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임청하 기자]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이 다가왔지만, 예년과는 다른 풍경이 예상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처음 맞는 추석인데다 정부가 고향 방문을 자제하면서 온 가족이 모여 북적거리는 분위기는 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윷놀이, 제기차기 등 민속놀이를 체험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없게 됐다. 공립 박물관과 미술관 등 도내 문화시설이 휴관을 10월 5일까지 연장하면서 이번 추석 연휴기간에는 대다수 시설이 별도의 프로그램을 마련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필요는 없다. 제주도가 올 한해 열렸던 비대면 전시와 공연 등 각종 온라인 행사를 집에서 안전하게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자세한 사항은 종합문화정보 누리집 ‘제주인놀다(www.jejunolda.com)’를 참고하면 된다. 80여 건에 달하는 문화예술 콘텐츠 중 일부를 소개한다.

▲ 오페라 ‘팔리앗치(Pagliacci)’.

#도립예술단 합동공연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팔리앗치’
도립예술단이 올해 두 번째 합동공연으로 지난 7월 10~11월 개막했던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팔리앗치’다.

제주교향악단, 서귀포관악단, 제주합창단, 서귀포합창단, 도립무용단 소프라노 서선영·박현진, 테너 이범주, 바리톤 이규봉·최병혁 등 정상급 성악가들이 참여했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시칠리아 섬에서 제대를 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투릿두’가 옛 애인을 잊지 못해 은밀히 만나는 가운데 이를 질투하는 ‘산투차’, 롤라의 남편 ‘알피오’가 등장하면서 소시민들의 사랑과 증오, 질투 등을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팔리앗치’는 이탈리아 남부 가난한 마을 어릿광대인 ‘카니오’가 바람을 피운 아내에게 분노한 나머지 실제 연극에서 살인을 저지르는 치정 살인극이다.

본공연뿐만 아니라 제작과정부터 주·조역 오디션 현장까지 유튜브 채널 ‘에이제이피-AJP’에서 만날 수 있다.

▲ 제26회 제주청년작가전 온라인 전시 영상.

#제26회 제주청년작가전
제주도 문화예술진흥원(이하 진흥원)은 오는 10월 25일까지 도내 신진작가들이 참여하는 ‘제26회 제주청년작가전’을 개최하고 있다.

올해 청년작가로 선정된 김상균(평면)·강주현(입체, 설치)·강영훈(미디어) 작가가 참여하는 가운데 각 작가별 다채로운 개성이 가득한 출품작을 내놨다.

김상균 작가는 자신의 주변 또는 타인이 생각하는 이미지를 하나의 대상으로 완성, 연속적인 이미지들을 구현했다.

강주현 작가는 ‘행위로서의 조각’ 연작 작업을 공개하며 순간의 구조에 고정돼 온 과거 조각의 개념에 질문을 던진다.

강영훈 작가는 난민 등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며 이들을 조명하고 있다.

특히 진흥원이 올해부터 청년작가전 관련 제도 개선을 통해 1억원의 예산을 확보하고 작가와 전문 큐레이터 및 평론가 매칭 프로그램, TV 스팟 광고 송출, 도내 유관기관과의 업무협약 등을 통해 전폭 지원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 제38회 대한민국연극제 제주예선전 온라인 영상.

#제38회 대한민국연극제 제주예선전·제25회 제주연극제
한국연극협회 제주도지회는 지난 4월 17일부터 18일까지 한라아트홀 대극장에서 ‘제38회 대한민국연극제 제주예선전 및 제25회 제주연극제’을 개최했다.

대한민국연극제 제주예선전은 우수한 제주연극을 전국 대회로 참가시켜 제주도의 위상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것과 동시에 도내 연극활동 활성화를 위해 마련됐다.

무대에 오른 작품은 극단 가람의 창작극 ‘울어라! 바다야’과 극단 파노가리의 창작극 ‘발자국’ 등이다.

‘울어라! 바다야’는 가족들을 위해 평생 물질을 해온 해녀 순이와 가족들의 이야기다. 일본인들의 차별 속에서도 물질을 하면서 순이는 돈을 보내지만, 정작 15년만에 찾은 고향에선 자기 이익만 챙기는 가족들의 모습에 한(恨)이 생기고 잠수병을 앓게 된다.

‘발자국’은 헤어진 아내를 만나기 위해 노숙자 행세를 한 문씨의 이야기로 생계형 노숙자들을 만나 범행에 휘말리게 된다. 크게 다친 문씨는 코마상태로 병상에 있게 되지만 발자국이 점차 문씨의 기억을 회복시켜준다.

▲ 산지천갤러리 기획전 ‘생명 속의 안식처’ 온라인 영상.

#산지천갤러리 기획전시 ‘생명 속의 안식처’
제주도와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올해 산지천갤러리 전시기획 공모로 선정한 전시 ‘생명 속의 안식처(The Resting Place for all my life)’도 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

지난 4월 17일부터 7월 10일까지 열린 이 전시는 ‘생명’과 ‘안식처’라는 개념에 주목했다.

제주 자연생태에 접근하는 시의적절한 기획의도가 높은 평가를 받은 전시로 기획주제와 작가 선정의 연계성, 치밀한 전시 연출계획 등에서 돋보이는 기획이란 평을 받았다.

전시는 제주의 오랜 역사적 공간이 품었던 속살을 예술적 시각으로 다양하게 풀어보자는 시각에서 출발했다. 제주의 가치와 역사적 의미를 연구해 의미를 집약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김민주, 이정태, 전선영 세 작가는 제주의 여러 공간을 탐색하고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신기하고 흥미로운 생경한 이미지들을 회화, 설치, 조각에 덧입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