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공항 확장 가능 여부 확인

　제2공항 건설 여부는 이제 제주도민의 뜻에 맡겨지게 됐다. 국토교통부와 제2공항 강행저지 비상도민회의 측이 현 제주공항 확장 가능성을 놓고 그제와 어제 2차례에 걸쳐 벌인 심층 토론회 역시 서로의 주장만 확인하는 선에서 끝났다. 비상도민회의가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제시한 용역 결과를 토대로 현 공항 확장 가능성을 설득력 있게 설명한 반면, 국토부 측은 일부는 용역이 잘못됐다며 수용 불가의 입장을 고수했다.

　아마도 이번 토론회가 현 제주공항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정작 토론회에 참석해야 할 ADPi 측 관계자가 자리에 함께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코로나19 때문에 관계자를 초청해도 2주간 격리돼야 하는 불편 등의 이유를 내세워 토론회 참석을 배제했다.

ADPi 관계자 참석시켰어야

　제주공항 확장 문제를 연구한 세계적인 공항건설 전문 기술 인력이 아닌 비전문가인 국토부 공무원들을 토론자로 내세운 자체가 현 공항 확장으로 계획을 바꿀 생각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이번 현 공항 확장 가능성 토론회를 포함해 그동안 수차례 개최한 제2공항 찬반 토론회를 지켜본 도민들은 무엇이 제주를 위한 길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선택의 폭을 좁혔을 것이다.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제주의 환경을 지금 수준으로라도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더 훼손시킬 것인가이다. 환경을 보전하려면 사실상 제주공항 확장도, 제2공항 건설도 필요하지 않다. 관광객수를 현재 수준으로 동결해야 환경 제1의 섬, 제주다운 제주를 유지할 수가 있다.

　국토부는 장기적으로도 제주관광이 지금처럼 호황을 누릴 것으로 보고 있지만 아주 잘못된 예측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해외여행이 늘어나고,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금강산 등 북한지역 관광이 다시 활기를 띠게 될 것이다. 이 때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감소로 돌아설 것은 보나마나다. 더구나 세계 최고 자연휴양 관광지인 하와이 관광객이 연간 1000만명 미만인 점에 비춰보더라도 현재 연간 1500만명 이상 찾아오는 제주관광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현재보다 미래 제주 선택을

　이미 제주는 쓰레기 천국이 된지 오래다. 쓰레기 처리장에는 소각도, 매립도 하지 못한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현 공항 확장 가능성 토론회에서 국토부 관계자는 제2공항이 건설되면 쓰레기 처리도 원활해질 것이라고 했다. 지금도 극심한 쓰레기 처리난이 2공항이 들어서면 더 잘 될 것이라니, 도대체 그 근거가 무엇인지 기가 막힐 따름이다. 더구나 계속 떠밀려오는 해양쓰레기까지 겹쳐 어민들의 생활터전도 위협받고 있다.

　연간 약 500만명의 관광객을 더 받아들이려고 공항을 하나 더 만들어야 하는지, 과연 이게 미래 세대를 위한 길인지 냉철히 판단해야 한다. 제2공항이 들어서면 청년일자리가 많이 늘어나고 동부지역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막대한 환경훼손으로 인한 환경적·경제적 손실에 비할 바가 아니다. 원칙적으로는 제2공항도, 현 공항 확장도 필요가 없지만 현실적으로 선택을 해야 할 처지에 놓인 이상 현 제주공항을 최첨단 공항으로 탈바꿈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토론회에서 제2공항이 아니면 현 공항 확장도 없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이런 형태의 협박성 언급은 오히려 강압적인 국토부의 이미지만 부각시킬 뿐이다. 좀 더 진정성 있는 국토부의 자세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