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멀쩡한 어른 되긴 글렀군’ 표지.

[제주신문=임청하 기자] #멈추고 싶으면 그만 버둥거려, 네가 멈추면 돼

최고운 ‘멀쩡한 어른 되긴 글렀군’ (위즈덤하우스, 294쪽, 1만5800원)

우리나라에는 애니메이션 ‘짱구는 못 말려’로 알려진 일본 만화 ‘크레용 신짱’. 짱구의 울라울라 춤과 무심하면서 재치 넘치는 대사는 익히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어른이 되서 바라본 짱구는 어떨까.

이제는 내 마음보다 남의 비위를 먼저 맞추느라 전전긍긍하며 살아가는 우리를 흔히 마주하곤 한다.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하면 철이 없단 소리를 듣기 일쑤고 그 사이에서 어쩌면 나 자신을 잃어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우리의 답답함을 만화 속 짱구는 통쾌하게 풀어준다.

절대 남의 눈치를 보지 않는 당당함과 함께 아무도 태클 걸 수 없는 배짱,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 속도를 유지하는 대담한 마음가짐 등 짱구의 태도는 지금의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이 제법 많다.

이를 테면 ‘오늘의 고기만두를 내일로 미루지 말자’, ‘뭘 그렇게 어렵고 복잡하게 생각해? 나는 그냥 재미있어서 하는 건데’, ‘지금 힘든 사람 모두 힘 빼요. 힘을 빼는 순간 몸과 마음이 편안하게 떠오를 거예요’, ‘멈추고 싶으면 그만 버둥거려. 네가 먼저 멈추라고’, ‘져도 진짜 기분 좋아’ 등이다.

책은 엉망징창인 세상에서 스스로를 지키느라 고군분투하는 모든 어른들을 짱구의 인생 철학을 담아 응원한다.

사전에 나온 어른은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그런 어른이 몇이나 될까.

주변에서는 인생을 능숙하게 돌파하고 싶었지만 예상 밖이라 당황한 적 있는 사람, 훌륭한 어른이 되지 못했어도 자기만의 방식으로 제법 살아가는 어른들을 더 쉽게 볼 수 있다.

저자는 웃을 일 없는 세상에서, 인생이 엄숙할수록 짱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평소에는 딱히 어른인 것을 자각하지 않다가 하기 싫은 일을 하며 버텨야 하는 순간, 우리는 어른임을 깨닫는다.

대단하고 거창할 것 없는 결심에다 어른을 소환하는 것도 민망한데 늘 해내는 것도 아닌 게 우리의 모습이다.

걱정을 오래 담아두면 마음속에 주름이 생긴다는 짱구의 말처럼 괜찮은 척, 어른인 척하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위안을 전하는 책이다.

일상의 답답함과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이라면 이 책을 통해 자신만의 행복을 지키는 짱구의 인생 처세술을 전수받을 있다.

▲ 책 ‘이제 개인의 시대다’ 표지.

#언택트 시대 속 생존방법은?

은서기 ‘이제 개인의 시대다’ (피톤치드, 232쪽, 1만4000원)

4차 산업혁명과 언택트 시대가 도래하면서 현대인들의 실질적인 생존방법은 무엇일까. 조직의 시대 방식으로는 더이상 성공할 수 없다는 게 책의 주장이다.

책은 그 누구도 한 개인을 돌봐주지 않으며 스스로 일어서야 할 때라고 말한다. 이제 내가 있는 곳이 사무실이고, 진료실이며 강의실이자 민원실이다.

과거에는 조직에 충성하면 승진하고 정년을 보장받으면서 어느 정도 안정된 삶을 살 수 있었다.

그러나 이른바 ‘소확행’, ‘잡노마드’, ‘긱이코노미’, ‘밀레니얼 세대’ 등이 등장하면서 조직보다는 ‘나’ 자신의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저자는 성공의 답이 아닌 새로운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책을 펴냈다. 그 핵심은 바로 ‘노출’이다.

자기노출을 통해 삶의 태도와 행복에 대한 개념을 바꿔야 한다고 말하는 책이다.

▲ 책 ‘독서 고수들의 독서법을 훔쳐라’ 표지.

#책을 제대로 읽는 것도 방법이 있다

이성열 ‘독서 고수들의 독서법을 훔쳐라’ (북오션, 264쪽, 1만5000원)

아무리 책을 읽어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 소위 ‘독서치’가 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독서법에 대한 책만 300권을 읽었다.

그렇게 독서 고수들의 독서법을 습득한 저자가 책을 펴냈다.

책은 은퇴할 때까지 책 한 권 제대로 읽지 않던 저자가 매년 200권의 책을 읽고 독서법에 대해 수록했다.

특히 가장 도움이 됐던 9명의 독서법을 소개한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를 통해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지적 호기심에 눈을 뜬 저자는 독서에도 기술, 즉 ‘독서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독서법을 익히자 독서력이 일취월장했고 독서한 지 3년만인 2015년 첫 책을 펴냈다. 직접 저자가 정리한 핵심 독서법 노트도 함께 공개한다.

한편, 저자는 독서 모임 ‘6070’과 블로그 ‘독서는 게릴라처럼’을 운영하는 가운데 ‘게릴라 독서법’을 연구하고 있다.

▲ 책 ‘작가들과 반려동물의 사생활’ 표지

#인생은 물론 문학세계까지 파고든 반려동물

캐슬린 크럴 ‘작가들과 반려동물의 사생활’ (에프, 184쪽, 1만7500원)

애완동물이란 말보다 반려동물이 익숙해진 시대다.

동물과 함께 인생을 살아가는 이들이 늘면서 단순히 귀엽다는 뜻의 ‘애완’보다 정서적으로 의지하고 짝이 되는 ‘반려’의 개념이 자리했다.

이에 앞서 우리가 한번쯤 들어본 유명 작가들도 반려동물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찰스 디킨스, 버지니아 울프, 어니스트 헤밍웨이, 파블로 네루다 등이다.

이들의 반려동물은 작가 개개인의 삶과 의식에 스며들어 작품 속에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곤 했다.

책은 동물과 생애를 함께한 20명의 작가를 소개한다. 작가들의 삶과 더불어 작품 세계까지 두루 섭렵하면서 반려동물과 관련해 그간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의 사소한 일상까지 포함한다.

특히 앨리스 워커의 경우 멋들어진 볏을 자랑하는 닭을 반려동물로 맞은 점 등은 독자들의 흥미를 돋군다.

▲ 책 ‘지금 여기, 무탈한가요?’ 표지.

#무감각한 세상에 던지는 의문

오찬호 ‘지금 여기, 무탈한가요?’ (북트리거, 228쪽, 1만5000원)

노력하면 웬만큼은 잘 살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과연 그럴까.

저자는 사회가 그 정도로 무탈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불평등과 차별이 만연한 세상의 일면은 코로나19 여파로 더욱 민낯을 드러냈다고 강조한다.

자영업자는 휘청거리고 실업자가 늘었으며 취약계층은 위기에 처했다. 사회가 흔들리자 약자부터 추락하는데 세상은 우리를 ‘괜찮다’고 다독인다.

책은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는 이슈부터 나와는 멀게만 느껴지는 난민, 장애인, 환경 따위의 주제를 다룬다. 긍정만 강조하느라 애써 외면했던 사회의 나쁜 면에 주목한다.

이를 통해 복잡하게 얽힌 듯한 사회의 실타래를 풀어헤친다. 14가지 키워드로 한국 사회를 진단하는 이 책은 각각의 키워드에서 숨은 불평등을 찾아낸다.

어떤 현상과 사건에서 본질을 포착하기 위해서는 세상을 보는 시각을 바꾸도록 권한다.

▲ 책 ‘민족’ 표지.

#오랜 역사 속 민족주의의 본질은?

아자 가트, 알렉산더 야콥슨 ‘민족’ (교유서가, 608쪽, 3만2000원)

민족주의는 어떻게 처음 생겨났으며 많은 이들로부터 강렬한 감정을 이끌어낼까.

책은 민족과 민족주의가 근대에 상상된 혹은 발명된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반박한다.

그러면서 전 세계의 역사를 통틀어 종족은 언제나 고도로 정치적이었고 민족과 민족국가는 수천년 전 국가가 시작된 이래로 존재해왔음을 알려준다.

특히 문화가 일찍이 우리의 원시적 조건으로부터 인류 진화에 적응해왔고 친족과 함께 종족성과 종족에 대한 충성을 규정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책은 종족성과 민족주의의 폭발적 성격, 나아가 그것들이 정체성과 연대를 형성하는 데 해방적이고 이타적인 역할까지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저자는 “근대주의 계율은 현재의 민족과 민족주의 연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며 “실제로 이뤄진 큰 진전들을 극단적으로 과장함으로써 연구 방향을 크게 오도했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