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재정법은 주민참여 예산제도를 의무화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예산편성에 주민의 참여를 확대해 재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도입(2011년 9월)된 제도다. 하지만 시행 9년째를 맞았지만 실제로 주민참여 예산사업은 생색내기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미미하다.

　최근 제주시는 내년도 주민참여 예산사업 211건을 선정했다. 이에 소요될 예산은 140억1300만원이다. 올해 주민참여 예산사업 120억원(159건)에 비하면 약 20억원이 증액됐다. 그러나 지난 4~5월 관련 사업 공모를 통해 접수된 사업 중 지역 주민의 의견과 지역 여건 등을 반영한 예산 210억원(239건)에서 70억원이나 줄어든 규모다. 만약 신청한 사업이 중복됐거나 규모가 큰 사업이 아닌 데도 축소됐다면 주민참여예산제도의 취지에 어긋난다.

　혹시 제한된 예산때문에 필요한 주민참여 예산사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예산편성권을 쥔 제주도가 주민참여예산을 쥐락펴락 마음대로 조정하고 있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주민들이 신청한 사업을 수용해 해결하지 못하면서 주민참여예산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제주도는 원칙적으로 주민들이 원하는 사업을 그때그때 해결하는 주민참여 예산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제도때문에 마지못해 따라가는 주민참여 예산사업은 사업의 성과는 물론 주민들의 만족도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