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제2공항과 관련해 도민 간 갈등을 부추길 수 있는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 그는 그제 원희룡 지사 등 제주도 예산 관계자와 국민의힘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국회에서 열린 제주예산정책협의회에서 “지역의 오랜 숙원사업이자 제주를 성장시킬 핵심 인프라인 제주 제2공항에 대한 인식을 제주도민과 함께 하며 적기에 공항 건설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도대체 제1야당의 원내대표가 이렇게 느닷없이 분별없는 말을 하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제2공항은 이미 도민 찬·반 의견 수렴 절차를 밟고 있다. 당연히 도민의 뜻에 따라 공항이 건설돼야 한다는 말을 해야 했다. 제2공항 문제가 제주의 최대 갈등 요인으로 자리잡은 점은 주 대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결국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국토교통부, 제주도, 제주도의회가 가까스로 합의한 도민 의견 수렴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공항 건설을 지원하겠다는 것은 특히 제주도의회를 불신하고 도민을 무시하는 것 밖에 안 된다.

　선거 과정에서의 정책적 발언이라면 전혀 탓할 일이 아니다. 실제로 지난 4·15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제2공항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제주 3개 선거구 후보자 3명 모두 ‘선(先)도민 의견 수렴’을 제시한 민주당 후보에게 밀려 낙선했다. 그럼에도 주 대표는 “지난 총선에서도 우리당 차원의 공약으로 적극 추진 의사를 밝혀온 만큼 공항 건설이 적기에 될 수 있도록 정부와 적극 협의하겠다”고 했다. 도민 갈등은 안중에 없고 오직 당의 정책이므로 밀어붙이겠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주 대표에게 묻는다. 지방화시대가 된지 언제인데 ‘정부와 협의해 공항 건설이 되도록 하겠다’는 등 중앙집권적 사고를 갖고 있나. 지금도 중앙정치권의 명령이나 힘으로 지방을 움직이는 시대인가. 주 대표는 중앙의 지시나 입김이 아니라 지자체와 지방의회, 그리고 지역주민 스스로 지역의 현안을 결정하고 해결하는 시대임을 명심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