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차 보유 억제 취지부터 잘못돼

　차고지증명제를 실시한다니까 도민들은 그동안 이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제도시행의 취지는 개인 차량 보유 억제책의 일환으로 빚어졌는데, 이 목적이 타당한가에서부터 차고지증명제의 한계가 시작된다고 봐야 한다. 현대인의 사회생활 대부분은 장소 이동을 전제로 하고 교통수단의 발달은 이동의 범위를 대폭 확대함으로써 사회생활의 영역을 확장시켜줬다. 자동차 보유 그 자체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자동차를 사용이 기반이 되는 갖가지 경제활동을 고려한다면 개인 자동차의 보급을 단순히 억제하는 정책은 정당성을 결여했다고 봐야 한다. 차고지증명제는 대형 영업용 차량의 주차·보관에서 빚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시행되다가 적용대상이 확대되면서 본격적으로 문제를 야기했다.

　지난 27일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는 차고지증명제가 도민들에게 부담이 되는 상황에 대해서 집중 추궁했다. 환경도시위원회의 지적에 따르면 제주시 도심지역을 기준으로 할 때 자동차 1대의 차고지를 두려면 추산되는 비용이 1억원이라고 한다. 자기소유 차고지확보가 불가능한 경우 유·무상의 임대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데 무상임대가 불가능한 경우 비교적 임대료가 저렴한 공영주차장의 경우에도 차고지 확보를 위한 비용이 결코 적다고 볼 수 없어 자동차 보유가 필수인 도민들에게는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자동차 보유가 경제활동에 필수적이나 수익이 많지 않은 직무를 해야 하는 도민들에게는 이중고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대중교통에 대한 수요규모가 큰 대도시지역에서는 잘 발전된 대중교통시스템에 의해 자동차 보유 수요를 대체할 수 있지만 제주 나름대로 큰 포부를 갖고 출발한 제주형 대중교통시스템은 자동차 운행자의 대중교통 이용률을 높이지 못하고 비용 대비 그 효용이 크지도 않아 재정운영에 골칫거리만 된 상황이다. 결국 적자 투성이 대중교통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동차 보유를 억제한다는 차고지증명제를 강제한다는 비판도 전혀 일리없는 주장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도민편의를 희생해서 대중교통체계를 견인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주객전도인 상황이다. 제주도가 추진중인 친환경 자동차 보유로의 전환하기 위해 내연기관 자동차의 신규 등록 억제책은 그 타당성을 납득할 수 있지만 단순한 자동차 보유 억제는 전혀 차원이 다른 사안으로서 그 취지가 타당하지도, 취지를 인정하더라도 그 수단의 적합성을 전혀 인정할 수도 없다.

형식적·변칙적 운영에 주차난 그대로

　더욱이 차고지증명제가 현재 시행되고 있지만 그 형식만 번거로운 부담이 되고, 다양한 변칙 운영과 나아질 기미 없는 도심지의 주차난을 해결하는 데 일조하지 못한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많다. 차고지가 확보된 차량일지라도 비운행 보관 중일때 차고지가 아닌 이면도로에 불법주차하고, 이러한 차량이 대다수여서 이면도로의 혼잡함은 그대로이다. 또한 차고지를 목적외로 사용하기 위해 공석으로 두는 등 신고된 자리에 보관해야 한다는 차고지 증명제를 형식적·변칙적으로 때우는 사례가 허다하다.

　제자리에 보관하지 않은 차를 단속한다는 발상은 해당 차량의 보관시간대에 차주가 신고한 차고지에 주차되지 않은 것을 적발해야 하는 것인데 민원신고의 도움 없이는 단속의 용이성과 실효성에서도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 구도심지역의 주차난은 전혀 나아질 기미가 없고 이 지역에서 차고지증명제가 실시된 이후에도 그 효과는 미미하다. 오롯이 부담으로만 작용하고 제대로 시행되기 어려운 제도를 주차장이 충분치 않은 도심지의 주민들과 경제적 부담으로 다가오는 서민들의 부담과 희생으로 전가해버리는 불완전한 현행 차고지증명제는 반드시 수정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