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사물에게 배웁니다’ 표지.

[제주신문=임청하 기자] #"오늘이 조금 더 좋아지도록 마법을 걸 거예요"

임진아 ‘사물에게 배웁니다’ (휴머니스트, 176쪽, 1만4000원)

커피, 포스트잇, 올리브유, 휴대폰, 콩자반, 책, 티 코스터, 섬초와 줄기콩. 우리 주변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사물들이다.

익숙하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 반짝임을 찾는 일러스트레이터 임진아가 소리없는 우리 주변 사물들이 건네는 이야기를 토대로 신작을 펴냈다.

저자는 사물을 지그시 바라보다보면 오늘의 나에 대해 쓰고 싶어질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나, 그리고 타인의 경험만으로는 배울 수 없는 것 투성이인 게 세상이다.

세상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말이 없는 대상의 말을 듣고 배우는 마음가짐을 꼽는다. 이로써 삶을 사는 것이 더 너그러워지는 일이라는 것이다.

매일 사물에게 도움을 받고 그 안에 나의 이야기를 수납하고 정리해 둔다는 게 저자의 말이다. 하지만 시시각각 정보가 바뀌고 알아야 하는 것이 늘어나는 세상에서 쉬운 일일까.

책 첫 페이지에는 ‘책을 펼친 이 순간부터 주위의 사물들이 당신에게 마법을 걸기 시작할 거에요. 오늘이 조금 더 좋아지도록 말이에요’라는 저자의 따뜻한 말이 적혀있다.

이로부터 시작하는 이야기는 무심결에 쌓인 유대감으로 우리 곁에 놓인 사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저자는 내게 닥친 사소한 문제를 곧장 해결해주고 어둠에 가까워지는 나의 손에 무언가를 쥐어주는 게 사물이라고 말한다.

그 사물들은 때론 편지가 돼 차마 하지 못한 말을 전하기도 하고, 직접 표현하지 않은 친구의 응원도 단번에 느끼게 해준다.

궁극적으로 저자는 매일 사물에게서 도움을 받는 우리의 일상, 그 안에서 나를 사랑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전한다.

그럼에도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나를 더 좋아하고 싶단 마음을 간직한다는 것.

그렇게 매일의 ‘나 사랑하기’ 과정을 사물을 통해 들여다보고 내일까지 쭉 이어지고 싶다는 말이다.

곁에 놓인 사물들을 통해 저자는 되도록 행동으로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이렇듯 기분 좋은 물건이 생활을 키우고 잘 모르던 ‘다음’을 만든다.

사물을 조용히 바라보는 사이 어느새 오늘의 나에 대해 쓰고 싶어질지도 모른다는 기대어린 말투를 전하며 책은 매일의 지루함 속에서 행복을 찾으려는 우리들을 비춘다.

▲ 책 ‘라이브 경제학’ 표지.

#자본주의 체제에서 한국경제의 생존법은?

강성진 ‘라이브 경제학’ (매일경제신문사, 244쪽, 1만4000원)

세계에서 한국 경제는 정부의 강력한 시장개입으로 유례없는 경제발전을 이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 민간 경쟁력이 충분히 확보된만큼 민간주도형 경제발전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하는 책이 나왔다.

책은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시대에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달성하기 위해 창의적인 민간 중심의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해야한다고 주장한다.

또 경제서인 책의 성격에 맞게 경제원론의 관점에서 자본주의의 과거와 미래를 살펴본다.

이를 통해 더이상 ‘완벽한 시장’은 없음을 전제하고 현재 경제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도록 시장과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책은 여러 자본주의 체제 중 시장과 정부의 역할이 적절하게 조합되는 ‘한국형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고 전하며 어떤 시스템이 국내에서 잘 작동할 것인지 고찰해 보는 계기를 마련한다.

▲ 책 ‘일곱 해의 마지막’ 표지.

#이루지 못한 꿈은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김연수 ‘일곱 해의 마지막’ (문학동네, 248쪽, 1만3500원)

한국문학의 판도를 바꿔냈다고 일컬어지는 작가, 김연수의 신작 소설이 나왔다.

소설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이후 8년 만에 펴내는 이번 장편소설은 청춘과 사랑, 역사, 개인 등 그동안 펴냈던 작가의 작품 속 핵심 주제들을 모두 아우르고 있다.

책은 한국전쟁 이후 급격히 변한 세상 앞에 선 시인 ‘기행’의 삶을 보여준다.

주인공 기행은 원하는 대로 시를 쓸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한다. 번번이 현실의 벽에 부딪치면서 시를 향한 마음만으로 되지 않는 것이 있을 것이란 짐작에 괴로워하는 나날들이 이어진다.

그런 기행의 모습을 보며 속수무책인 현실의 앞에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해야하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기행에게 1958년 여름, 러시아 시인 벨라의 편지가 도착한다. 당의 문예 정책 아래 원하는 시를 쓰지 못하고 있던 그는 무기력한 삶을 살아가던 차에 벨라에게서 온 그의 회신으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 책 ‘내 삶에 알맞은 걸음으로’ 표지.

#덜어낼수록 찾게 되는 삶의 행복

아인잠 ‘내 삶에 알맞은 걸음으로’ (유노북스, 264쪽, 1만4500원)

13년간의 결혼생활을 뒤로 하고 ‘행복’을 선택한 이가 있다. 카카오 브런치 200만 뷰의 주인공인 작가 아인잠이다.

작가는 전작 ‘내 인생에서 남편은 빼겠습니다’를 통해 우여곡절의 결혼 생활과 현실적인 부부싸움의 이야기로 많은 주부들의 공감을 얻었다.

이번 신간에는 이후 다른 모습으로 인생에 그리는 희망과 열정, 기쁨, 노력, 인내, 행복 등에 대한 순간을 담았다.

일명 저자는 ‘졸혼 후 독립, 세 아이를 책임진 싱글맘, 급성 뇌경색에 걸린 작가’라는 타이틀로 불려진다.

얼핏 보면 불행과 자존의 이름으로 여겨지지만 작가가 새롭게 시작한 인생에서 얻은 ‘희망’의 아이콘같은 이름이다.

책은 인생에서 남편을 뺀 용기있는 결단으로 기회를 잡은 작가의 모습과 더불어 세 아이와 함께 온전한 자신의 삶을, 스스로의 속도로 걸어가는 면모를 보여준다.

▲ 책 ‘오티움’ 표지.

#일상과 과거에서 재발견하는 만족

문요한 ‘오티움’ (위즈덤하우스, 240쪽, 1만4800원)

노동시간이 짧아지고 여가 시간이 점차 길어지는 시대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주당 근로자의 평균 근로시간은 임금 근로자 35.9시간, 비임금 근로자 46.8시간으로 전년보다 각각 0.7시간, 0.3시간이 줄었다.

그런데 삶의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의 비율도 함께 줄었다. 이유는 무엇일까. 왜 쉬는 시간이 늘었지만 인생의 행복은 덜 느끼게 된 걸까.

저자는 우리 시대가 불행한 이유 중 하나로 ‘나’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지만 정작 나를 채우는 내용물은 빈약하다는 점을 든다.

인생의 전반동안 자신은 잊은 채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유능한 사람으로 인정받기 위해 물속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는 백조처럼 살아왔기 때문이다.

정신과의사인 저자는 그간 고민한 행복의 본질과 여가를 주제로 한 이야기를 풀면서 ‘내적 기쁨을 주는 능동적 여가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 책 ‘회복력, 108일 여행’ 표지.

#나 자신을 들여다보며 갖는 치유의 힘

앳모닝 ‘회복력, 108일 여행’ (디 이니셔티브, 240쪽, 1만3000원)

코로나19로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된 요즘이다. 다시 마스크를 쓰지 않던 시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책은 몸도, 마음도 위축돼 가는 우리 시대에서 언제나 풀이 죽을 수만은 없다고 말한다.

그럼으로 ‘회복력’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저자가 말하는 회복력은 예기치 않게 찾아온 인생의 도전을 성공적으로 이겨내는 힘이다.

책은 좌절을 겪었을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먼저 스스로에게 그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고 받아들이는 시간을 주는 것이라 전한다.

자신을 더 강하게 밀어붙이는 게 아닌 재충전의 시간을 주라는 것이다.

책은 동서고금 현인들이 전하는 충고와 함께 그날그날 떠오른 생각들을 기록하도록 제시한다.

이윽고 ‘마음 근육’을 길러 삶의 기술은 결국 회복력이라는 것을 주장하며 글쓰기를 통해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도록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