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동생이 생기는 기분’ 표지.

[제주신문=임청하 기자] #어린 동생을 맞닥뜨리면서 마주한 조금 더 특별한 순간
이수희 ‘동생이 생기는 기분’ (민음사, 264쪽, 1만4000원)

무려 열 살 터울의 자매의 일상이 담은 성장기가 책으로 나왔다. 이수희 작가가 쓰고 그린 만화 에세이집 ‘동생이 생기는 기분’이다.

작가는 열 살이나 어린 여동생과 함께 싸우고 사랑하며 일궈온 시간들을 4컷 만화와 따뜻한 글로 기록했다.

책을 펴내기 전, 작가는 4컷 만화 45컷 분량으로 제7회 카카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했다.

심사 결과, 대상을 수상하며 당선됐다.

당선 이후 6개월동안 기존 당선작에서 4컷 만화 150여 컷, 에세이 12편으로 확대 집필해 이 책을 완성했다.

책 속 4컷 만화를 보면 동생이 태어나기 전 에피소드와 함께 태어났을 때부터 시기별로 기억에 남는 생생한 순간들이 담겼다.

에세이에서는 29살이 된 작가가 지금에서야 깨닫게 된 가족에 대한 의미와 사랑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작가와 동생, 이 두 주인공이 독립된 개인으로 성장하기까지의 일화들은 바쁘게 사느라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도 잊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낯설지만 익숙한 감정과 느낌을 일깨워준다.

작가는 열 살어린 동생 수진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일상에서 계속 보여준다. 이를 통해 자신보다 어리고 작은 시간을 헤아릴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된다.

간혹 사람들이 엄마에게 하는 말이 이상하게 들릴 때도 마주한다. ‘우리 가족’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왜 엄마에게 ‘동생을 늦게 가져서 수희가 외로웠겠다’고 말하는지, 엄마는 왜 수희를 외롭게 만든 ‘나쁜 엄마’가 돼야 하는지, 나의 매끈한 배와 달리 엄마의 배는 왜 울퉁불퉁한지, 유모차는 왜 유‘모’차인지, 주인공이자 작가인 수희는 궁금한 게 늘어만 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작가의 깊고 넓게 뻗어나가는 연대의 시선은 곧 우리 사회에 대한 시야로 확장된다. 결국 한 가족의 이야기는 비로소 보편적인 이야기로 거듭난다.

작가는 신기하게도 동생과의 기억이 생생하다고 전한다. 작가의 말을 통해 “작업을 하면 할수록 ‘동생이 생기는 기분’이 아니라 ‘동생에게 반성하는 기분’이 돼 버리는 거 같다”고 고백했다.

책을 쓰면서 갖게 된 동생에 대한 작가의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은 경쾌하면서도, 때론 여운을 주기도 한다.

이 책이 작가가 동생을 생각하며 써 내려간 책인만큼 독자 역시 읽는 내내 가족 혹은 친구 등 누군가를 떠올려 볼 수 있는 책이다.

▲ 책 ‘머지않아 이별입니다’ 표지.

#시간이 얼마나 지나야 널 보낼 수 있을까

나가쓰키 아마네 ‘머지않아 이별입니다’ (해냄, 312쪽, 1만4000원)

누군가를 영영 잃는다는 것, 죽음으로 인한 상실은 삶에 있어서 피할 수 없는 일 중 하나다.

흔히 장례식장이라고 하면 어둡고 암울한 분위기를 연상하기 쉽다.

그러나 이 소설은 떠나는 사람도, 남는 사람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장례식장을 소개한다.

장례식장을 배경으로 인간애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제19회 소학관문고 소설상을 수상, 작가 나가쓰키 아마네의 이름을 알린 작품이기도 하다.

책은 죽은 자와 산 자 사이 경계로 마주하는 장례식장에서 소중한 이를 잃은 이들의 사연과 함께 기(氣)를 가진 미소라와 우루시바라의 이야기를 담았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세상을 떠나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지만 장례의식을 거쳐서라도 일말의 후회를 조금이나마 승화하는 등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저자는 “슬픔은 결국 자신의 마음으로 치유될 수 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지만 육신이 사라져도 곁에서 지켜봐준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된다”고 전했다.

▲ 책 ‘나이 따위, 잊고 살랍니다’ 표지.

#살아가는 데 나이가 무슨 상관이라고

시모주 아키코 ‘나이 따위, 잊고 살랍니다’ (이터, 228쪽, 1만4000원)

한국 사회에서 어떤 것을 시작하거나 선택할 ‘나이’를 고려하지 않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나이를 먹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 지 몰라도 정작 주위에서 간섭해오는 목소리들이 우리를 위축되게 한다.

책 속 저자는 ‘나이 따위, 잊어버리자’고 결심한다. 저자의 나이는 82살이다.

이미 60살 이후부터 나이를 먹지 않기로 스스로 결정했다.

저자는 취직하고 결혼하고 살아가는 데 나이는 아무 상관이 없으니 제발 그냥 내버려두라고, 무수한 사회적 제약들에게 소리친다.

이로써 책은 나이를 잊고 지금 이 순간에 더 집중하자는 내용이다.

어딘가에 쫓기는 것도 아닌데 자꾸 바빠지기만 하는 현대 사회에서 스스로 옭아매는 현대인들에게, 책은 부디 나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의 몸과 마음을 더욱 아낄 수 있는 시간을 가지라고 조언한다.

▲ 책 ‘나는 위안부가 아니다’ 표지.

#‘위안부’ 아닌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안세홍 ‘나는 위안부가 아니다’ (글항아리, 304쪽, 1만9000원)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저자가 25년간 아시아 5개국에서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140명을 만나 인터뷰했다.

저자는 한국은 물론 중국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여성들을 만나 이 중 21명의 이야기를 이 책에 담았다.

그가 만난 여성들은 감금과 성폭력, 버려짐, 끌려감 등에 현재까지 시달리고 있다.

무려 80여 년의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인생의 상처로 남아있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그들의 아픔을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며 아시아 태평양전쟁이 야기한 이 문제를 인권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은 범아시아적 취재와 조사로 엮은 유일한 자료다.

그러나 현재 일본 국민조차 물론 한국, 중국의 피해자만 알고 있을뿐 동남아시아 여성들의 실상은 모르고 있다.

전쟁 후반으로 갈수록 동티모르아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위안소가 설치되지 못해 현지 여성들이 강제 동원된 것이 실상이다.

피해 여성들의 목소리는 아직까지도 울려 퍼지지 못하고 있다.

▲ 책 ‘부의 시작’ 표지.

#‘가난’은 생활습관이자 질병

사쿠라가와 신이치 ‘부의 시작’ (경원북스, 224쪽, 1만3800원)

‘가난해지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이유가 있고, 부자가 될 때에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책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어떤 점이 다른지 세세하게 파헤친다.

이를 위해 생각습관, 행동습관, 자기 관리, 마음 관리로 나눠 각각 비교해 본다.

기업 PR전문가인 저자에 따르면 부의 출발점에 서기 위해서는 우선 가난해지지 않는 방법을 아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축구를 예로 들면 아무리 득점을 하더라도 수비가 허술하면 시합에서 이기지 못한다.

이처럼 아무리 돈을 벌어도 쓸데없는 데 돈을 쓰면 언젠가 가난한 사람이 된다.

저자에 따르면 중요한 것은 돈을 버는 시스템과 돈이 새어나가지 않는 시스템을 동시에 습득하는 것이다.

저자는 대학 졸업 후 기획사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20대 때 형의 회사가 도산해 보증인 문제로 3억원의 빚을 떠안게 되는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이러한 경험으로 ‘가난은 생활습관 질병이다’라는 결론에 도달해 그 안에서 길을 발견, 이 책을 썼다.

▲ 책 ‘운명이라는 힘’ 표지.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64가지 비밀

임선영 ‘운명이라는 힘’ (상상출판, 336쪽, 1만5500원)

흔히 ‘운명’이라고 하면 능동적인 이미지보다 수동적인 면을 집중하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인간과 자연을 지배하는 어떤 강렬한 힘이라는 의미에서 보듯이 이미 정해진 길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스를 수 없는 필연적인 기운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책은 사람과 우주의 원리를 담은 고전인 ‘주역(周易)’에서 바라본 삶에 대한 통찰을 다루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눈앞에 놓인 운명의 흐름대로 그저 무력하게 살아갈 필요가 없다고 단언한다.

이미 일어난 일에 연연하기보다 미래를 어떻게 바꿔 나갈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주역의 64괘를 통해 차근히 설명한다.

앞으로를 점칠 때 긴장하기 마련이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가 아닌 그 시간들이 쌓여 다가올 미래다.

책은 지금 당장 눈앞의 상황이 어렵더라도 함부로 ‘실패’라고 단정짓지 말고 적절히 개척해 나간다면 얼마든지 나쁜 기운을 털어낼 수 있다고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