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마음 곁에 두는 마음’ 표지.

[제주신문=임청하 기자] #다정한 일상 속 풍경에서 잊지 말아야 할 마음

박성우 ‘마음 곁에 두는 마음’ (미디어창비, 332쪽, 1만5000원)

현대인들은 바쁜 일상 탓에 스쳐 지나가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세어보기조차 힘들다. 자꾸만 잊혀져가는 하루하루 속에서 따스한 마음을 포착해 보여주는 시인 박성우의 신작 산문집이 나왔다.

앞서 시인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줄 모르는 아이들의 마음에 특별한 이름을 지어줬다.

이번 책에서는 스스로의 마음조차 챙기기 어려운 어른들을 위해 마음 깊이 간직한 이야기를 꺼낸다.

시를 쓰고 싶어 운동장에 누운 뒤 어두운 밤하늘을 올려다 본 어린 시절의 기억부터 현재의 나에 이르기까지 도와준 사람들, 그들과의 추억 등 소소한 풍경이라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은 시간들을 소개한다.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간결하다. 우리 곁에 있는 소중한 마음들이 따뜻한 손길이 되고 힘찬 걸음이 되면서 지금을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그로 인해 부디 글을 읽는 독자들도 이른바 ‘마음을 두는 일’로 조금은 더 반짝이는 나날을 열어가기를 바란다.

책은 1부 ‘별말 없이 어깨를’과 2부 ‘마음 안쪽에도 꽃길이’, 3부 ‘같이 밥을 먹는 일’, 4부 ‘앵두나무 같은 사람’ 등으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시인의 마음 속 빈틈을 채워준 고마움이 가득하다. 첫 보이스카우트 캠프날 집안 살림을 다 안고 나타난 어머니들 덕분에 따뜻한 밥으로 배를 채우고, 청소 노동자였던 어머니의 사랑으로 마침내 대학교수가 된 아들이 자신의 교수실 의자에 어머니를 앉혔던 순간을 마주하면 미소를 띠게 한다.

2부는 마음 한 켠에 오래 두고 싶은 장면들을 기록했다. 오후 3시를 전후해 찾아오는 고양이와 가까워지면서 비린 것을 집으로 사들이게 된 이야기, 외할머니와 함께 자란 딸과 모처럼 소풍을 가며 문득 느껴지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기쁨을 동시에 느끼기도 한다.

3부에서는 자연의 정취에서 찾은 휴식과 느낌을, 4부에서는 단단한 오늘을 만든 어제의 슬픔을 추억한다.

시인의 글을 따라가다보면 우리가 미처 잊고 있었던 삶의 단면은 물론 어느 하나 가볍지 않게 넘기지 않고 간직하는 삶의 태도를 만나게 된다.

책은 무표정으로 살아가는 어른들에게 소중한 날들의 마음을 잊지 말라고 말해준다.

마음을 위태로운 곳에 두지 않고 높고 환한 곳에 두는 것.

닫힌 쪽에 두지 않고 밝고 넓게 열린 쪽에 두는 것.

언젠가 한번쯤 누군가의 도움으로 힘겨운 날을 헤쳐왔듯이 다정한 마음을 절대 잊지 말라고 말이다.

▲ 책 ‘이언의 철학 여행’ 표지.

#철학적 화두로 짚어보는 통찰

잭 보언 ‘이언의 철학 여행’ (다른, 576쪽, 2만8000원)

그 어떤 것도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했다. 한때 정답이라 불리던 것도 머지않아 오답이 되는 요즘이다.

이런 변화무쌍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책은 바로 ‘본질을 꿰뚫는 힘’이 필요하다고 전한다. 또 미지를 탐험하는 최첨단 기술로 철학을 꼽는다.

책은 14살 소년 이언과 신비한 노인의 지적 모험을 담은 철학 소설이자 철학 입문서다. 이언의 질문을 따라가며 자신이 누구인지, 왜 이렇듯 답답한 상황에 처하게 됐는지 알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당신의 자아는 두 개 이상인가, 친구와 함께 있을 때의 당신과 교실에서 수업을 들을 때 당신은 다른 사람인가 등 철학적 질문을 건넨다.

철학의 고전적 논쟁부터 현대의 이슈까지 총망라하면서 철학 가이드 역할을 제시하는 책이다.

사고력을 키우고자 하거나 논리와 토론을 교육하는 교사라면 읽어볼 만하다.

▲ 책 ‘나의 임신중지 이야기’ 표지.

#낳을 수 없고, 낳고 싶지 않아서

오드 메르미오 ‘나의 임신중지 이야기’ (롤러코스터, 168쪽, 1만7000원)

책 제목 그대로 임신을 중단한 이야기다. 태아의 초음파 사진을 보고 왠지 모르게 울컥하지만 저자는 임신중지 경험을 담담히 풀어낸다.

‘낳을 수 없고 낳고 싶지 않아서’라는 게 이유다. 그 과정에는 불안과 고통, 아픔이 담겨있다.

책은 1부와 2부로 나뉜 가운데 1부는 저자의 경험, 2부는 임신중지 시술을 해 온 남성의 이야기다.

제 몸을 챙기지 못하는 여성들을 한심하게 여긴 남성은 여성 간호사의 조언을 통해 환자들의 내면을 알게 되며 그들을 돕는다.

책은 낙태죄 논란이 여전한 요즘, 낯설지만 흔한 경험들을 낱낱이 보여준다.

임신중지를 앞둔 여성들의 복잡하고 두려움 가득한 내면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들을 위로하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 표현됐다.

사회적으로 강요된 죄책감을 떠안고 이제껏 공개되지 않은 여성들의 목소리가 공개돼 있다.

▲ 책 ‘부부가 둘다 놀고 있습니다’ 표지.

#놀면서도 잘 사는 게 꿈이에요

편성준 ‘부부가 둘다 놀고 있습니다’ (몽스북, 304쪽, 1만4900원)

둘 중 하나의 선택을 한다는 것은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합리적으로 살 것인가와 어리석고 무모하더라도 마음 가는대로 살 것인가 두 질문을 고민한 저자는 20년 넘게 해 온 카피라이터를 그만둔다.

다니던 광고 프로덕션에서 자존감이 심하게 상하는 일을 겪고 회사를 이제 그만 둘 때가 왔음을 직감한 것이다.

갚아야 할 빚과 고정 생활비를 생각하면 참는 게 옳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꿈꾸는 삶이 아니다.

저자는 카피라이터로서의 경력을 접고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며 살고 싶은 마음도 간절했기 때문이다.

우연히도 비슷한 시기에 출판사를 다니던 저자의 아내 역시 회사를 그만뒀다.

책은 부부의 퇴사를 통해 긴 인생을 어떻게 하면 즐겁게 보낼 수 있을지 고민을 보여준다. 또 스스로 원하는 것들을 하며 살려는 과정을 보여준다.

▲ 책 ‘수술의 탄생’ 표지.

#19세기 외과 수술에 혁신을 일으키다

린지 피츠해리스 ‘수술의 탄생’ (열린책들, 344쪽, 1만8000원)

불결했던 수술실이 어떻게 쾌적한 의료공간이 될 수 있었는지 19세기 당시 의학의 역사를 다룬 책이다.

책은 도살장이나 다름없던 시설인 수술실을 의료공간으로 바꾸고 소독법을 정착시킨 의사 조지프 리스터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150여 년전만 해도 수술은 죽음에 이르는 관문으로 여겨졌다. 수술 후 감염으로 사망률이 매우 높았고 진통제와 마취제가 개발되지 않아 환자들은 고통을 감수해야만 했다.

리스터는 이런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평생을 바쳤고 유럽의 최신 이론을 받아들이면서 직접 여러 실험을 진행했다.

1864년 리스터는 생물학자 루이 파스퇴르를 만나 그의 연구를 토대로 석탄산을 이용해 살균제를 개발한다.

여러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성공사례를 축적해 사람들의 인정을 받게 된다.

외과를 현대 의학의 한 분야로 변모시켜 칼을 쥔 것보다 지식과 체계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게 된 것이다.

▲ 책 ‘뇌는 팩트에 끌리지 않는다’ 표지.

#욕망 가득한 세상,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리 하틀리 카터 ‘뇌는 팩트에 끌리지 않는다’ (비즈니스북스, 300쪽, 1만5800원)

MS, 스타벅스, 비자 등 세계적 기업의 커뮤니케이션 저자가 밝히는 설득 전략서다. 책은 사람들의 뇌가 사실보다는 본능적인 욕망에 더 반응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설득의 비밀을 20년 넘게 연구해왔다. 설득의 핵심은 사람들의 감정과 욕망을 자극하는 ‘공감에서 나오는 언어 전략’이다.

힐러리를 제치고 당선된 트럼프, 최고의 개발과 혁신보다 ‘부작용은 없다’고 알려 성공한 신약 광고, 만능 제품보다 있는 그대로의 당신을 지켜준다는 말로 업계 1위가 된 도브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사람들이 구구절절한 팩트보다는 은밀한 ‘사탕발림’에 끌릴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한다.

또 사람들의 진짜 속마음과 행동, 선택을 뒤바꿀 수 있는 설득 전략에 대해 저자만의 노하우와 통찰력을 뇌과학과 행동과학을 근거로 풀어내고 있다.