가로서 사는 삶의 이면과 더불어 시간을 흐르고 나이를 먹으며 깨달아가는 저자만의 깊은 사색을 엿볼 수 있다.

한편, 김 작가는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와 같은 대학 문화예술대학원 연극과를 졸업하고 1992년 ‘문예사조’로 한국문단에 등단했다.

이후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제주지회장, 제주수필문학회장, 제주여류수필문학회장,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 직무대행 등을 역임했다.

#내 마음을 돌보고 싶을 때 아는 의사가 있다면?

▲ 책 ‘그냥 좀 괜찮아 지고 싶을 때’ 표지.

이두형 ‘그냥 좀 괜찮아 지고 싶을 때’ (심심, 280쪽, 1만6000원)

코로나19 여파로 사회 전반적으로 우울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꼭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어느 날, 내 삶이 부적절하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고 이유없이 불안하거나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고민될 때가 있다.

이별과 실직, 가까운 이의 죽음 등 삶을 뒤흔드는 사건을 겪었다면, 이에 맞는 적절한 방안은 없는 것일까.

책은 마음이 힘들 때 찾아가는 정신과 의사가 자신이 정신의학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써 내려간 결과물이다.

내과나 정형외과 등 다른 병원과는 달리 선뜻 발걸음을 하기에 망설여지는 정신과를 두고, 저자는 ‘아는 정신과 의사가 있다면?’이란 생각으로 책을 썼다.

저자는 정신과 전문의이자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으로서 차분하고 실질적인 조언을 건넨다.

#모든 직장생활의 종착지는 백수?

▲ 책 ‘5년 후 나는 어디에 있을 것인가’ 표지.

이용덕 ‘5년 후 나는 어디에 있을 것인가’ (토네이도, 328쪽, 1만7000원)

앞으로 도래할 사회의 변화상은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그에 맞춰 개인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저자는 지난 20년간 미국 기업의 전문 경영인으로 근무하며 실리콘밸리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목격했다.

이에 미래 기술의 변화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젊은이들에게 자신의 미래를 생각해 볼 시간을 만들어주고 싶었다고 전한다.

저자에 따르면 꿈이라는 공에는 실체가 없다. 그래서 더 첫발을 내딛기 망설여지지만, 작든 크든 한 걸음을 내딛기만 한다면 안개에 가려진 것들이 조금씩 형태를 드러낸다.

바라는 것에 그치는 것은 꿈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변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책은 단순히 나아가는 것보다 ‘스스로 덧붙인 생각’이 있는 변화여야만 의미가 있다고 힘줘 말한다.

#한국전쟁에서 엿보는 전염병 시대

▲ 책 ‘전염병 전쟁’ 표지.

이임하 ‘전염병 전쟁’ (철수와영희, 372쪽, 2만원)

올해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민중의 삶을 연구해 온 역사학자 이임하가 신작을 펴냈다.

저자는 한국인의 일상을 바꾼 한국전쟁과 전염병에 대한 이야기를 주제로 삼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전염병으로 힘들어하는 요즘, 과연 어떤 삶의 방식이 인간과 환경이 서로 공존할 수 있는지 단초를 제시한다.

실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많은 전염병이 돌았던 때가 바로 한국전쟁 때다.

책은 전쟁 당시 장티푸스와 두창, 발진티푸스 등 각양각색의 전염병이 급속하게 퍼진 가운데 펼쳐진 방역과 보건 의료 정책 등을 중심으로 민중의 삶을 다양하게 담고 있다.

특히 전염병에 대한 증언을 비롯해 5만 장이 넘는 관련 문헌과 연도·시도별 통계, 전염병 관련 포스터 및 사진 자료 등을 통해 전염병이 어떻게 유행했는지 두루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