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신문
오피니언제주칼럼
삼성과 한국
임창준  |  객원 논설위원 / 전 제주도기자협회장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20.11.05  16:38:12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20여 년 전 유럽 선진 5개 나라를 여행한 적이 있다. 스위스 알프스 산을 둘러보기 위해 케이블카가 있는 역을 찾았다. 그 때 뜻밖의 일을 겪었다. 역 입구에 6~7개 나라의 국기들 속에 태극기가 의젓하게 휘날리고 있었다. 입장 티켓을 파는 곳에도 한국어를 볼 수 있어 참 기뻤다. 프랑스·독일 관광지를 찾았을 때도 만국기 속에 태극기가 펄럭였다. 어깨가 저절로 으쓱해지고 한국인이라는 게 자랑스러웠다. 얼마 후 캐나다에 갔을 때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어 엔도르핀이 마구 솟구치는 기쁨을 맛봤다. 그 당시 우리 경제가 크게 발전하기 시작하고 국민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외국을 여행하는 우리 국민이 크게 늘어나면서 한국의 위상이 한결 높아졌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그 이전에 외국을 방문한 한국인에게 그 나라 사람들은 중국인이냐, 일본인이냐고만 물었다.

 코리아하면 떠오르는 게 뭘까. 몇 년 전 외교부가 세계 17개국 남녀 성인 6000명을 대상으로 한국하면 맨 처음 떠오르는 이미지를 앙케트로 물었다. 1위가 테크놀로지’(기술 강국), 2위가 삼성이었다. 삼성 휴대폰과 TV·세탁기 등 가전제품이 테크놀로지 강국 이미지 구축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세계 최빈국(最貧國)이 반세기 만에 기술 강국 이미지를 갖추게 된 데는 삼성의 공이 컸다. 삼성전자가 1990년대 반도체를 수출할 때 그 나라 국민은 처음엔 삼성 제품이 일본 기업체로 인식한 것이 다반사였다.

 삼성제품 뒤편에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라고 분명히 쓰여 있는데도 그들의 눈에는 당연하다는 듯 메이드 인 재팬으로 꽤 오랫동안 인식된 모양이다.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상당수 유럽인이 한국을 저 멀리 동남아 옆의 어느 개발도상국쯤으로 알고 있었다고 현지 교민들은 말한다. 사정이 이러니 (외국)시내 유명 백화점 맨 앞줄에 놓인 삼성 TV 가전제품들을 어찌 한국제품이라고 생각했겠는가. 삼성의 품질제일주의, 세계 일류를 지향한 집념이 상당한 결실을 거두고 있었다는 확연한 증거다. 이후 삼성의 진격앞에 미국과 일본, 유럽 각국의 유수한 전자회사들이 줄줄이 나가 떨어졌다고 한다. 이제는 삼성, 현대차, LG 등이 생산한 각종 제품들이 아프리카 오지까지 세계 곳곳을 누비고 있어 과거 일본 브랜드로 착각했던 한국 제품들이 오늘 날엔 제대로 대접받는 세상이 됐다.

 이런 일이 가능케 됐던 것은 왜일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삼성을 빼놓고는 상상할 수 없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1980년대 초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간부 토론회를 소집, “삼성그룹은 15만명이다. 15만명의 가족이 제각각 움직이면 배는 제자리에서 뱅뱅 돌게 되지만, 한 방향으로 나아가면 속도는 15만 배 빨라진다. 지금 우리가 처한 형편은 뱅뱅 도는 상황이라며 마누라·자식 빼 놓고 다 바꿔라, 세계 일류기업이 되지 않고서는 망한다며 발상의 대전환을 촉구한 건 유명하다.

 그러던 이 회장이 지난 10월 말 78세로 별세했다. 삼성을 오늘날의 위치로 끌어올린 주역의 별세였기에 전 사회적 관심이 모인 건 당연한 일이었다. 생전 그가 남긴 공()과 과()에 대한 인식도 갈렸다. 고인이 삼성그룹을 세계적 수준의 기업으로 끌어올린 것은 긍정적이지만, 무노조 경영·정경유착·조세포탈 등 어두운 그림자도 남겼다. 글로벌 최고 일류기업을 만들기 위한 고인의 유지가 이어지기 위해선 앞으로 삼성이 힘을 모아 국민으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할 뿐이다.

< 저작권자 © 제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