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은 경영수익 대상이 아니다. 공익성과 기업적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긴 하나 주민 편의를 최우선해야 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의 국가기관으로 공공성이 우선된다. 과기부 아래 우정사업본부와 각 지방우정청을 둔 것 자체가 두 가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균형을 유지해야 할 우정청의 기능이 수익성 창출에 급급한 나머지 주민 편의를 외면하고 있다. 국가 우정정책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제주지방우정청은 한림읍 협재우체국을 한림우체국에, 서귀포시 예래우체국을 중문우체국에 흡수 통합해 운영하겠다며 지난 7일까지 행정예고해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물론 인터넷 등 대체 통신의 발달로 우편물이 줄어 적자가 늘고 있고 운영 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에 대한 국가의 봉사다.

　이를테면, 학생 수가 줄었다고 농어촌 초등학교를 당장 폐교하지 않는 것이나 이용자가 감소했지만 우체국을 존치해야 하는 것 모두 같은 이치로 봐야 한다. 운영비가 많이 든다고 무작정 학교를 폐교하고, 돈벌이가 안 된다고 우체국을 폐국 또는 통폐합해버리는 정부를 국민을 위한 정부라고 할 수 있겠는가.

　제주우정청은 지난해에도 도내 우체국을 구조조정한다며 조천우체국을 함덕우체국에, 협재우체국을 한림우체국에 각각 통폐합하려다 주민들의 반대로 철회한 바 있다. 장사가 안 되는 우체국을 없애려는 우정청의 시도가 더 이상 계속될 경우 도민적 반발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들 우체국 통폐합은 제주우정청의 독자적 판단이 아닌 우정사업본부의 지시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제주우정청은 먼거리 이동이 어려운 노인층의 우체국 이용률이 높아지고 있는 점, 우체국이 주민들의 부지 기부채납으로 들어선 점, 이미 마을의 경제·문화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특수한 국가 봉사 기관인 점 등을 감안해 통폐합 철회를 우정사업본부에 강력히 건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