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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산다는 것
김구하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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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7.01  17: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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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월 초입인데도 습한 무더위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잠잠하던 바이러스가 다시 창궐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드는 요즘, 거리 두기로 인한 불신과 입과 코를 꽉 닫아야 하는 마스크의 장애로 사람들은 바이러스 중독자가 되어 버린 것 같다.

해넘이가 시작한 오후, 통유리로 된 창가에 앉아 밖을 내다본다. 바람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에서 강렬하게 내뿜는 태양은 아직도 기세가 등등하게 나의 텃밭을 짓누르고 있다. 잎이 축 늘어진 오이는 허덕거리고, 이제야 꽃을 피우는 가지나물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자리를 뜰 수 없는 식물들의 하루 일상이다.

텃밭은 작년과는 다르게 늦게 꽃을 피우고 작황도 별로 좋을 것 같지 않다. 꽃을 피우는가 했더니 열매가 맺지 않는다. 나비 한 쌍이 나풀거리며 며칠을 다녔는데도 열매는 없고 오히려 갓 자라던 어린싹을 애벌레가 모두 갉아 먹어버렸다.

꽃향기를 찾아 들어 온 나비들을 귀한 손님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도둑놈이었다. 그래도 먹다 남은 것은 있으려니 기대했지만, 결과는 황량함이다. 어린 배추를 주고 가지나물과 방울토마토를 얻으면 된다는 마음으로 나비들을 내쫓지 않았다. 어느 생명을 살린다는 핑계로 또 다른 생명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 사람으로서 속이 까끌까끌 편치 않았다.

한여름 밤을 아름답게 조명하는 반딧불이는 애벌레 시절에 양분을 저장해놓았기 때문에 번데기 동안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다 성충이 되면 짧은 시간 속에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 짝짓기와 알 낳기에 여념이 없다. 인간의 눈으로 보는 곤충은 종족보존을 위해서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고 마감하는가 보다.

그러나 인간은 동물과는 차별되어야 하는 존재다. 인간에게는 동물 안에 없는 아주 고귀한 선물들이 주어져 있다. 양심, 사랑, 진실, 정의, 도덕률과 같은 아름다운 것들이 인간의 본질 안에 들어 있다. 우리 인간에게만 부여된 진정 고귀한 것들을 지켜감으로써 긍지와 자존심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 본래 인간다운 삶이란 다양한 속성을 가진 사람들이 사는 세상에서 서로를 인정하고, 빈자리를 채워주는 블록게임과도 같다.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하나가 둘이 되고 셋이 되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조화로움과 잡힌 균형감각은 삶의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과정이며 인류가 추구하는 유토피아다.

하지만 이 시대의 인간은 유토피아가 눈앞에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착각을 넘어 완고함의 극치로 내닫고 있다. 이상사회는 물질적으로 조합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의 마음에서 시작되고, 소통과 합의를 통해 이루어지는 험난한 과정이다. 소통과 합의는 구성원들의 치열한 대화와 합의가 모은 도덕에서 법률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오늘의 인류는 참으로 목이 뻣뻣한 지도자들의 독단에서 위기를 맞고 있는지 모르겠다.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의 말이 생각난다. “저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내 가슴안에는 도덕률이 빛난다.

자연생태계에는 사라지지 않는 윤리성이 존재한다. 공생이다. 창조된 존재의 의미에 따라 서로가 주고받으며 함께 사는 것이다. 그것이 미물이든 하찮은 신분의 인간이든 공생 관계를 인정하는 것처럼 중요한 것은 없다. 관계를 인정하는 순간, 이 세상이 얼마나 풍요로운 곳인지를 우리는 알게 된다. 그리고 이 세상에 사랑해야 할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도 알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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