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
기획특집작가의 작업실
"간절한 맘 담은 에너지 공유하고파"(23) 홍시야 작가
직접 창작 장르 '마음 크로키'
심상들의 순간 드로잉에 옮겨
각양각색 생명체 서로 연결돼
임청하 기자  |  purenmul@jeju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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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9.22  16:4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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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신문=임청하 기자] 때로 뭔가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침묵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집중하게 되고 생각을 어지럽히는 요인을 잠시 접을 수 있기 때문이다.

   
▲ 홍시야 작가.

홍시야 작가(40)는 스스로의 마음과 무의식에 깊숙이 파고든다. 그렇게 현실과 내면 사이를 넘나들며 비로소 느껴지는 잔상들을 여러 재료 위에 표현한다.

그가 제주에 오게 된 계기는 꿈에서 비롯됐다. 서울에서도 산과 가까운 지역에서 작업하던 그는 어느 날 섬 위에서 밥을 먹는 꿈을 꿨다. 그 섬이 움직이면서 파도가 일렁이는데 바닥을 내려다보니 뱀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두렵지 않았고 오히려 편안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제주로 가야겠다고 결정했고 입도한 지 대략 5년이 됐다.

그의 작업은 획일화된 장르로 단정짓지 않는다. 직접 이름을 지은 ‘마음 크로키’가 그의 장르다.

대개 움직이는 사물이나 사람을 포착해서 담아내는 게 크로키라면, 작가는 마음에서 일어나는 심상들의 순간을 붙잡아 드로잉으로 옮기는 방식이다.

얼핏 떠오르는 감정이나 이미지, 생각들조차 수면 위로 끄집어냄에 따라 자기 자신을 조우하는 것이다.

10여 년이 훌쩍 넘게 작업을 이어오면서 알게 된 건 인간과 자연, 모두가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모양과 크기, 색깔도 다 다르지만 결국 소중하고 고귀한 생명체라는 인식은 변함없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것이 작품 소재 간 따로 경계가 없다. 하늘도, 땅도, 바다도 그의 작품 안에선 뭐든 될 수 있다. 어디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물고기새’가 등장하기도 한다. 누군가 정해놓은 틀이 아니라 함께 존재하는 ‘공존’이 자리한다.

그의 첫 개인전 제목은 ‘한숨의 그릇 담다’로 시작해 두 번째 전시에서는 ‘숲의 한숨 듣다’로 이어졌다. 매일 몸이 숨을 쉬고 비우는 것에서 나아가 그에게 늘 위로를 주는 숲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싶어서였다.

범상치 않은 꿈으로부터 시작한 제주살이는 오히려 마음을 열게 되는 시간들로 꾸며지고 있었다. 작가가 늘 가까이 두려는 자연과 벗삼는 일상이 지속되서인지 시선이 유연해졌다.

   
▲ 홍시야 작 ‘Innerworld’.

그동안 정형화돼 예술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 미술교육을 해보기 시작했고 일반인을 위한 드로잉 수업도 진행하게 됐다. 그저 경험을 나누는 것뿐인데 일상에 환기가 된다는 이들을 보면서 깨달은 게 많아진 것이다.

“예전 같았으면 일부러라도 하지 않았던 것들을 제주에서 하게 되면서 생각이 넓어진 거 같다”며 제주자연과 섬이라는 환경이 주는 영향들로 인해 나눔의 개념이 확장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나눌 수 있는 작가가 되고싶다고 덧붙였다.

난개발이 만연한 제주의 현재에서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며 하루 한 장씩 꼬박 100일간 나무를 그렸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매일 기도한 게 모아지면 에너지가 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마음을 공유하고 싶다”며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힘을 내야한다고 했다.

좀처럼 미래를 알 수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게 우리의 모습이다. 하지만 작가의 말처럼 서로가 아끼며 살다보면 모호한 여정에서도 한 발씩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정해진 건 없지만 자신의 속도를 존중하는 것. 인생을 자유롭게 여행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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