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지사의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 돌발발언은 도민통합을 선도해야 하는 도지사의 입장에서 매우 부적절했다. 정당 소속인 도지사가 정치적 발언을 하는 것은 자유이지만 공식석상에서 상대의 의견과 주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개인적 불만을 쏟아내며 충돌하는 것은 전체 도민을 위한 도지사가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같은 도민만의 도지사임을 자인하는 꼴 밖에 안 된다.

　원 지사는 ‘친일파 파묘와 친일 청산은 국민의 명령’이라는 김원웅 광복회장의 기념사(김률근 광복회 제주도지부장 대독)를 문제 삼아 “광복회장의 기념사는 우리 국민의 대다수와 제주도민들이 결코 동의할 수 없는 매우 치우친 역사관이 들어가 있는 이야기”라며 “제주도지사로서 기념사의 내용을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조천체육관에서 열린 광복절 경축식은 원 지사의 이같은 돌출발언으로 고성과 항의가 오갔고, 그의 발언에 항의하며 기념식장을 떠나는 독립유공자 유족도 있었다고 한다.

　정치적 입장과 내편, 네편을 떠나 한마음으로 경축해야 할 광복절 경축식이 원 지사의 성숙하지 못한 행동으로 사실상 편가르기 행사가 됐다니 참으로 안타깝고 개탄스럽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도지사로서의 품격과 자질이 의심스럽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더구나 원 지사는 광복회장의 기념사에 대해 “제주도민들이 결코 동의할 수 없는”이라고 ‘도민’을 언급했다. 언제 모든 도민에게 물어보고 한 말인 지 묻고 싶다. 개인의 소신을 전체 도민의 뜻인양 확대 생산하는 화법에도 문제가 있다.

　뿐만 아니라 “제주도지사로서 기념사의 내용을 동의할 수 없다”고 한 말도 동의할 수 없다. 개인이 아닌 도민을 대표하는 공인인 도지사로서 국민 갈등을 조장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에 대해 할 말이 아니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언론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을 지는 몰라도 상당 부분 편협적인 인물로 부각됐음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