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공직 임명 예정자에 대한 제주도의회 인사청문회가 하나마나한 청문회로 전락했다. 이미 제주도가 청문 결과에 관계없이 예정된 공직자를 임명하고 있고, 도의회도 집행기관의 계속된 인사청문 결과 무시 행태로 맥 빠진 청문회가 된지 오래다. 인사청문이 구속력이 없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청문 결과 ‘부적격’ 판정을 받은 사람을 계속 임명하는 것은 큰 문제다.

　이런 형태의 인사청문회를 계속하는 것은 도민을 우롱하는 일이며 행정력 낭비다. 먼저, 원희룡 지사는 인사청문 결과 부적격 의견을 내면 그대로 존중해야 한다. 아울러 청문위원들도 입맛에 따라 적격·부적격 판정을 하지 말고 도덕성, 준법성, 업무수행 능력 여부를 철저히 검증해 공감할 수 있는 청문 결과를 내놔야 한다. 모두 사심과 편견없이 냉철하게 각자의 역할을 다하는 인사청문제도로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도민의 신뢰를 받을 수 없다.

　더구나 인사청문특위는 지난 28일 고영권 정무부지사 예정자에 대한 인사청문 결과 ‘적격·부적격’ 결론을 내리지 않는 희한한 청문보고서를 채택했다. ‘도민의 눈높이와 정서를 고려해 신중하게 인사권을 행사해 달라’는 전대미문의 청문 결과를 원 지사에게 보낸 것이다. 사사로운 이해관계 때문인지 의견일치를 보지 못한 결과다.

　특히 청문위는 고 정무부지사 예정자가 배우자 명의로 사전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을 매입한 의혹과 농지법 위반 및 타인 명의로 부동산을 쪼개기 매입한 의혹 등을 제기했다. 누가 봐도 이 정도면 고위 공직자로 적합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도민을 우습게 보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인사청문보고서다. 지금 도민의 눈은 지난 26일 인사청문위가 부적격 의견을 낸 김상협 제주연구원장 예정자와 고 정무부지사에 대한 원 지사의 임명 여부에 쏠려 있다. 상식적으로는 모두 임명이 취소돼야 한다. 만약 임명을 강행할 경우 인사청문 무용론은 더더욱 힘이 실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