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걱정이 너무 많아’ 표지.

[제주신문=임청하 기자] #"금방 사라지진 않지만 가볍게 만들 순 있지"

김영진 ‘걱정이 너무 많아’ (길벗어린이, 40쪽, 1만3000원)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

흔히 세상 걱정을 혼자 다 하는 사람을 보고 건네는 말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불안이 엄습하는 것도 사실이다. 거의 대부분의 것이 불안정하며 그 안에서 안정을 추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그려온 ‘아빠 작가’ 김영진이 걱정을 다룬 유쾌한 그림책으로 우리 곁을 찾는다.

책은 작가의 이전 그림책에서 볼 수 없었던, 우스꽝스러우면서도 귀여운 구석이 있는 캐릭터 ‘걱정 괴물’이 등장한다.

걱정 괴물은 눈에 보이지 않은 ‘걱정’이란 감정을 시각화로 나타낸 인물이다. 사람마다 크기와 생김새가 각각 다른 것이 특징이다.

조금이라도 걱정이 해결될 기미가 보이면 커다랗던 크기가 주먹만큼 줄어들기도 한다.

걱정이 생길 때마다 괴물이 펑 하고 나타나 주인공 그린이를 괴롭히는 모습은 마치 악몽을 꾸는 현대인들의 모습 같다.

걱정 괴물이 그린이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잠을 방해하거나 저들끼리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낸다.

라디오를 듣고 그린이의 사연에 공감한 아파트 주민들이 걱정 괴물을 나무에 매달아놓은 장면 역시 걱정에 대해 공감하는 우리를 떠오르게 한다.

하루에도 수십번 걱정을 하는 우리의 모습이 단연 어른들뿐만이 아닌 어린이들에게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아침마다 ‘바지에 구멍났나 확인해줘’, ‘휴대폰 안 가져가면 안돼? 또 잃어버리면 어떡해’ 등 사소하고 어딘가 쓸데없어 보이는 그린이의 걱정은 아이들 삶에 있어서는 잠을 설치게 할 정도의 걱정이다.
적당한 불안과 걱정은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자칫 마음을 좀먹을 수도 있다.

다행히 책 속에서는 할머니가 그린이의 걱정을 덜어내는 방법을 알려준다. 금방 사라지지 않지만 대신 작고 가볍게 만들 수 있는 법을 알게 되면서 그린이는 점차 생각과 행동을 바꾸게 된다.

책은 다양한 장면 구성을 통해 현실과 상상을 오가는 판타지로 그린이의 다양한 감정과 심리 변화를 재치있고 실감나게 보여준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그린이가 서서히 달라지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다.

▲ 책 ‘복수를 합시다’ 표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합법적인 복수’는?

배상민 ‘복수를 합시다’ (자음과모음, 248쪽, 1만3000원)

제1회 자음과모음 출판사의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새 소설 시리즈가 출간됐다.

앞서 작가는 ‘조공원정대’, ‘콩고, 콩고’, ‘페이크 픽션’ 등을 통해 현대인들이 직면한 현실 속 문제들을 유쾌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방식으로 소개해왔다.

소설 속 인물들이 문제적인 모습인 점, 가장 보통의 우리들 모습과 밀접해 있다는 점에서 일상의 고군분투 등이 느껴지는 작품들이다.

책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보통의 복수’를 보여준다.

예를 들면 평소 못살게 구는 직장 상사의 자동차 브레이크가 고장나는 상상이나 나를 배신한 애인이 끔찍한 고통을 당하는 상상 등이다.

소설 속 주인공 역시 일상의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가 마침내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합법적인 복수’를 하기로 결심한다.

이런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일상에서 상상할 수 있는 통쾌한 복수의 맛을 즐길 수 있다.

▲ 책 ‘확 끌어당기는 프로의 언어’ 표지.

#공감을 얻는 화법의 비결

사이토 다카시 ‘확 끌어당기는 프로의 언어’ (나무생각, 200쪽, 1만2800원)

전문 강연가이자 일본 메이지대 문학부 교수인 저자가 원만한 인간관계를 결정짓는 요소로 ‘말하기 능력’을 꼽았다.

하지만 다수의 사람들 앞에서 대표로 말하거나 회의 시간에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등 일상 속 대화의 순간들은 많지만 정작 전달력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도 많다.

저자는 이를 두고 ‘공감을 얻는 말하기 능력’이 부족해서라고 설명한다.

책은 세계적으로 큰 영향력을 끼친 사람들의 연설에 감춰진 화법을 분석, 26가지 비결로 정리해 소개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사람들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거나 강한 인상을 주는 이들, 즉 프로의 언어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상대의 공감을 확실히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프로의 언어’를 통해 공감 센서를 어떻게 작동시키는지 궁금한 이들이라면 읽어볼만한 책이다.

▲ 책 ‘최근 한국 현대사’ 표지.

#해방부터 코로나19 사태까지 ‘한눈에’

김동철, 김문성 ‘최근 한국 현대사’ (책갈피, 640쪽, 2만2800원)

흔히 미래를 보려면 역사에서 배워야한다는 말이 있다.

경제와 기후 위기로 부모 세대의 20대 시절보다 삶이 더 어두워졌다고 여기는 지금 청년들에게는 제대로 된 역사 이론이 필요하다.

책은 자본주의 경쟁 질서와 자본주의적 계급 관계가 사회 변화의 동인이라고 설명한다.

역사유물론으로 설명하는 역사는 살아 숨쉬는 인간들이 사회구조 속에서 자신에게 부여된 힘과 이해관계를 발견하는 과정이다.

현대사를 다룬 책은 최근의 역사를 잘 다루지 않는 점에 비춰봤을 때, 이 책은 해방부터 코로나19에 맞닥뜨린 현재까지 다루고 있다.

우파가 대한민국을 차지하기 위해 역사 왜곡을 서슴지 않고 중도파가 우파의 재집권을 견제하기 위해 역사를 왜곡한다.

또 젊은 세대가 역사에 무지한 점을 교묘히 이용하는 것을 들려준다.

책의 저자들은 현재 역사와 투쟁의 경험이 중도파의 역사 왜곡을 중심으로 파헤친다.

▲ 책 ‘동네책방 생존 탐구’ 표지.

#창업의 붐, 책방 순례 이후의 풍경은?

한미화 ‘동네책방 생존 탐구’ (혜화1117, 272쪽, 1만5000원)

최근 몇 년전부터 동네책방 붐이 일어난 데 이어 문을 닫는 책방들도 즐비하다. 생존을 고민하는 동네책방을 둘러싼 풍경을 포착한 신간이 나왔다.

책은 동네책방이 생겨난 순간부터 이후까지의 과정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1990년대 후반 온라인 서점이 본격 등장하고 대형 서점의 지점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한동안 서점들의 폐·휴업 소식이 줄을 이었다.

할인 판매와 무료 배송을 앞세운 온라인 서점과 쇼핑몰, 홈쇼핑, 대형마트 등 책방이 아닌 곳에서도 다양한 혜택을 동반해 책을 판매하는 풍경이 더이상 낯설지 않게 됐다.

어느덧 서점은 ‘오프라인 서점’으로 불리게 됐지만, 2010년 이후 개성 강한 작은 책방들이 속속 등장한다.

2014년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가속화된 이 흐름은 이제 우리 일상에 자연스럽게 자리했다.

그러나 다시 동네책방의 폐업 소식이 잇따르면서 왜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는지 고민해본다.

▲ 책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 표지.

#돈을 버려도, 시간을 버려도 ‘괜찮아 경험’

이길보라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 (문학동네, 276쪽, 1만3500원)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감독 출신 저자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유학생활을 겪은 성장기 산문집이 나왔다.

저자는 농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청인 자녀, 즉 ‘코다’다.

이때문에 어릴 적부터 부모의 수화언어와 세상의 음성언어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해왔다. 그렇게 사람과 세상의 경계를 보고 느끼면서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이 됐다.

책은 사회의 기준이나 부모의 강요가 아닌 온전히 스스로 삶과 공부의 방향을 정한 한 청년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려준다.

흔히 볼 수 있는 유학 성공담이나 외국 문화 체험기와는 달리 제 힘으로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내용을 통해 또다른 삶을 보여준다.

그가 유학을 고민하지만 힘든 생계비로 걱정할 때, 그의 아버지는 말한다. “보라야, 괜찮아, 경험.”

온몸으로 삶에서 체득한 이 말로 모든 고민을 끝낸 저자는 낯선 세계를 마주하며 새로운 모험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