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성담 오월민중항쟁연작판화 ‘새벽’ 전시가 열릴 아트스페이스·씨 3층 전시장 내부.

▲ 홍성담 작 '횃불행진'.

[제주신문=임청하 기자] ‘길을 따라 한없이 이어졌다/ 세상의 모든 길이 불을 밝혔다/ 어두운 밤을 물리칠 씨앗// 우리는 그 날/ 땅 속 깊이 심었다/ 불꽃.’ (시 ‘횃불행진’ 中)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생생히 담은 1980년대 판화작품들이 제주에 상륙했다. 일명 ‘오월화가’이자 민중미술 1세대인 홍성담 작가의 전시다.

아트스페이스·씨(관장 안혜경)는 오는 4일부터 17일까지 홍성담 오월민중항쟁연작판화 ‘새벽’ 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올해 5·18 광주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작가의 판화 연작 50점을 선보인다.

전시 작품들은 작가가 1980년대 초반부터 1989년까지 작업해 온 목판화와 고무판화가 주를 이룬다.

1980년 5월 당시 작가는 광주에서 시민군, 문화선전대 일원으로 항쟁 현장에 있었다.

그는 민주화운동이 끝난 이후 미국, 독일 등 해외 인권단체 및 교회에서 초청을 받아 직접 보고, 듣고, 겪은 민주화운동의 생생한 장면을 작품에 담았다.

특히 신군부의 계엄령에 따라 만행에 저항했던 시민들의 모습을 나무에 칼을 파는 판화 기법을 통해 생생히 전달하고자 했다.

아울러 작품 속에 새겨진 기억과 경험들이 민주화운동이 널리 알려지는 발판이 되길 기대했다.

전시장 3층에서는 ‘횃불행진’, ‘폭력과 학살’, ‘쓰라린 오해와 교훈’, ‘막힌 언론, 고립을 뚫는 투사화보!’, ‘대동 세상’, ‘최후 항전’ 등 작가의 판화 연작들이 당시 상황을 묘사한 짧은 시(詩)들을 감상할 수 있다.

지하 1층에서는 5·18 기념재단이 제작한 영상과 자료 사진, 현장 안내 지도 등 민주화운동에 대한 이해를 돕는 자료들도 함께 공유된다.

작가는 “민주화운동, 4·3에 너무 진혼하고 비통해하기보다 이제는 왜 그런 일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직면하고 대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혜경 관장은 “국가폭력으로 벌어진 역사를 기억하지 않으면 언젠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며 “이번 전시가 지난 역사를 잊지 않고 기억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작가는 세월호 참사와 촛불 집회, 박근혜 풍자작품 등 시대별 이슈를 작품에 녹여내면서 활발한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