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강남 사장님’ 표지.

[제주신문=임청하 기자] #고양이를 '모시게 된' 인간 집사의 특별 체험기

이지음 ‘강남 사장님’ (비룡소, 148쪽, 1만1000원)

어느 날 의도치 않게 고양이 네 마리를 키워 살게 된 작가가 있다. 이 작가는 매일 고양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받아 적다가 꿈꾸던 작가가 됐다.

작가가 쓴 작품은 유튜브 스타 고양이를 ‘모시게 된’ 한 집사의 이야기다.

실제 고양이를 키우는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작품이면서도 최근 고양이 등 여러 동물들이 유튜브에서 스타덤에 이르는 추세를 볼 때 시의성 있는 주제가 돋보인다.

책 내용은 100만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브 스타 고양이 ‘강남’을 사장님으로 모시게 된 지훈이의 특별한 아르바이트 체험기다.

유튜버는 어린이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꿈꾸며 주목받는 직업이 된 지 오래다. 그러나 기존 유튜버를 다룬 이야기와는 조금 다른 점이 이 책의 특징이다.

책 ‘강남 사장님’은 유튜버가 되고자 하는 아이가 주인공이 아니라 유튜브를 통해 이미 성공한 고양이가 등장한다는 면에서 특별하다.

책은 카메라 앞과 뒤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며 자신만의 인생철학을 늘어놓는 할배 고양이 ‘강남냥’과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서 흩어진 가족과 재결합하려는 초등학생 지훈이의 재밌는 우정이야기를 그렸다.

지훈이는 상자 속에 드러누워 거만하게 인사를 건넨 강남냥을 보며 인생 첫 사회생활이 그리 녹록지 않을거라 예상한다.

작가는 이 둘의 모습을 통해 현 시대, 아이들에게 가장 익숙한 매체가 된 유튜브로 다양한 모습을 구석구석 보여준다.

인생의 달고 쓴 맛을 익살스럽게 보여주며 꿈과 노력의 대가에 대한 새로운 메시지를 전한다.

앞서 작가는 이야기를 구상하기 전 길고양이를 품에 안아주는 아이의 사진을 우연히 보고 영감을 얻었다.

강남냥이 지훈을 입양하려는 제안을 하자 지훈은 엄마와 동생, 아빠도 입양해 줄 수 있는지 부탁하는 장면은 신선하다는 평이다.

지훈은 강남냥을 만나면서 고양이 집사로 시작해 창의적인 콘텐츠를 제작하는 ‘김 피디’로 거듭난다. 더 나아가 드레스를 벗고 ‘애옹 할배’가 된 강남냥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사장님으로 성장해 나간다.

고양이의 시선에서 인간 중심 세계를 다시 돌아보게 하고, 멸시받기 일쑤인 길고양이의 현실, 그리고 사회에서 소외받는 존재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 책 ‘귤밭을 건너온 사계’ 표지.

#안개 낀 귤밭에 잠시 앉았다 가기를

강영란 ‘귤밭을 건너온 사계’ (시인동네, 206쪽, 1만3000원)

‘한 그루 귤나무도/ 깃들어 사는 곳이 이렇게 마음이 쓰이는데// 방 한 칸/ 들어가 산다는 곳이 덜컥 아무 데나 되겠는가// 귤꽃 잘 피는/ 내 마음속 어디쯤/ 네가 들어오는 곳이 그런 곳이다’ (책 ‘귤밭을 건너온 사계’ 中 ‘감귤원’)

제주에서 나고 자란 저자가 귤나무에 대한 글을 모아 책 한 권으로 펴냈다.

책 1부 ‘주황, 너를 잊을 수 없게 하는 색’에서는 귤나무의 한해살이에 대해서, 2부 ‘애깡, 내가 사랑하는 이름’은 귤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다뤘다.

저자는 서귀포시 표선면 세화1리 333번길에 위치한 귤밭에 얽힌 가족의 기억에서 시작해 1월부터 12월까지 귤이 자라는 모습을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책 속에는 저자의 글뿐만 아니라 강수진 작가이 완성한 귤에 대한 그림들도 감상할 수 있다.

▲ 책 ‘맥주도 참을 만큼 너를 사랑하니까’ 표지.

#너를 위해 더 괜찮은 내가 되고 싶어

전은주 ‘맥주도 참을 만큼 너를 사랑하니까’ (라이프앤페이지, 272쪽, 1만5800원)

‘예비맘’ 또는 ‘초보맘’을 위해 육아 멘토가 신간을 펴냈다.

책은 부모가 되는 의미를 깨닫고 독자 스스로의 성장을 돕기 위한 그림책 태교 안내서다.

무턱대고 영재로 키우기 같이 태교가 주는 압박에서 벗어나 한발 뒤로 물러서서 ‘나는 어떤 부모가 되고 싶은지’,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 생각하게 한다.

책은 독자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독서하며 좋은 부모가 되기를 준비할 수 있도록 소개한다.

또 자신이 진정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임신과 수유기간동안 맥주, 커피, 하이힐을 참는만큼 엄마의 사랑도 자라고 있다고 들려준다.

저자는 둘째 아이로 인해 14년 경력의 방송작가 생활을 접었다.

이후 아이와 엄마가 함께 자라는 육아 이야기를 쓰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수십만 엄마들의 육아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 책 ‘시간의 여행’ 표지.

#내 인생의 환희에 눈물지을 뿐

한숭홍 ‘시간의 여행’ (동연, 368쪽, 1만8000원)

‘나는 순간마다 내 운명에 덮친/ 절망의 한계선상에서/ 원망하며 울부짖지 아니한다네/ (중략)// 한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꿈꾸며/ 스스로 있는 자연을 닮아가는 것일세’ (시 ‘환희의 눈물’ 中)

한평생 종교와 글을 곁들어 산 저자가 자전적 에세이집을 출간했다.

책은 저자가 스스로의 삶을 회고하며 자신과 마주한 순간순간의 사건들이 어떻게 그의 삶을 형성했고 어떤 과정을 거치며 성숙해 왔는지 써 내려갔다.

저자는 지난해 9월부터 한 인터넷 시사일간지에 회고록을 연재하기 시작해 올해 3월에 54회 시리즈를 마쳤다.

1961년 연세대에 입학하며 받은 학생수첩부터 2007년 장로회신학대를 은퇴할 때까지 그가 썼던 수첩 수십권이 집필에 직접적인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책에는 그의 전반적인 삶 이야기가 날짜와 시간별 내용이 기록됐다.

자신의 삶을 정직하게, 그리고 자유롭게 표현한 글 속에서 그가 걸어온 삶의 흔적을 들여다보며 역사의 한 부분을 돌이켜볼 수 있다.

▲ 책 ‘관종의 시대’ 표지.

#‘관심 종자’에 대한 최초의 철학서

김곡 ‘관종의 시대’ (그린비, 200쪽, 1만3000원)

‘혐오는 타자의 소거를 통한 관심의 전유다. 혐오 범죄는 스토킹과 그루밍처럼 나르시시즘 범죄다. 그것은 타자가 존재하지 않는 하나의 세계를 실현하려고 기도하는 일과 대등하다’ (본문 중에서)

소위 ‘관심 종자’라 불리는 이들에 대해 파헤친 철학서가 나왔다.

본업이 영화감독인 저자는 현재 영화를 제작하고 있지만 실은 철학을 전공했다.

이를 토대로 현 사회를 살아가는 관종에 대해 여러 사상과 사회에 깔린 저변에 대해 분석한다.

저자에 따르면 관종은 운명적으로 타자 혐오와 우울로 귀결되기 마련이다.

이때문에 존재의 빈곤과 악플에 의한 자살 등을 포함해 각종 사회문제 또한 ‘관종’ 키워드에서 벗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우리가 이 시대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관종이 돼 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관종의 본질이 ‘셀프’와 ‘나르시시즘’이라고 규정하면서 관종이 가지는 내·외재적 폭력성은 바로 여기서 나온다고 선언한다.

▲ 책 ‘세계사를 바꾼 6가지 음료’ 표지.

#인류를 바꾼 사건 뒤에는 콜라가 있다?

톰 스탠디지 ‘세계사를 바꾼 6가지 음료’ (캐피털북스, 324쪽, 1만6800원)

인류 역사를 통해 특정 음료들은 갈증을 해소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수행했다. 맥주, 와인 등은 문화 발전을 이끌었던 촉매제이자 수단이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6가지 음료는 역사의 변혁기에서부터 농경의 채택, 고대 도시들의 탄생 그리고 글로벌 시대의 도래까지 역사 발전에 놀라울 정도로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

책은 맥주, 와인, 증류주, 커피, 차, 콜라라는 6가지 렌즈를 통해 석기 시대부터 21세기까지 인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세계사를 들려준다.

저자는 이들 음료가 문명의 상호작용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검증된 시각으로 자세히 설명한다.

특히 우리가 아는 역사적 사건, 즉 영국 산업혁명, 아편전쟁, 2차 세계대전 등 인류의 문화에 큰 영향을 끼친 대사건 뒤에 그 시대를 만들어낸 음료의 이야기를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