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
기획특집작가의 작업실
"살아있다는 증거·삶의 기반은 '기억'"(20) 김수연 작가
실명 위기서 절박함 갖게돼
에나멜, 기억에 볼륨감 부여
현재의 순간 꾸준히 그릴 것
임청하 기자  |  purenmul@jeju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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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7.14  17:4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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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연 작가.

[제주신문=임청하 기자] 그 어떤 것도 영원한 건 없다. 순간을 함께해도 불현듯 이별의 시간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어김없이 만남과 헤어짐은 반복되고 이러한 흐름에 맡겨진 채 흐르는 게 우리의 삶일지도 모른다.

김수연 작가(29)는 작업을 통해 ‘기억’을 붙잡는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그는 자연이 주는 익숙한 풍경과 함께 육지와 바다의 이동수단인 배를 주요 소재로 삼아왔다. 배를 자주 그렸던 이유는 아버지의 본래 꿈이 선원이었던 영향과 어디든 자유롭게 오가는 특성으로 볼 때 어디선가 생겨난 기억을 싣고 오는 것 같은 생각에서였다.

이처럼 그가 기억에 집중하는 데는 개인적인 사연이 있다.

고등학생이던 어느 날, 실명이 될 수도 있다는 병원 진단을 받았다. 이후 주기적으로 받게 된 시력검사와 일상에서의 불편함은 그에게 있어 삶에 대한 절박함으로 느껴졌다. 돌아서면 잊을까봐 두렵고 오랫동안 기억 속에 간직하고 싶은 대상 또는 추억을 그는 작업에 담기 시작했다.

그가 주로 사용하는 재료는 에나멜이다. 이 또한 기억과 닮은 에나멜의 속성에서 비롯됐다.

기억이란 노트북처럼 저절로 업데이트되는 것도 아니며 계속 사라지는 것이다. 눈을 감고 머릿속에서 어떤 것을 떠올린다고 했을 때 세세한 게 모두 드러나는 건 아니다. 마치 퍼즐처럼 특정 부분을 연상할 수 있다.

이러한 기억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던 그는 일반적인 회화 재료에서 물감의 볼륨감을 살릴 수 있는 에나멜을 택했다. 여기에다 화면을 세밀하게 나눠 집중한 결과, 먼 거리에서는 사진인듯 보이고 가까이 가면 추상화로 보이는 효과가 나타났다.

결국 그의 작품은 적당한 거리를 두고 보아야 비로소 본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매력을 갖게 된 것이다.

거리에 따라 다양한 감상이 가능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기억의 변화를 보여준다. 이런 작가의 작업은 기억의 수단이 점점 늘어나는 시대와 어울리는 것 같았다.

   
▲ 김수연 작 ‘Memory’.

상상과 창의성이 모두 복합돼 완성되는 것이 미술작품이란 점에서 작가의 작업은 여러 감정을 기록할 수 있다. 더불어 그와 같은 경험을 가진 이들과 공감하고 나눌 수 있는 힘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작품을 통해 그가 궁극적으로 전하려는 건 다름 아닌 기억의 소중함이었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인간의 모든 감각으로 체화된 기억은 결국 자기 자신이 살아있다는 증거이자 내일을 살아갈 지혜를 주는 기반이다.

그저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순간들을 작업을 통해 환기시키며 오늘을 꾸준히 그려나가는 것이 그의 작업이자 곧 현재 진행중인 삶이었다.

현재 예술계가 코로나19 사태에서 열악한 환경을 마주했지만 오히려 영상을 비롯한 타 장르에 관심을 갖게 되는 등 작가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 것도 사실이라고 힘 줘 말했다.

아름다운 제주풍경을 더욱 오롯이 품기 위해 최근 작업실을 옮겼다는 그에게서 이미 가지고 있기에 정작 자세히 보지 않는 것은 없는지 돌아보는 계기를 갖게 됐다.

차마 다 표현되지 못하는 미묘한 감정과 경험은 결국 내 안에 존재하는 건 아닐까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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