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
기획특집작가의 작업실
"앞으로 나가기 보다 내면 깊이 들어가야"(19) 김선일 작가
10년 직장 정리...나 위한 삶
각자의 삶 철저히 고민해야
돌담처럼 제각각의 세상 일궈
임청하 기자  |  purenmul@jeju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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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6.23  17:2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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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일 작가.

[제주신문=임청하 기자] 끊임없이 창의성을 발현하고 새로워지기 위한 노력들이 앞세워지는 시대다. 이때문에 개인은 쉬지 않고 변화하는 게 자연스런 흐름인 것만 같다.

김선일 작가(39)는 직장인으로 산 지 10년, 퇴사를 택했다. 그간 최선을 다해 살아왔지만 정작 자신을 위해 살아본 적이 한번도 없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둘째 아이의 출산을 곧 앞뒀던 상황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하지만 가까이서 그를 본 아내는 되려 응원했다.

그렇게 그는 미술대학을 졸업한 지 제법 시간이 흐른 뒤 본격적으로 작업에 임할 수 있었다.

오랜 시간 가까이 자신을 잊고 살아온 만큼 그의 작업은 늘 ‘나 자신’에서 비롯된다. “내가 없으면 모든 행위가 가짜”라며 자신이 없다면 ‘의미가 없다’는 확신을 내비쳤다.

이런 그의 자세는 흔한 자기애 혹은 자만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내면 깊숙이 파고 들어가는 자기 성찰에 가깝다.

철학자 마르크스의 ‘존재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말에 빗대면 ‘나’라는 필터에 따라 대상의 무게가 달라진다는 것, 그러니까 각자의 삶에 대해 철저히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하지 않으면 뒤처지는 현 사회에서 노동력을 포함한 인간의 모든 활동은 생산성으로 평가된다. 그런 현재를 살아내는 우리네 삶을 작가는 인체 형상을 통해 고찰한다.

작가의 작업은 ‘자화상’을 주제로 확장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본성과 이성의 대립이다. 이는 작가가 한 가정의 가장이면서 동시에 작가라는 두 정체성 사이에 존재하는 갈등이다.

얼핏 보면 불가피한 입장인 듯 보이지만 사실 작가는 이 둘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그의 작업에서 중심에 있는 건 결국 가족의 행복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자기 자신을 소홀히 여기지 않는다.

“무엇을 하든 나를 위해서, 스스로의 행복을 기반에 두고 다른 것을 즐기면 되는 것 같다”며 매번 인생의 지향점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내가 걷는 이 길이 과연 맞는지 고민하게 되더라도 가고자 하는 지점이 확고하다면 괜찮을 것이란 말이다.

   
▲ 김선일 작 '자화상'.

각자의 특성을 알고 오롯이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법의 정답을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작가의 작품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을 거 같았다.

최근 작가의 작업은 제주 돌담을 토대로 이뤄지고 있다. 돌담을 이루고 있는 한 돌멩이에서 자신을 발견한 그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연상시켰다. 그 안에서 우리는 각자의 공간을 지키기 위해 정신이 없다. 그러나 바람을 통과시키는 돌담처럼 우리는 꽉 막힌 관계만이 아니다. 유기적으로 엮여 있으면서 서로 빈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

그는 “사회 구조가 돌담이라 하면 그 돌을 이루는 게 개개인인데 이들은 누군가의 필요로 부동돼 있다”고 정리한다.

더 많은 걸 소유하려고 안달난 세상이지만 결국 우리는 우리 자신이 될 뿐이다. 우리는 나름대로 제각각의 ‘세상’을 일구고 있다. 그렇게 크고 작은 세상이 모여 무수한 형태가 되고 그 안에서 존재하는 게 인간일 것이다.

“앞으로 가는 것보다 내면 깊이 들어가야 한다”는 그의 말에서 보이진 않지만 꾸준히 성장중인 각자의 세계를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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