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지사의 ‘청정제주 송악 선언’은 주목 받을 만하다. 원 지사는 그제 대정읍 송악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직 남아 있는 난개발 우려에 마침표를 찍겠다”고 밝혔다. 청정제주 선언은 사유화가 우려되는 송악산과 중문주상절리를 지켜내고,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의 엄격한 심사 및 동물테마파크 조성사업의 신중한 검토 등이 골자를 이루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이미 예상된 현안들로 새로울 게 없는 내용이지만 선언의 형식을 통해 입장을 정리했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

　문제는 환경보전에 대한 원 지사의 진정성이다. 그의 청정제주 선언의 진의가 의심되는 것은 민선 6기를 거쳐 7기 중반에 이르도록 사실상 환경문제에 적극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간에서는 대권을 의식한 불가피한 정치적 선택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원 지사는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제주도에 위임된 환경영향평가 제도로 인한 자의적인 평가로 제주의 환경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아마도 국민의힘 당내 대권 주자 경선에 대비하는 첫째 조건이 ‘제주환경 지키기’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원 도정이 들어선 후 제주의 환경이 갈수록 훼손되고 있다는 중앙 정치권과 국민의 곱지 않은 시선에 대처하려면 이 방법이 최선이었을 것이다. 제주도청에서 가져도 될 기자회견을 굳이 송악산 선착장 인근에서 일요일에 개최한 것 역시 중앙 정치권 홍보의 극대화를 위한 노림수였을지 모를 일이다.

　원 지사의 이번 송악산 현지 청정제주 선언으로 논란이 돼 온 송악산 뉴오션타운 조성사업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전망이며, 다른 대규모 관광개발사업들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주상절리 부영호텔 건축사업은 제주지방법원이 허가 취소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린 상태다. 상급심도 같은 판결을 하면 주상절리를 온전하게 보전할 수 있게 된다. 원 지사는 비록 한참 늦은 청정제주 선언이지만, 말만이 아닌 실행을 통해 제주환경이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