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공항 도민의견 수렴 방안이 ‘여론조사’로 모아지고 있다. 주민투표는 국토교통부의 반대로, 숙의형 공론조사는 코로나19로 인한 집합 모임 금지로 실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체 도민의 의견을 수렴하려면 주민투표라야 하지만 많은 예산이 소요돼야 하는 등의 부담 때문에 여론조사도 무방하다. 다만, 국토부가 여론조사 결과 반대 의견이 나올 경우 전체 도민의 뜻으로 볼 수 없다며 수용할 수 없다고 딴지를 걸기 위한 여지를 남겨두기 위해 주민투표를 반대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도 여론조사 방식을 선택한 데 대해 “가장 현실에 부합한 합리적인 결정”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사실상 여론조사로 결정됐으므로 남은 과제는 여론조사 설문 내용을 어떻게 정하느냐는 것이다. 찬·반 입장에 따라 다양한 설문 방안을 제시할 수 있겠으나 ‘현 제주공항 확장’과 ‘제2공항 건설’ 두 가지 중에 하나를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원래 제주공항을 둔 상태의 제2공항 건설은 논의의 대상 자체가 아니었다. 2012년 제주도가 제시한 제주공항 개발 구상 연구도 제주공항 확장과 신공항 건설 두 가지였다. 제주공항을 확장해 사용하느냐, 제주공항을 없애고 신공항을 건설하느냐 하는 것이었지 동시에 두 개의 공항을 둔다는 의미가 아니었다.

　여론조사는 설문 내용에 따라 응답에 영향을 미친다. 설문 내용의 과장과 왜곡 모두 철저히 배제돼야 한다. 가령, 제주공항 확장은 면적 협소 등 부정적인 면에 치우치고 제2공항만이 대안인 것 처럼 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해상 활주로를 건설하는 등으로 제주공항을 확장하는 것이 막대한 환경을 훼손·파괴하고 과잉관광지(오버투어리즘)로 전락시킬 우려가 있는 제2공항 건설보다 훨씬 낫다는 점은 이미 객관화한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을 감추거나 왜곡한 여론조사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반드시 여론조사 설문 내용·조사 방법 모두 제2공항 찬·반 양측의 합의로 이뤄져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