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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팔자, 상팔자여~
임창준  |  객원 논설위원 / 전 제주도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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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0.21  18: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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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가 살고 있는 곳이 제주시 사라봉 공원 근처라 곧잘 이곳을 찾는다. 사라봉 바로 동쪽에는 사라봉과 형제격인 별도봉이 늠름한 자태를 뽐내고 있어 산책객들이 즐겨 찾는다. 특히 야간에도 가로등 불을 밝혀 대낮보다 멋들어진 한 폭의 풍경화를 연상케 한다. 이름 모를 잡초와 100년 쯤 된 수목들로 신선한 공기가 공원 전체를 휘감아돌아 많은 산책객들의 발길을 유혹한다.

 하지만 대형 반려견(애완견)을 함께 데리고 나온 사람들 때문에 산책객들은 불쑥불쑥 소름이 돋을 때가 많다. 목줄을 풀어놓은 개가 이리저리 휘젓고 다녀 이에 놀란 시민들이 당국에 민원을 내보지만 달라지는 게 영 없다. 산책객 4~5명 중 1명 꼴로 개를 동반한다. 반려견이 애완견이란 용어를 대체하며 대중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에 이른다. 고대 철학자 키케로는 개를 두고 네 발을 지닌 인간의 친구이자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탄생한 자연의 선물이라고 칭송하며 개와 인간의 뿌리 깊은 역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아파트값 급등과 전세 품귀 등 주거 대란이 수도권을 덮친 가운데 서울 서대문구가 애견과 함께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공급한다. 서대문구는 이달 말까지 반려견을 키우는 1인 청년 가구를 대상으로 맞춤형 공공임대주택 견우일가(犬友一家)’ 입주자 20명을 모집하고 있다. 견우일가는 소형 견() 2마리를 기르는 청년을 위한 임대주택이다. 건물 곳곳에 반려견을 위한 시설들을 설치했다. 각 가구는 방과 거실, 화장실, 다용도실로 구성된 1.5(전용면적 30) 구조다. 모집 대상은 서울시 거주 미혼인 취업준비생과 근로소득자, 사업소득자, 졸업까지 1학기 남은 대학생이다. 가구 구성원 모두 무주택이고, 신청인의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원수별 월평균 소득의 70% 이하(1인 가구 약 185만원)여야 한다. 이에 온라인에는 사람 살 집도 부족한 형편에 웬 개집 타령이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최근엔 반려동물을 테마로 한 전북 임실군의 프로젝트가 국가공모사업에 선정됐다. 임실군은 개팔자가 상팔자여~’라는 반려동물을 테마로 한 주민역량 강화 프로그램이 국토교통부 ‘2020년도 상반기 소규모 재생사업으로 확정됐다고 한다. 이에 따라 군은 2억여원을 투입해 반려동물 관련 사업을 펼친다.

 애견인 임대주택에 대한 여론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서울 전역에서 전·월세 대란이 벌어져서 사람 살 곳 구하기조차 어려운데 세금을 쏟아 개 살 집을 마련해 주겠다는 건가.

 취업난 속에 열심히 공부해서 괜찮은 기업에 취업해 열심히 살아가는 청년들의 주택보다 개 집 지어주는 게 국가적으로 더 중요할까. 정부 개입 없이 시장 원리로 작동하게 해줘야지. 강아지 키우는 사람들이 생계가 힘든 사람들인가. 개 키우는 게 무슨 벼슬인가. 개 키우는 게 무슨 산업이라도 일으키는 것인가.

 반려견을 키우는 데도 상당한 비용과 노력이 든다. 반려견 입양, 등록, 장례, 보험, 동반식당, 놀이터, 호텔, 미용실, 매니큐어실 등. 제주시 애월읍에도 반려견을 위한 민간 P종합시설들도 들어섰다.

 반려견을 키우는 시간·경비면 차라리 우리 주변의 불우이웃과 사회봉사를 하는 게 어떨까. 경천애인(敬天愛人)하자는 이야기다. 공원, 산책로 등 공공장소에서 반려견의 배설물을 수거하고 목줄·입마개 등 적절한 안전조치를 취하는 것은 동물보호법’, ‘공원녹지법등 법령에 규정된 의무사항이다.

 나에겐 사랑스런 반려견일지라도 누구가에겐 위협적·혐오적 존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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