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귀포시 동지역 수돗물의 깔따구 유충 발생은 그동안 제주도의 상수도 정책이 얼마나 안이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사실 제주도의 상수도 정책은 청정제주의 이미지에 걸맞지 않게 전국에서 가장 낙후했다. 제주지역의 상수도 유수율은 고작 47.1%로 전국 평균(약 85%)에 턱없이 못 미친다. 누수율이 무려 43.3%(2018년말 기준)로 전국 평균 10.8%의 4배에 이를 정도로 최악이다.

　정수장에서 보낸 물이 수도관을 통해 가정 등 소비지에 도달하기 전에 중간에서 절반 정도가 땅속으로 새버리고 있다. 낡은 수도관을 제때 교체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도민들은 녹이 슨 수도관을 통해 급수된 물을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 제주도는 해마다 상수도 수질이 정상이라고 발표하고 있으나 노후관보다 교체된 새 관을 통해 들어온 수돗물이 훨씬 더 깨끗하리라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서귀포시 강정정수장에서 발생한 깔따구 유충 사태와 관련해 사과했다. 조 장관은 지난 23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난 7월 인천 수돗물 유충 발생 시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난 뒤에 이번 사건이 발생해 정말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원희룡 지사는 아직까지 수돗물 유충 발생 사태에 대해 사과의 말을 하지 않고 있다.

　원 지사는 국가 수질환경정책 부서인 환경부의 뒤에 숨지 말고 도민 앞에 나와 지역 내 상수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실책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해야 마땅하다. 혹여 정수장 수질관리 잘못의 책임을 환경부로 전가한다면 비겁한 일로 도민적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더구나 전국 최저 수돗물 유수율을 전국 평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일이 시급하다. 원 지사는 수돗물 유충 발생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과하고 전국 최고 누수율 조기 해결 대책도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