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공항·2공항 중 택일은 함정

　국토교통부가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이 난관에 봉착하자 현 제주공항과 제2공항 중 하나를 선택하자는 꼼수를 들고 나왔다. 국토부 김상도 항공정책실장은 지난 11일 제주도의회 제2공항 갈등 해소 특별위원회와의 면담 자리에서 “현 제주공항 확장으로 안전·환경·수요 충족이 가능한 지 공개 검증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는 현 제주공항 확충이 불가능하다는 그동안 국토부의 일관된 주장에 비춰 실현성 없는 조건을 제시해 제2공항 건설을 합리화하려는 속셈으로 읽힌다.

　실제로 김 실장은 “검증을 통해 현 공항 확장으로 안전과 항공 수요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오면 제2공항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누가 봐도 제2공항 건설 굳히기 시도를 위한 초강수 발언임을 알 수 있다. 현 공항 확장 검증 사전타당성 조사 당시 ADPi(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가 권고한 현 공항 확충안을 전면 수용한다면 모를까, 이미 국토부는 평행항로 신설 등이 포함된 확장안이 국내 여건상 수용이 곤란한 안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주민투표 방해…도민 뜻 배치

　국제 공항전문기구인 ADPi가 보조활주로와 교차활주로 운영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공항을 확장하면 연간 4000만명의 장기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는 용역 결과 보고서를 내놨으나 국토부는 이를 무시 또는 외면한 채 제2공항 건설에만 집착하고 있는 것이다. 국토부는 두 가지 면에서 도민과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첫째는 ADPi의 용역 결과 가운데 입맛에 맞는 부분만 선택해 반영한 것이고, 둘째는 제주도의회 갈등해소특위가 결정한 도민의견 수렴 계획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여론의 대세는 제2공항 건설 여부를 도민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해야 한다는 쪽으로 가고 있다. 도의회 제2공항 갈등해소특위가 도민 의견 수렴 절차에 들어간 것도 워낙 도민들의 뜻이 압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의회 특위가 현 공항을 검증해 문제가 있으면 제2공항을 건설해야 한다는 국토부의 독소적 제안에 선뜻 동의해 여론조사 시작을 ‘잠시’라고는 하지만 보류하기로 한 것은 다수 주민의 뜻에 어긋난다. 어떤 경우에도 현 공항 확장 여부와 제2공항을 연계시키는 어리석은 짓을 해선 안 된다. 국토부는 현 공항 확장 불가를 사실상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통합당 의견 동조 이유 밝혀라

　특히 국토부는 문재인 정부의 국토부이면서도 제2공항 문제에 대해서만은 더불어민주당보다 야당인 미래통합당의 입장에 서 있는 듯하다. 이미 문 대통령이 도민 자기결정권을 강조한 바 있고, 지난 21대 총선에서도 도내 3개 선거구 모두 제2공항 건설을 찬성한 미래통합당 후보가 낙선하고, 도민 의견을 수렴해 건설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한 민주당 후보 3명이 모두 당선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민주당 대표 선거에 나선 이낙연 의원과 김부겸 의원 등도 도민의 의견부터 듣고 사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국토부의 귀에는 ‘소귀에 경 읽기’다. 2개의 공항은 과잉관광으로 환경제주가 회복불능 상태로 파괴될 게 불을 보듯 뻔하다. 관광객을 많이 수용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므로 현 공항을 확충 보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항공관료들은 과거 정부를 답습하는 개발 주도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오죽하면 여당도 패싱할 수 있는 ‘국토부 마피아’란 말이 회자되겠는가. 김 장관부터 여당과 도민(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