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내년 예산안에 제2공항 건설 관련 예산 473억원을 편성한 것은 몰염치의 극치다. 제주도민의 의견 수렴을 거쳐 건설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논의 결과를 일방적으로 묵살하려는 의도가 아니면 가능한 일이 아니다. 정부와 여당이 올해 편성했던 제2공항 관련 예산(약 356억원)을 지난 5월 2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삭감한 것도 정상 추진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물론 코로나19에 따른 긴급재난지원금 확보를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워낙 도민 반대가 극심해 사업이 불가능하다고 본 결과였다. 이미 제2공항 도민 의견 수렴은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도 공언한 바 있다. 먼저, 건설 여부를 도민의 의견을 듣고 결정하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 제주도의회도 갈등해소특위를 구성해 도민 의견 수렴 절차를 밟고 있다.

　그러나 국토부는 대통령의 말과 여당 대표의 말을 외면하고 있다. 도대체 어느 정부의 국토부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제2공항을 찬성하는 쪽은 국민의힘(전 미래통합당) 뿐이다. 민주당과 정의당 등 모든 정당이 반대하고 있다. 이러니 여당의 국토부인지, 제1야당의 국토부인지 모르겠다는 비아냥을 듣는 것이다.

　민주당은 국토부의 막가파식 독단적 행위를 막아야 한다. 특히 이낙연 대표가 김현미 국토부장관에게 도민 의견부터 수렴하도록 촉구해야 한다. 아울러 제2공항 관련 예산 편성도 취소해야 마땅하다. 도민들이 자기결정권에 의해 결론을 내릴 때까지 제2공항 예산을 편성해선 안 된다. 도민은 무소불위 국토부, 이를 통제하지 못하는 집권여당 모두 원하지 않는다. 제주지역 3명의 민주당 국회의원도 모두 ‘선(先) 주민 의견 수렴’ 공약으로 당선됐다. 약속을 행동으로 옮겨 의견 수렴을 적극 추진하도록 하고 제2공항 예산 취소 또는 삭감 처리에 앞장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