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회를 중심으로 행정체제 개편 논의가 다시 시작됐다.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된 이후 5년이 지난 시점부터 기초자치단체 부활, 행정시장 직선제, 대동(大洞)제 등에 대한 논의가 이어져 왔지만 아직껏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주최한 ‘특별자치 완성을 위한 행정체제 및 행정구역 개편 방안’에 대한 정책 토론회가 눈길을 끄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특히 제주특별자치도 제도가 불신을 받는 것은 정부가 약속한 재정분권과 고도의 자치분권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서다. 더욱이 기존 4개 기초자치단체를 폐지하고 2개 행정시로 만든 후 되레 주민자치는 후퇴했다. 제주지역 국세의 지방세화 등 차별화된 재정지원은커녕 주민들의 지자체 이용 문턱도 오히려 더 높아졌다.

　주민자치 역량을 키워야 할 제주도는 권위주의적인 지방정부로 둔갑했으며, 행정시는 법인격이 없는 시장체제여서 순수 지방자치기관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어떤 형태든 기초단체가 부활되지 않으면 제주는 정부의 핵심 전략인 지방분권의 혜택도 누릴 수 없게 된다.

　지방분권과 기초자치단체는 분리할 수 없는 개념이다. 주민과 지자체에 자기결정권이 대폭 부여되는 게 지방분권인데 기초단체 주민의 권리가 박탈당한 제주지역 주민에게 지방분권은 무의미히다.

　제주도의회와 제주도는 지방자치에 부합하지 않는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주민투표를 통해 기초단체 부활 등 행정체제와 행정구역을 개편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정부도 주민투표를 거친 행정체제 개편안은 그대로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