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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 앞바다의 보리멸
김구하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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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8.31  17: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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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은 화폭에 담은 그림과도 같이 아름답다. 하늘은 언제나 있는 그대로의 자리를 지키면서 때에 따라 자신의 감성을 드러내는 것이 좋다. 파란 물감을 칠한 것처럼 본래의 모습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간직하는 자체가 삶의 중심이고 안식이 된다. 불타는 태양의 에너지를 먹고 사는 한낮의 사물들이 감사하고, 어둠을 밝히는 달의 운행은 또 다른 것들의 삶을 지탱하게 하는 신비로움을 갖게 한다

 하늘뿐인가. 다양한 식생들이 자라는 숲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오묘함이 깃든 숲의 소리는 다양하다. 나무들이 있어 새가 날아들고 갖가지 곤충들이 터전을 잡고 살아가고 있다. 숲은 단지 나무들만의 공간이 아니라 많은 생명체를 안고 있는 자리다. 그 속에서 그들은 생명을 잉태하고 삶의 자리를 이어가는 소리가 있다. 나무들, 새들, 들꽃들, 곤충들, 그리고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생명체가 있다. 모양새가 서로 다른 나무들이 의기투합하며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려고 움트는 기세를 인간이 어떻게 이해할 수가 있을까. 나는 그들의 이름도 모른 채 그냥 나무고 새고 들꽃이며 곤충이라고 불렀지만, 그들에게도 나름대로 이름과 삶이 있다는 것을 모른 채 살아왔다

 며칠 전, 지인과 함께 사계리 해안에 낚시를 갔다. 여름철 별미라는 보리멸이 제철이란다. 백과사전을 빌리면, 보리멸과의 바닷물고기로 우리나라와 일본, 대만, 중국 등에 분포하며 수온이 따뜻한 바다의 모랫바닥에 주로 서식하는데, 겨울에는 깊은 곳으로 이동하여 잡히질 않는다고 한다. 보리멸이란 이름도 보리 이삭이 팰 무렵에 나타난다 하여 붙은 이름이며 생선 중 칼슘이 최고로 많이 들어 있어 칼슘의 왕이라는 귀한 물고기다. 보리멸의 고소한 맛은 여름날 잃어버린 입맛 회복에 도움을 주고 인체에서 생성되지 않는 필수 아미노산을 함유하고 있어 체력 회복에도 좋다는 것이다

 사계 앞바다는 넓게 트여 있었다. 날물이라 서서히 알몸을 드러내는 백사장의 여유로움과 마을을 감싸듯 위엄있게 우뚝 서 있는 산방산의 자태는 경이롭다. 얕은 구름 한 조각 살그머니 지나가는 순간은 신들의 고향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 원투 채비를 하는 동안 산과 바다가 있는 풍경에 온 시선을 빼앗겨 보리멸의 존재는 이미 떠나 있었다. 산은 그 자리 있음에 든든하고, 넘실대는 바다는 살아있음의 가치를 가르치고 있다. 그들에게는 과거와 미래라는 얄팍한 단어가 필요 없다. 항상, 늘 그 모습 안에서 자연의 주는 변화에 순응하면서 수천 년을 살아온 것이 아닌가.

 낚싯대에 변화가 왔다. 닐을 감고 잡아 올린 것은 두툼한 보리멸 두 마리다. 은빛 모습에 곡선이 날씬한 몸매가 아름답다. 애니메이션에서 그려지는 인어의 몸통이다. 그냥 지나치듯 보았던 어물전 시장에서의 고기들이 아니다. 자연이 만들어낸 신비한 생명체의 조각들이 이렇게 아름다운지를 느껴본 적이 없었다. 가끔 수면 위를 뛰어오르는 작은 숭어들의 자태는 저명한 음악가가 치는 건반의 음과 같이 생동감이 있다

 너른 사계 앞바다 푸른 물결 속에는 과연 어떤 세계가 있을까. 그들도 생존하기 위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겠지. 혹시 그곳에도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이기주의나 탐욕스러움,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지 않고 남에게 전가하는 무책임한 행동들, 안과 속이 다른 교활함이 존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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