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가 막대한 빚을 내 제주시 신청사를 건립하는 무모한 계획을 버리지 않고 있다. 현재 제5별관(옛 한국은행 제주본부) 청사를 철거해 지하 3층·지상10층(연면적 2만 4822㎡) 규모의 신청사를 2025년 준공 목표로 2023년 신축 공사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문제는 한 푼의 자금도 없이 사업비 전액(729억원)을 지방채로 발행해 추진하겠다는 점이다. 도대체 절반도 아닌 전액을 시민의 빚으로 마련하겠다니 제정신인가. 아마도 완공 시까지 총사업비는 1000억 원 내외로 늘어날 것이다. 시민과 도민의 혈세 부담이 될 초대형 시청사 건립을 강행하려는 제주시의 저의가 궁금하다. 혹시 원희룡 지사의 업적 쌓기용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제주시 신청사 건립은 엄청난 빚도 빚이지만, 아직 행정개편 논의가 끝나지 않은 상태여서 시기가 적절치 않다. 건축 사업비의 일부를 자체 예산으로 마련하고 국비 지원까지 확보한 후 사업을 추진해도 늦지 않을 뿐 아니라, 현행 2개 행정시가 4개 행정시 또는 기초단체로 조정될 가능성을 감안해야 한다.

　새로운 형태의 행정체제가 현실화할 경우 초대형 신청사는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제주도와 제주시는 감당하기 어려운 빚을 내 시민들에게 부담을 주고, 행정체제 개편 후 시청 인력이 약 4분의 1까지 축소될 게 분명한 시청사를 건립하는 계획을 중단해야 한다.더구나 코로나19로 인해 재정 규모가 축소되고 적자재정 운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시민과 도민, 나아가 국민의 정서에 반(反)하는 어리석은 호화 시청사 건립 계획, 이쯤에서 접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