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고유수종이 많이 분포한 지역으로도 손꼽힌다. 왕벚나무, 담팔수, 비자나무, 구실잣밤나무 등은 제주의 대표적인 향토수종이다. 해안과 중산간 일대의 소나무, 한라산의 구상나무도 제주의 상징적인 수목이다. 그러나 구상나무의 고사(枯死)를 시작으로 수 백만 그루의 소나무가 재선충병으로 무참히 잘려나갔다.

　시내 도로변과 소공원 등지에 심은 담팔수, 구실잣밤나무, 벚나무 등 상당수 향토수종도 이미 병해충으로 말라 죽어 다른 수종으로 교체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제주지역 대부분의 수종이 각종 병해충으로 말라 죽거나 고사 위기에 직면할 게 분명하다. 식물의 보고(寶庫)인 제주의 산림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제주대학교가 각종 나무를 연구하고 관련 전문인력을 양성할 수목진단센터를 유치하려는 계획이 관련 부처의 외면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수목진료의술 발전을 촉진하고 특성화된 수목진료 전문조직을 육성하는 기관을 제주대에 설치하려고 산림청에 지정을 신청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수목진단센터 설치의 적격성을 심사하는 국립산림과학원과 지정 기관인 산림청에 묻는다. 도대체 다양한 향토수종이 풍부하고 식물의 보고인 제주에 수목진단센터 설치를 망설이는 이유가 뭔가.

　제주대는 지난달 또다시 수목진단센터 설치와 운영 예산 반영을 산림청에 요청했다. 오히려 산림청이 제주대에 수목진단센터 설치를 요청하고 관련 예산을 지원해도 모자랄 판에 지정을 외면하다니, 납득할 도민이 어디 있겠는가. 유네스코(UNESCO) 지정 세계자연유산인 점 하나 만으로도 전국 거점국립대학인 제주대학교에 반드시 수목진단센터가 설치돼야 한다. 산림청은 올해도 제주대에 수목진단센터를 설치하지 않을 경우 직무를 유기한다는 지적을 받게 될 것이다. 제주대 수목진단센터 지정 외면은 온전히 보전해야 할 국내 최대 산림자원인 한라산국립공원의 중요성에도 어긋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