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운영비를 지원하는 출연기관이 늘어나면서 감당해야 할 예산도 폭증하고 있다. 제주도 관련 사무의 상당 부분이 출연기관으로 이관돼 공무원들의 업무는 경감됐지만 도민 혈세 지출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제주의료원 등 의료기관에 대한 일정 부분의 예산 지원은 의료복지 확대를 위해 불가피하지만 공무원들이 담당해도 될 문화예술분야 업무의 대부분을 제주문화예술재단에 맡겨 추진토록 하는 것은 업무 이원화를 극대화하고 예산 낭비의 요인이다. 도대체 ‘공무원은 뭐하느냐’는 지적에 딱히 할 말이 없는 이유다.

　올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지방세 수입이 줄어 내년 제주도 예산 확충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당연히 소비성, 선심성, 행사관련 예산부터 감축돼야 한다. 내년 예산안에 출연기관의 예산이 올해보다 오히려 더 증액됐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특히 올해보다 증액된 예산안이 제주문화예술재단 35억6000만원,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 113억여원, 제주의료원이 운영비 50억원·건강검진 등 기능보강사업비 47억원 등 무려 97억원에 달한다.

　제주의료원의 건강검진비 증액은 이해할만 하지만 운영비 과다 지원은 문제가 있다. 의료시설 이용자를 늘려 자체 수입으로 운영비를 충당하는 자구노력이 필요하다. 더욱이 소비성, 행사성 예산일 가능성이 높은 예술재단 및 문화산업진흥원의 예산 증액은 더 신중해야 한다. 상당 부분 공무원이 해도 될 일을 출자·출연기관을 늘려 예산을 축내는 것도 모자라 더 많은 예산을 사용하겠다는 것은 도민이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