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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몇 푼 더 준다고 출산율이 높아지나
임창준  |  객원 논설위원 / 전 제주도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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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9.07  17:2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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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0~70년대까지만 해도 동네 곳곳에는 딱지치기·구슬치기·자치기·고무줄놀이·숨바꼭질 등을 하느라 아이들의 함성으로 가득찼다. 아이가 많다보니 초등학교도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눠 등하교를 했다. 이 때 출산율은 5~6%에 달했다. 당시 정부는 출산율을 줄이기 위한 갖가지 정책을 폈다.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무턱대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같은 포스터가 동네 곳곳 담벼락·전신주에 붙여지고, 극장에선 본 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이런 포스터를 내보내기도 했다. 이젠 이런 모습은 눈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다. 지금은 출산율이 0% 아래로 떨어져 아이 없는 젊은층 집안이 수두룩하다. 출산율 저하가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요즘처럼 국가적인 난제로 떠오른 적은 일찍이 없었다.

 올해 2분기(4~6) 혼인 건수가 1년 전보다 16% 넘게 줄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인구추이에 따르면 2분기 출생아가 사상 처음 7만 명 밑으로 떨어진 데 이어 출산 선행 지표인 혼인까지 줄면서 코로나로 인해 출산 공백이 생기는 코로나 갭 세대가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분기 혼인 건수는 5100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4%(112) 감소했다. 1981년부터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2분기 기준으로 최저치다. 1분기 1.3% 줄어든 데 이어 감소폭을 역대 최대로 키웠다. 가임(임신할 수 있는)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의 수인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1년 전보다 0.08명 감소했다. 여성 1명이 자녀를 1명도 낳지 않는다는 얘기는 오래됐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92명으로 최근 2년 연속으로 1명을 밑돌았다. 우리나라가 가입한 OECD 36개 국가 중 그 하락 속도가 가장 가팔랐다.

 오늘날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심각한 비혼과 저출산 상황은 고용불안정 등 경제적 조건과 함께 양육부담 등 성 불평등 요인이 맞물린 현실에서 나타난 여성들의 적응 행위인 측면이 강하다. 그런데도 정부의 저출산 대책은 양육수당과 같은 금전적 보상에 치우쳐 있어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비판이다. 정부가 돈 몇 푼 준다고 낳지 말아야 할 아이를 낳을까. 저출산은 합계출산율이 2.1명 이하로 지속되는 현상을, 초 저출산은 합계출산율이 1.3명 이하인 현상을 이른다. 우리나라는 저출산 사회를 넘어 2001년부터 이미 초저출산 사회에 들어선 상태다. 2분기 합계출산율 0.84명은 올해 1분기(1~3)0.90명은 물론이고 지난해 4분기(0.85)보다 낮았다. 시도별로는 서울이 0.64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고, 공무원이 가장 많은 세종시가 1.25명으로 가장 높았다. 세종시 출산율이 높은 것은 그만큼 부부가 안정적 경제적 생활을 보장받고 부부가 원하는 날에 육아휴직을 쓸 수 있는 데다 직장 내에 아기 돌봄센터까지 차려져 있어 육아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60세까지 정년이 보장되는 철밥통 같은 공무원 사회에서 출산율이 높은 현상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가 2011년부터 10년간 209조 원 규모의 막대한 복지 예산을 투입해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겠다고 나섰지만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다. 이래서 저출산 정책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출산 문제를 단순히 복지 이슈로 볼 게 아니라 경쟁이 심화된 사회 풍토, 악화된 취업난, 저임금, 육아의 어려움 등 복합적인 요인을 촘촘히 고려해 관련 대책을 내놔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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