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민생·환경문제 ‘걱정’

　코로나19 확산 우려 속에 맞이한 추석 분위기는 예상대로 차분했다. 고향방문 자제로 귀성객이 감소하는 등의 여파로 조촐하게 차례를 지내는 가정이 많았다. 역시 추석 밥상머리 화두는 코로나19와 이로 인한 민생경제 위기, 각종 개발로 훼손이 가속화하고 있는 환경문제에 집중됐다.

　추석연휴를 앞둔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3일까지 제주를 방문한 관광객 등 입도객은 모두 25만명을 웃돌았다. 하루 최저 2만7000여 명(28일)에서 최고 4만4000여 명(30일)이 제주를 찾아 화창한 가을의 정취를 만끽했다. 아직까지 도내 코로나19 확진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지난 3일 기준 모두 565건에 대한 진단검사가 이뤄졌으나 다행히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에 이르다. 잠복기간(14일)이 지날때까지는 지켜보면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만약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발생할 경우 확산 우려가 현실화할 수 있고, 모처럼 반짝특수를 누린 관광업계도 거리두기 강화로 또다시 극심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제 역할 부족 원 지사·도의회

　사실상 전국에서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지역은 제주다. 사람의 이동이 격감하면서 주력산업인 관광산업이 곤두박질쳤다. 아울러 도민들의 소비도 줄어 음식점과 재래시장, 골목상권 등도 막대한 타격을 입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문을 닫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의 점포가 속출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업소의 영업 부진으로 일자리를 잃은 계약직 및 아르바이트 근로자들의 생계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급부상할 것이다. 우선, 추석연휴발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면서 앞으로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긴장상태를 유지하고 특별방역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도 잡고, 파탄 직전의 민생경제도 살릴 수 있다.

　또다른 제주의 위기는 자연환경 훼손이다. 이미 도내 해안과 중산간 일대는 각종 관광시설물이 들어섰다. 심지어 곶자왈 지대까지 훼손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제주는 오히려 사람들이 외면하는 관광지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가뜩이나 재선충병으로 막대한 소나무가 말라 죽었다. 울창한 숲을 이뤘던 산림이 사라지고 있는 데다, 천혜의 숲이며 소중한 지하수 자원인 곶자왈까지 훼손되면 말 그대로 제주는 끝장난다.

　제주도지사와 제주도의회는 제주의 환경을 제대로 지키는 역할만 잘 해도 후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원희룡 지사와 제주도의회는 여전히 개발정책을 지향하고 있다. 하나마나한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전면 수정해 보존을 전제로 한 실질적인 환경영향평가가 되도록 하는 일부터 착수해야 한다.

소통 소홀·민의 경시 각성해야

　특히 원 지사와 도의회는 제주 최대 갈등 현안인 제2공항 건설 여부를 결정하는 문제를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원 지사는 도의회 제2공항갈등해소특위의 주민투표 등 도민의견 수렴 계획에 적극 동참해 이 문제를 조속히 결론내야 한다. 제2공항 관련 여론조사 결과가 제2공항 건설 찬성보다 반대 의견이 더 많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원 지사는 첫 취임 당시 소통을 강조했지만 오히려 소통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주민투표 등 도민의견 수렴 역시 소통과 민의 존중을 위해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원 지사는 코로나19, 지역경제난, 환경훼손으로 인한 위기와 제2공항 갈등 문제로 싸늘했던 추석 민심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더 이상 도민 간 갈등 방치는 용납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