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놓고 찬·반 갈등이 첨예하다. 대체로 학생의 인권과 교권의 충돌에서 비롯되고 있다. 학생의 인권신장은 시대적 과제로 이를 위한 조례 제정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너무 학생의 인권만 내세우면 교사들의 권위와 권리가 위축돼 학생지도에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 실제로 학생인권조례 제정과 관련해 많은 교사와 학부모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다.

　전교조제주지부, 제주학생인권조례TF 등 찬성 측이나 제주도민연대, 제주교육학부모연대 등 반대 측 모두 학생들이 자신의 행복한 삶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는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것 같다. 다만, 교사의 권위가 떨어지면 학교교육의 본질인 수업과 학생지도의 기능이 약화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선 의견을 달리한다.

　특히 성(性) 관련 문제를 확대 지향하는 것이 과연 청소년인 학생의 인권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이미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경기, 서울, 광주, 전북, 충남지역에서도 대부분 이 문제에 대한 갈등이 적잖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이들 지역이 이뤄낸 찬·반 갈등의 합의 도출 과정을 충분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6월 제정된 충남학생인권조례의 경우 학생들의 성적 자기결정권 등을 강조해 성 정체성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기독교계 등의 반대에 직면했었다.

　제주학생인권조례 역시 문제가 되고 있는 일부 교사의 폭언·폭행·성희롱 등의 엄격한 금지를 전제로 교권침해 우려가 없도록 하고, 이성문제 등에 대한 합리적 방안을 모색하는 방향으로의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아무리 학생인권이 중요해도 교권이 무너지면 진정한 학교교육이 이뤄질 수 없다. 결국 그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다소 늦어지더라도 좀 더 사회적 합의가 선행된 후 찬·반 양측이 수용하는 합리적인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