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지방자치가 후퇴하고 있다. 지방자치를 넘어 지방분권시대로 가고 있는 시점인데도 주민의 권리 행사와 참여폭은 오히려 줄고 자치단체장의 권한만 비대해졌다. 제주는 특별자치도인 데다 기초자치단체장이 없는 전국 유일의 광역단체라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는 도지사가 제왕적 지위를 누리는 수단으로 크게 작용하고 있다. 사실상 제주는 순수 지방자치 정신인 풀뿌리민주주의 구현이 더딘 지역이다.

　원래 지방자치는 ‘우리 지방은 우리 손으로’라는 요구에서 출발했다. 지방의 문제를 자주적으로 처리하는 정치제도다. 주민이 직접 도지사를 선출하는 행위만으로 지방자치가 이뤄지는 게 아니다. 도지사가 가진 권한을 주민에게 직·간접적으로 배분하고 주민의 뜻에 부응해야 성공적인 지방자치가 될 수 있다.

　요즘 원희룡 지사는 두 가지 면에서 도민이 위임한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 차기 대권 행보로 자리를 비우는 날이 많고, 낙하산·보은·회전문 인사를 즐기고 있다. 현직 도지사가 중앙당(미래통합당) 최고위원 당직을 맡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은데, 내년 하반기로 예상되는 당내 대권 후보 경선 채비를 하느라 벌써부터 중앙당 나들이가 빈번하다. 도민사회 일각과 더불어민주당 도의원들이 도지사가 직무를 소홀히 하고 있다고 성토하는 이유다.

　특히 원 지사의 도민 무시 인사는 점입가경이다.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 행정시장, 제주연구원장, 제주의료원장 등 행정기관 및 출자·출연기관장을 보은·회전문 및 타지 인물 낙하산 인사를 했거나 계속 하려 하고 있다. 지방자치 발전이 도지사 한 사람의 힘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지역 내 다양한 인재들이 요소요소에 진출해 소임을 다하는 체제라야 진정한 지방자치가 될 수 있다. 내편이 아닌 고른 지역 인물 등용은 미래 제주를 이끌 인재 양성 차원에서도 절대 필요하다. 원 지사는 지방화시대에 반(反)하는 중앙정부식 인사를 더 이상 해선 안 된다. 민심이 떠나면 대권 후보도 멀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