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
기획특집작가의 작업실
"낙서 통해 끊임없는 내 세계 구축"(21) 변세희 작가
끄적이던 흔적 캔버스 위로
강렬한 인상 속 편안한 느낌
상징 가미한 '그리고 싶은 세상'
임청하 기자  |  purenmul@jejupress.co.kr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0.08.12  00:13:23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 변세희 작가.

[제주신문=임청하 기자] 살다 보면 누구나 힘든 순간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때 우리는 아픔에 그대로 무너질 수도 있고 누군가의 위로와 격려로 힘을 낼 수도 있다. 아니면 스스로 극복하며 일어설 수 있다.

변세희 작가(30)는 그동안 끄적여 온 낙서들로 자기 자신을 구원했다.

평소 하던 일을 하다 잠시 공상에 빠질 때 혹은 친구들에게 편지를 쓸 때면 그려 넣었던, 굳이 따지자면 친숙한 존재에 불과했다.

우리가 보통 낙서를 하는 것처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어렸을 적부터 그림과 떼어져 본 적이 없던 작가는 마치 예정된 것처럼 미술대학과 대학원에 진학했다.

작업에 대한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2012년 열린 제주도미술대전에서 서양화 부문 대상에 이어 이듬해 같은 대회에서 판화부문으로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주기적인 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건강이 악화됐다. 작업실과 병원만 오가는 일상을 갖게 되자 표현 방식도 달라졌다.

작업 초반에는 어딘가 일그러지고 강렬한 인상의 그림을 그린 그였다. 하지만 아픔을 겪게 되자 조금 다른 각도의 작업을 시도한다. 그간의 낙서를 캔버스와 판화 위로 데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작가는 더이상 작업을 하지 않고 싶다는 생각을 할 만큼 지쳐있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할 수 없던 찰나, 기존에 하던 것이라도 데려오자는 마음이었다.

그가 주로 그렸던 건 동화 속에서 본 듯한 늑대, 아이들, 풀 등이다. 그들을 보면서 작가는 점차 심신의 회복을 되찾았다.

“그동안에도 내면의 이야기를 해 왔지만 뭔가 이 친구들을 그리면서 가면을 쓰지 않는,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던 그는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 나가는 계기를 만들었다.

어두운 아픔을 고스란히 느낀 혹독한 시간이었지만, 변화한 작업을 통해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서 목소리를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벼운 그림을 그려보자’는 생각으로 임한 작업에는 전보다 한결 편안해진 소재들이 자리했다.

   
▲ 변세희 작 '작은 나무'.

무심코 드로잉을 통해 탄생한 ‘아이들’이기에 부담도 덜했기에 스스로를 울타리 치지 않게 됐다. 오직 작가 자신이 순수하게 치유받기 위해 그릴 수 있었던 것들이었다.

그러면서 각 소재별로 의미를 담았고 자신을 반영해 가면서 그만의 예술세계를 발현했다.

성향이 유사한 작가로 네덜란드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를 꼽았다. 그의 대표작 ‘쾌락의 정원’이 인상 깊었다면서 그처럼 상징을 가미해 그리고 싶은 세상을 계속 만들어 가고 싶다고 했다.

작가를 보며 견디기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의 것’이 있다면 단단해지는 게 아닌가 싶었다. 시련이 꼭 불행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꼭 제주작가라고 해서 아름다운 자연 풍경만 그리는 것이 아닌 다양한 소재로 작업한다는 걸 보여주면서도 타 지역에서 온 작가들에게 기회를 주는 여건도 많이 조성됐으면 한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낙서를 통해 자신만의 일상을 조우한 작가의 예술세계가 점점 여물어가면 어떤 모습일지 문득 궁금해졌다.

< 저작권자 © 제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임청하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