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0일 제주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 및 행정수도 완성 대토론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이자 민주당의 총선 공약인 제주형 자치분권 모델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주 자치분권 구축’은 선거때와 관련 행사시에만 집중 거론되는 식상한 용어가 된지 오래다. 말만 그럴싸하게 하고 제대로 실행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가 시행된 이후 연방 수준의 특별자치도는커녕 중앙 권한만 잔뜩 이양하고 국세의 상당 부분 지방세화 등 재정지원은 뒷전이다. 얻은 것은 ‘특별자치도’ 명칭과 제왕적 도지사, 무분별한 기구 확충, 공무원수 증가 정도 뿐이다. 오히려 4개 기초자치단체의 폐지로 자치기능이 상실됐으며 이로인해 지역경제를 위축시키는 결과만 자초했다.

　더구나 최근에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상징인 자치경찰을 국가경찰로 일원화하는 경찰법 개정안을 내놔 반발을 사고 있다. 만약 개정안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할 경우 제주자치경찰은 시행 14년 만에 다시 국가경찰에 흡수된다. 민주당은 경찰법 개정안에 특례규정으로 제주자치경찰 존치를 명문화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의 지방분권 정책을 승계한다는 문재인 정부에서 노 정부가 공을 들인 자치경찰을 폐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와 한국지방자치경찰정책연구원도 최근 제주에서 열린 합리적인 자치경찰제 도입 방안 토론회에서 제주자치경찰 확대·존치 방안이 경찰법 개정안에 반영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민주당은 자치분권 확대를 말하기 전에 제주자치경찰을 존치하는 문제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자치경찰을 폐지하면서 ‘고도의 자치분권’을 강조한들 신뢰할 사람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