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
기획특집작가의 작업실
"하고 싶은 이야기 하는 예술가 꿈 꿔"(22) 고윤식 작가
타향살이 접고 귀향 '이방인'
잃어버린 이상향서 판타지 구상
치우침 없는 세계 구축 관심
임청하 기자  |  purenmul@jeju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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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9.01  16:5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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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윤식 작가.

[제주신문=임청하 기자] 시시각각 변하는 세상 속에 제주의 모습은 날마다 변화하고 있다.
빠른 시대 흐름에 더해 외부에서 유입하는 것들로 과거의 제주와는 제법 다르다.

고윤식 작가(37)는 제주 본연의 정체성에 물음을 던졌다. 어떤 면에서 볼 때 변화는 당연한 결과지만 그에 앞서 우선해야 할 과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바로 ‘본질’이다.

앞서 작가는 제주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1년 후인 2009년 독일로 유학생활을 떠났다. 경험이 절실했던 그는 타향살이를 자처했고 자그마치 약 9년간의 타향살이 후 2017년 제주로 돌아왔다.

인생에 있어 브레이크가 필요한 시점이었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느낌은 그리 달갑지 않았다. 짐작은 했어도 어느 순간 익숙한 제주가 사라졌다는 걸 직감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이방인이 된 느낌이었다.

그런 시선으로 제주를 바라보면서 ‘이방인, 잃어버린 이상향’이란 주제의 연작을 시작했다.

태초의 신비롭고 순수한 제주를 상상하고 변해버린 현재와 비교했다. 무분별한 변화의 시간을 반성하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줄곧 부정적으로만 바라보게 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시간이 지나니까 제가 싫다고 해서 정답이 아닌 게 아니”라고 깨달은 그는 기존 작업에서 나아가 이질적이면서도 익숙한 판타지를 주제로 작품 구상을 이어오고 있다. 이전에 회화, 설치 작업을 주로 해왔다면 최근에는 영상과 미디어 작업 위주로 진행하고 있다.

“조각, 회화 등 어떤 특정 장르 작가라기보다 그저 ‘아티스트’라고 불리고 싶다”는 그는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작가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게 중요하지 어떤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이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니란 것이다.

이는 그의 일부 작품에서 현대 사회의 단면을 지적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정작 가지고 있지 않은데 보여주기에 급급한 나머지 허세가 가득한 현대인들의 모습이 그 맥락이다.

   
▲ 고윤식 작 '기억의 숲'.

“제가 자연이라면 어땠을까하고 그 이후에 자연을 다시 보게 됐죠”라며 가상공간 안에 여러 상황이 퍼즐처럼 모여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는 작업에 나섰다. 그 세계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은 곳이다.

스스로를 포장해야 하는 게 극구 싫다는 그는 “아직은 작업 세계를 구축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며 “지금은 즐기면서 원하는 것들이나 제가 생각하는 것에 집중해야 할 거 같다”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제주 예술환경의 변화에 대한 물음에는 전보다 인프라는 많아졌지만 젊은 신진작가들을 위한 소통의 기회가 적다는 점을 꼽았다. 작업에 대한 가치관을 만들어가는 시기인만큼 다른 작가들과의 네트워킹 자리가 형성돼야 좋은 작업까지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살다보면 흔들릴 때가 많다. 그래서 내 마음과는 다른 일을 해야할 때도 있다. 작가는 그럴 수도 있지만 끝내 의지를 지켜서 하고싶은 이야기를 하는 예술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수없이 쪼개진 인생 파편들 속에서 맞는 조각을 찾는 것, 어쩌면 자신을 위한 행동이 삶의 전부가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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