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추진하는 ‘제주도 주민참여 읍·면·동 발전계획 수립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은 이미 운영 중인 ‘읍·면·동 주민자치위원회’와 기능이 유사해 옥상옥 기구가 될 수 있다. 여기에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한 수 더 떠 조례안 명칭을 ‘읍면지역 발전 원탁회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으로 수정해 가결했다.

　이 조례안이 도의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현행 주민자치위원회는 유명무실한 기구로 전락할 수 있다. 설사 유지된다 하더라도 역할이 크게 축소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읍·면·동 자치실현 기구인 제주민회가 최근 논평을 통해 “이 조례안이 본회의에서 가결될 경우 제주의 주민자치가 크게 후퇴할 것”이라며 “25일 본회의에서 부결 처리하라”고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제주민회가 “수정된 조례안 역시 도지사가 읍면발전 계획의 주체이고 주민은 보조적 역할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한 점이다. 실제로 수정된 조례안은 주민 참여를 강조하면서 발전계획 수립의 주체를 도지사로 하고 있다. 물론 이를 위한 ‘100인 구성’은 수정 전후 조례안에 다 포함돼 있다.

　이미 운영 중인 주민자치위원회도 역할 불충분에다 예산이 부족해 사실상 형식적인 기구가 되고 있는데 다시 비슷한 기구를 하나 더 만들겠다니 납득할 도민이 얼마나 있겠는가. 제주도와 도의회는 “혹시 도지사와 도의원 선거용으로 이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일각의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원탁회의 조례안을 철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